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을 뭐로 알기에
2020.02.02 09:57
양해원의 말글 탐험
막장을 뭐로 알기에
정선(旌善) 카지노에 간 적이 있다. 정말 외국 영화에서 보듯 느긋이들 즐기려나? 그거, 순 거짓말이었다.
말 그대로 혈안(血眼)이 된 꾼들, 자리 나기만 기다리느라 목 빠진 사람들…. 하릴없이 기웃거리다 입장료만 바치고 나왔다.
바깥엔 돈 잃고 초점 잃은 눈빛이 그득했다. 점백(點百·1점당 백 원) 고스톱도 '스리 고에 피박' 쓰면 아찔한데.
들어갈 땐 일확천금(一攫千金)이라도 할 기세였으련만. 애당초 '금' 캐던 데도 아니고. 광부들이 온 식구의 희망을, 나라의 동력을 캐던 탄광 아니었던가.
거기서도 갱도의 끝을 가리켜 작가 김훈씨가 말했다.
"가장 깊이 들어간 광부의 처소가 막장이다. 막장은 낮지 않다. 순결하고 거룩한 자리다." 이런 곳을 우리는 마구 업신여긴다.
'○○○는 출생의 비밀과 폭력 등 자극적 소재로 막장 드라마라 비판받았다.' '우리나라 혐오 사이트의 막장 표현은 도를 넘었다.'
'2016년 새누리당 공천 과정은 욕하지 않는 이가 없는 막장 드라마였다. ' 억지스럽거나, 부도덕하거나, 거칠거나, 몰상식한 일을 가리킬 때 바깥세상은 이렇듯 막장을 불러 세운다.
'인생 갈 데까지 갔다'는 뜻으로 또 다른 표제어 '막장(場)'을 올린 사전이 있기는 하다. '막다른 갱도'라는 본래 의미를 그릇되게 확장한 것이리라.
자칫 깨끗한 삶의 터전을 더럽히는 일이다. 정직하게 땀 흘리며 억센 현실과 마주서는 이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집짐승 애완(愛玩)하기 미안해 반려(伴侶)라며 사람 이상으로 받들면서. 자기 돈으로 밥 사 먹고서도 잘 먹었습니다 하면서. 이자 한 푼 안 놓치는 은행 돈 빌려도 고맙습니다 하면서….
인터넷에서 '막장 드라마'를 검색하니 뉴스 분야만 3만4000건에 가깝다. 이제라도 몹쓸 표현 그만했으면, 그런 패륜극도 좀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석탄공사에 몸담은 광부만 아직 1000명 가까이 있다. 이들이 캐서 만든 연탄 때며 전국 10만 가구가 추위를 견딘다는데. 겨울이 한참 남았다.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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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0.02.0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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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2.02 18:37
돈을 바라고 작정을 하고 정선 카지노에 간것 같지는 않는데요?
마치 우리가 입학 50주년 미국 여행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애서 기웃거려 본듯이 말입니다ㅎㅎ
"막장"은 보통 수직 수백미터 지하 갱도에서 지열이 섭씨 40도를 육박하고 지하수의 누출로
언제 어디에서 갱도가 붕락될지 모를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5,60년대 우리나라 기간산업의
중추역활을 하고있던 석탄산업의 버팀목이 되어온 광부들이 석탄을 캐고있는 절절한 작업 공간이지요.
현재 국영기업체 석탄공사에 1000여명, 민영 탄광에 900여명 도합 2000명의 광부들이
아직도 연탄을 연료로 하지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가정을 위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땅속
1km 아래, 입구에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간절한 기도의 팻말이 붙어있는 막다른 지하갱도 에서
오늘도 묵묵히 땀흘리고 석탄을 캐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주저없이 산업의 역군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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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20.02.03 00:25
년전에 강원랜드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카지노' 간판을 보며 신기했습니다.
강원랜드 입구 사북역 읍내는 한집 건너 전당포란 사실에 또 놀랐어요.
탄광의 가장 깊은 막다른 갱도..막장! 처절하고 신성한 삶의 터전에 누가
함부로 왜곡된 뜻으로 비교할 수 있나요?
사북 고한 정선, 한때 산업 역군의 고단한 삶의 본거지였지요.
아직도 2000여명의 광부들이 석탄을 캐며 땀 흘리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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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2.03 09:48
강원랜드에 길 기회가 계셨군요? 저는 말로만 들었지 아직 한번도 가본일은 없답니다.
필자의 머리 속에 그리고 싶은 그야말고 처절하리만큼 고단했던 광산지역이 이제는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느긋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추억의 고향으로 남이있기를 바랐는데...
일확천금의 허망한 꿈을 가지고 모여드는 도박장이 되어가고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오직 절박한 삶과 가족의 행복만을 가슴 속에 꼭꼭 숨긴체 지하 수십 수백킬로의 칠흑같은 지하 막장에서
젊음을 다바친 산업의 역군들의 숭고한 일터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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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0.02.03 09:56
우리가 회사에 다닐 때 집 창고에 겨울 준비로 연탄이 그득할 때
흐뭇한 마음으로 미소를 띤 시절이 있었어
나라의 동력인 석탄을 캐던 곳, 시절의 이미지가 변해버린 것이 안타깝네
아직도 광부 천여 명이 고생하며 땀을 흘리고 있구나
평창패럴올림픽 성화 정선 입성... 탄광에서 이색 봉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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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2.03 10:18
맞아 태영이, 아직도 연탄 한 장 없으면 엄동의 계절을 보내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많이 있다네.
그래서 지금도 강원도 태백 탄광에서는 지하 수백m의 땅 속에서 탄을 캐는 광부들이
이천명이나 되지....
그렇지만 이제는 연탄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에는
희미한 추억의 뒤안 길로 사라진지 오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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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20.02.03 10:12
우리가 대학 다닐때에는 '대한석탄공사'가 인기 있는 국영기업체 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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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2.03 10:24
그렇지요 엄형,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대 기업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였으니
,국영기업체인 대한석탄공사가
대학졸업후 취업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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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호
2020.02.07 21:58
나라와 가족을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땀흘렸던 전사들. 그들 작업현장의 끝이
언제부터 부정적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모르나 부정적 의미가 고쳐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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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2.07 22:57
성 박사 그러합니다.
"막장"이라 함은 그야말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수백미터 칠흑같은 지하 갱도에서
목숨을 걸고 국가 발전의 에너지원 이였던 석탄을 캐냈던 산업의 역군 광부들의
숭고한 삶은 터전 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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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씨도 정선 카지노를 기웃거렸군요?
어떤 사람들이 거기가서 돈을 다 날리고 오나 했었는데...
정말 모두들 "막장" 이란 말을 아무생각없이 쓰고 있었네요.
"막다른 갱도"라는 원뜻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1000명이나 되는 광부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