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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50년 전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했던 샌드라 네이선(Sandra Nathan·76)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상자를 받아든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네이선씨는 ‘코로나19 상자(Survival Box)’를 받았을 때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네이선씨가 받은 상자는 지난해 10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보낸 것입니다. 미국에서 하루 2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과거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514명에게 보낸 선물이라고 하는군요.


상자에는 마스크 100장과 항균 장갑, 피부 보호제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인삼 사탕, 비단부채,

전통 거북 디자인의 은수저 등 한국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상자 위엔 ‘당신의 헌신에 대한 우리의 작은 보답’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미 평화봉사단원들에게 보낸 '생존박스' 방역키트 선물.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네이선씨는 50년 전 경험이 지금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상자를 열면

내가 느꼈던 마법 같은 감정이 날아가 버릴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네이선씨는 한국 정부의 친절함을 알리기 위해 이를 뉴욕타임스에 제보했습니다.


1960년대 한국의 가난했던 상황을 흔히 ‘보릿고개’로 묘사하곤 합니다.

보릿고개란 묵은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울 때를 이르는 말입니다.

생계조차 어려웠던 당시에는 배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966년부터 1981년까지 한국에 약 2000여 명의 미국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했습니다.

당시 네이선씨는 21살의 미국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녀는 2년간 춘천여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미국의 평화봉사단은 1966년부터 1981년까지 한국에서 활동했다. KTV 유튜브 캡처


네이선씨가 본 60년대 춘천은 이러했습니다.

거리 대부분은 비포장도로였고 아이들은 겨울에 맨발에 코트도 입지 않고 돌아다녔습니다.

휴지가 없어 잡지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생활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받는 게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기억 속 한국인들은 감사함을 표시할 줄 알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네이선씨는 기생충으로 고생하면서도 가난한 형편에 병원에 가지 못했던 학생을 미 군의관에게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후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달걀 몇 개를 선물했습니다.

“알을 낳은 지 얼마 안 됐는지 온기가 남아있었다.

깃털 붙은 따뜻한 달걀에서 그 사람들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거의 울 뻔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시절을 거쳐 고속 성장을 이뤘습니다.

반세기 동안 우리는 도움을 받는 처지에서 줄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녀는 “한국이 파워하우스(powerhouse·신흥 경제 대국)가 된 것은 한국인들의 근면·성실한 태도와

은혜를 잊지 않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미국 평화봉사단은 한국이 어려운 시기에 보건과 방역, 교육 발전에 도움을 줬다”며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봉사단원들에게 한국이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선물을 보낸 이유를 밝혔는데요.

 


신문기사를 읽고 당시 춘천 여고에서 근무한 네이선씨를 기억한 이가 있습니다.

네이선 씨가 근무 중이던 춘천여고의 학생이었죠. 그녀는 네이선씨가 시원한 걸음걸이에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은 네이선씨를 ‘나단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춘천여고 졸업앨범 속 네이선씨와 교내 풍경. 블로거 숲샘 제공


그녀는 나단 선생에게 “춘천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활력 넘치는 그 모습을 기억하는 한 사람 있으니,

지난날을 기억하시고, 부디 건강하시라”고 전했습니다.

인생에 좋은 스승 한 분만 있어도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떠오르는 선생님이 있나요?

 

글·그림=이유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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