박옥순의 '내 맘의 강물은'
2017.03.25 00:06
누가 어인 일로 나에게 ‘님’자까지 붙여가며 책을 보내주었을까? 처음에는 놀랍고, 이어서 반갑고, 곧 가슴이 설렜다. 설렌 이유는 고창의 여자 동창이 보내준 선교사(宣敎師) 책 말고는 평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여자 동창의 수필집이었기 때문이다. 이 수필집을 나 말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낸 것을 알게 되고 금방 섭섭했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박옥순의 ‘내 맘의 강물은’이라는 255페이지 수필집이다. 강물 같은 마음으로 흘러내려가는 글들의 모음이다. 제목부터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지나는 김에 강물을 다른 물들과 비교해본다. 어려서 살던 시골 우리 집 대문 옆에는 또랑물이 흘렀다. 한 여름에 문밖을 나서면 꼬랑내가 난다. 오만(傲慢) 덩어리의 글에는 꼬랑내가 난다. 장마 때, 흙탕물에 씻겨가야 미꾸라지가 어쩌다 올라오는 그런 물이다. 오리 쯤 떨어진 중학교 가는 길에는 개울이 있고, 이 개울을 건너야 지름길로 간다. 여기에는 흔들리는 징검다리가 있다. 이 다리 때문에 나는 지금도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글썽인다. 졸졸 흘러가는 소리가 나는 물이 개울물이다. 거짓 없는 글에는 졸졸 소리가 난다. 중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에 넓은 시냇물이 있다. 개울물보다는 조금 더 폭이 넓고 어른 들 키만큼 깊은 물이 군데군데 숨어 있는 곳이 시냇물이다. 연례행사처럼 익사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물고기도 잡고, 형들은 천렵(川獵)도 하는 곳이다. 가식적인 글에는 익사 사고와 같은 실수를 유발한다. 서울 와서 처음으로 강물, 한강물을 보았다. 엄청 넓고 기차가 다니는 철교도 있다. 버스와 자동차가 다니는 인도교 다리 아래로는 너무 너무 많은 것을 묵묵히 안고 흘러간다. 소리도 없다. 장마철에는 호박과 수박도 떠내려간다.
‘내 마음의 강물’에는 시골에서부터 품고 온 시냇물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수박이 나온다. 시원한 맛이 있다. 수박 맛의 하나가 ‘못난이 진주’이야기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들에 더 눈길이 가게 되었다.’는 말에 나를 포함시켜 주기 바라는 마음에 수박 맛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잘 읽었다는 문자를 보내고, 수필은 소설과 달리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다른 글에서 떠벌렸다. 그니가 공감을 해준 덕분에 여기저기 떠벌리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2016)를 썼는데, 수필가는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되는 점이 이 수필집을 읽으면서 생활철학으로서의 거짓 없음이 잘 나타나 있기에 감상문을 장황하게 올렸다. 수필에는 누구처럼 오만이 스며들면 안 된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어서 불문학도의 정수(精髓)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행복’을 읽으면 불행을 모르게 되어 자랑스럽다.
댓글 6
-
김동연
2017.03.25 09:49
-
오계숙
2017.03.29 02:19
박옥순의 수필집 출간을 축하!!!, 축하!!!, 축하 합니다.
"내마음의강물" 제목 멋지고나.
빨리 읽어보고싶은데..혹 동생집으로 보내주면, 동생이 나한테 보낼것과 함께올텐데...
아님 한국갔을때 책방에서 구하면 더욱 재미있겠네..
축하 축하 축하해!!!
-
박옥순
2017.03.25 12:47
칭찬해주시니 황송합니다. 책을 출간할 때는 걱정이 앞서서 잠 못 자고 책이 나와 친구들에게 전하고는 칭찬에잠 못 이루고 또 나자신을 너무 속속들이 드러낸 것 같아 떨고 있어서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마음대로 책을 보내드리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됩니다.함부로 읽기를 권하는 것도 무례한 듯하고 ...동연아 네게도 못 보냈어 판단력이 예리하니 겁도 나고. 친구들이 책 보내라고 연락해주시면 제게는 제게는 영광입니다.기다리게습니다. -
김영은
2017.03.25 15:00
오랜 세월 옆에서 지켜본 친구를, 수필집을 읽으면서 마음 속을
환~히 들여다 본 듯 정겹고 새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자랑도 아닌 것이 지나친 겸손도 아닌 것이, 꾸밈 없는 솔직함으로
조곤조곤 풀어내는 입담이 옆에서 말하듯 마음에 아로 새겨지더군요.
온 가족이 특히 손주들과 재치와 유머로 때론 나만의 철학으로 인간 냄새
물씬 풍기며 어울어지고 버무려 지는 과정이 순박하게 표현되어 좋았습니다.
외유내강의 표본 옥순아!
자전적 수필집 출간 진심으로 축하해!! 자랑스럽다!
-
연흥숙
2017.03.25 17:11
우리 집은 멀어서 늦게 오나? 옥순아 애썼다.
자랑스러워.
-
박옥순
2017.03.30 15:25
계숙아 책 보낼게. 축하해주고 책 부탁해줘서 감사 감사!!
번호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
13508 | 멕시코 여행기 - 농민영웅 Zapata 발자취 [4] | 박일선 | 2017.03.30 | 32 |
13507 | 인사동 겔러리에서 만난 家訓 [13] | 김영은 | 2017.03.29 | 166 |
13506 | 심영자 연습입니다. [18] | 심영자 | 2017.03.29 | 339 |
13505 | 감미로운 크라리넷 명곡 모음 [3] | 심재범 | 2017.03.29 | 51 |
13504 | 멕시코 여행기 - Xochimilco 수로 [4] | 박일선 | 2017.03.29 | 24 |
13503 | 2017년 봄 테마 여행지 답사 / 마곡사, 안면도 수목원 [14] | 이문구 | 2017.03.28 | 183 |
13502 | 봄 테마 여행지 마곡사, 안면도 수목원에 다녀오다. [12] | 이태영 | 2017.03.28 | 146 |
13501 | 정겨운 사진들 [8] | 김영송 | 2017.03.28 | 228 |
13500 | 멕시코 여행기 - Taxco [3] | 박일선 | 2017.03.28 | 19 |
13499 | 고 3 어느날... 덕수궁에서 [9] | 이초영 | 2017.03.27 | 172 |
13498 | 모짜르트 클라리넷 5중주 [2] | 심재범 | 2017.03.27 | 162 |
13497 | 멕시코 여행기 - Bosque de Chapultepec 공원과 궁전 [4] | 박일선 | 2017.03.27 | 51 |
13496 | 만남 [19] | 연흥숙 | 2017.03.26 | 142 |
13495 | 대전 갑천의 엑스포다리 주위 공원을 산책하다. [12] | 이태영 | 2017.03.26 | 183 |
13494 | 멕시코 여행기 - Coyoaca, San Angel [4] | 박일선 | 2017.03.26 | 88 |
13493 | 김대환 바이올린 독주회 [9] | 연흥숙 | 2017.03.25 | 264 |
13492 | 2016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사진들 [8] | 오세윤 | 2017.03.25 | 129 |
13491 | 멕시코 여행기 - Semana Santa [6] | 박일선 | 2017.03.25 | 41 |
» | 박옥순의 '내 맘의 강물은' [6] | 박문태 | 2017.03.25 | 1352 |
13489 | 산우회 / 이른 봄 날씨를 즐기다 [10] | 이문구 | 2017.03.24 | 161 |
13488 | 홈페지 개설 축하 [10] | 김영은 | 2017.03.24 | 121 |
13487 | 멕시코 여행기, Teotihuacan 유적 [7] | 박일선 | 2017.03.24 | 40 |
13486 | 멕시코 여행기, Mexico City [4] | 박일선 | 2017.03.24 | 22 |
13485 | 가깝고도 가까운 그대 [9] | 김영교 | 2017.03.23 | 792 |
13484 | 4월 5일 홈페이지에 관해 설명회가 있습니다, [12] | 이태영 | 2017.03.23 | 88 |
박옥순의 수필집 '내 맘의 강물은' 독후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름답고 솔직한 글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