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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소리 왈츠

 

 

  왈츠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는 빈 들판의 겨울을 건너 차가운 세상을 봄기운으로 껴안는 흥겨운 곡이다. 처음엔 음악 감상으로 반겼는데 지금은 운동 차원의 치료 음악이 되고 있 다. 나만의 무대, 부엌은 아주 적합한 맞춤형 실습장이다. 팬트리 문 전면 거울을 보며 나를 대면하는 시간에는 내가 꿈꾸고 지양하는 건강에의 몰입이 열과 성을 다해 나를 춤추게 한다.

  척추 수술을 추천하는 의사 충고를 멀리하고 운동에 나를 맡 겼다. 스스로 개발, 회복하고 있는 지금은 많은 통증 시간이 척추 사이 흐르고 있다. 세상이 다 침이고 뜸인 양 한방과 자연 치료법을 거쳐왔다. 통증은 구석구석에서 큰소리로 들고일어나 거동에 제동을 건다. 내 몸 보고 앉으라 앉으라 온통 세상이 다 의자가 되어 주고 있다. 초빙된 치료사는 바로 봄의 소리 왈츠이다.

  지금도 다리를 약간씩 저는 나는 지팡이와 친하다. 지팡이는 지팡일 뿐이지만 꽃 그림이 있어 한결 초라하지 않다. 절며 걷 다 보면 문득문득 다른 사람의 시선이 내 걸음에 꽂히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괜히 민망해져 제대로 걸어보려 하면 더 어색해지기만 한다. 근육 살이 빠진 협착 척추관이 별수 없이 만든 불편한 다리를 부끄럽게 여기니 나는 형편없는 주인이다. 다리 에게 자꾸 제대로 걸어라 재촉만 하고 다리를 통제하려고만 든다. 척추의 기능이나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명령하고 지시만 하려 드는 독재자처럼 스스로 내 몸의 폭군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이 이러다가 경직되겠구나 싶어 의사의 말을 듣기로 했 다. 1년에 두 번 허용되는 것을 다섯 달 만에 에피듀럴 스테로이드 척추 주사를 세 번이나 맞았다. 통증은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 바꾸어 들락거렸지만 호전되는 기미는 별로였다. 통증이 있다는 것은 마비되고 막혔던 몸의 흐름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믿었다. 반가운 김에 몸의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나의 신념이 태동 되어 나름대로 통달한 리듬에 몸을 맡기는 기분 좋은 춤- 상체의 움직임에 따라오는 엉덩이 흔들림의 물결- 거울 속 여인은 아름답게 비틀대며 리듬을 탄다.

  규칙적 섭생, 지속적인 걷기와 운동은 근력을 늘려주고 있다. 근육 살이 어느 정도 생겼는지 몸을 조심스레 움직여 보았다. 동작을 더 진전시켜 보지만 예리한 통증은 숨만 쉰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다.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춤 동작을 기억하고 있으니 계속할 참이다.

 이젠 저는 다리가 부끄럽지 않다. 통증과 동업하는 지팡이를 감출 이유를 이젠 찾을 필요가 없다. 근본적으로 원인을 찾아 다리의 감각을 주의 깊게 인식하여 몸의 소리를 듣고 혹사하지 않고 잘 돌보게 되는 상생의 계기가 되고 있다.

  몸의 통증 소리가 음을 타고 왈츠 박자에 발을 맞춘다. 오늘 도 나는 부엌이 궁궐인양 행복하게 춤을 춘다. 처음엔 예방 차원이었으나 춤을 추니 행복해지고 행복하니 통증도 사라지려 한다.

  건강에 귀 기울인다. 마음도 기울인다. 도탄에 빠진 세포의 통증 하소연, 크고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성군, 그 태평성대를 기대하며 '만수무강하소서' 입 벌리고 바라보는 부엌의 민초들.....

아 살맛나는 세상, 오늘도 나는 몸의 왈츠를 춘다.

 

  얼마 전 외출했다. 안경라 시인의 배려로 정찬열 시인의 '길 위에 펄럭이는 길' 출판 기념잔치에 참석, 쾌거였다. 여러 시선이 내 걸음을 측은 한 듯 주시해줬다. 내게 다가와 따스한 인사도 건네줬다. 문우들의 지팡이 시선이 고맙다. 살맛 나는 세상, 잘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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