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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오늘 콜로라도에 계시는 친구분한테서 택배가 왔다.

 

워낙 산타기를 좋아하시는 분인데 콜로라도의 심심산곡 을 찾아다니며

들판에, 산허리에 흐드러지게 핀 희귀한 들꽃들의 사진을 보여 주기도 하고

인적이 없는 기기 묘묘한 산봉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몇일 전엔 어부인과 함께 콜로라도 깊은 산속 숲속에 숨어사는 송이버섯을 찾아내어

바구니에 담아 와서 가벼운 솔잎 흙을 살살 털어내고 몸이 다칠세라

조심 조심 포장하여 멀리사는 우리에게까지 한바구니를 택배로 보내왔다.

 

열어 보는 순간 은은한 송이의 향기에 감격하면서 고운 살빛이 아련한

이 귀한 선물을 누구랑 함께 먹을가?

그냥 우리만 먹을 수 있나, ceremonial dininig을 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밥상에 마주 앉을 생각에 흥분한다.

카드에 설명해 주신대로 살짝 구워서 함께 나누어 먹을 다정한 사람을 초대하자.

 

살에 닿는 바람이 싫지않은 늦 여름낮,

콜로라도 산 속 깊은 곳에서 숨쉬고 있던 우유빛 송이버섯,

얼굴은 반듯하고 우산같은 머리와 몸은 여인의 감추어 진 속살인양 부드럽고 곱다.

조금 편편하고 큰 것도 있고 아직 입을 꼭 다문 수집은 소녀같은

동글한 몸매의 어린 것도 있고 원숙한 여인의 자태로 풍만한 모습도 있다.

 

깊은 산속 소나무의 뿌리를 고향으로 뿌리를 내리고

거센 바람일랑 피하여 솔잎과 고운 흙을 이불로 덮은 채

몇날, 몇달을 하늘을 보고 싶어 목을 뽑던 버섯은

살결도 곱지만 몸은 어찌 그리도 연하면서도 그리 고운지!

 

때가 되어 하늘을 볼 수 있을 때, 버섯은 우산같은 날개를 펴고

내년에 자라 줄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하여 우산줄기속에 키워 온 씨알을

모체를 떠나 자리잡을 보금자리에 흘려 뿌리고 솔잎 흙속으로 숨어있게 한다.

 

버섯캐는 사냥군들은 그 어미버섯의 뜻을 알진대 어찌 그 뒷자리를 보듬고

덮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솔잎아래에 숨겨진 버섯을 보물찾듯 찾으면 버섯사냥군들은 반가워서 눈을 반짝이며

눈맟춤을 하고 살집을 다칠새라 조심스러이 살짝이 뜯어내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솔잎가루가 섞인 보드라운 흙을 한줌 집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솔솔 뿌려

덮어준다고 한다. 새로 태어날 이세들이 자랄 수 있도록 뒷자리를 마련해 주는것이리라.

 

솔향기 코앞에 스며드는 숲길을 머리에 그려보며 보드라운 흙 한줌 손가락사이에 비벼 흘리는

버섯 사냥군의 희열을 상상하며 덩달아 솔잎 사이에 숨쉬는 여린 버섯들이

푸른 하늘을 그리며 숨쉬고 있을 미지의 숲속을 거닐어 본다.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을 향하여 가녀린 목을 들고 숨쉬고 있을 숨은 생명들이 신기롭기만 한데

그 향기는 은은히 온 방안에 가득하다.

 

이미 아침 저녁 싫지 않은 찬바람이 여름을 배웅하고 내 집앞 밖앗 푸른 평지에는

풀깍는 기계소리만 요란하다.

 

은은한 솔향기 담긴 버섯바구니를 드려다 보는 내 마음은 두분의 멋스러운

버섯사냥하시는 모습을 눈에 그리며 향기로운 사람내음에 뿌듯하기 그지없다.

 

김승자

Sungja Cho, December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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