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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과 거북선

2020.04.02 11:52

김영은 조회 수:432

 

정주영(鄭周永)과 거북선




 

 

1970년 5월 초 어느날 밤 정주영은 청와대 뒤뜰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앉아 있었어요. 무거운 침묵이 오랜시간 흘렀지요.

박 대통령이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고
담배를 하나 피워 물더니 정주영에게도 한대를 권했어요.

정주영은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원래 과묵한 박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더욱 말이 없이 시간만 흘렀지요.

정주영은 박 대통령이 불을 붙여준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었는데,
드디어 박 대통령이 입을 열었어요.

한 나라의 대통령과 경제 총수 부총리가 적극 지원하겠다는데

그거 하나 못하겠다고 여기서 체념하고 포기를 해요?
어떻게 하든 해 내야지 ..!! 임자는 하면 된다는 불굴의 투사 아니오?

실은 정주영도 조선소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요.

그러나 그건 제반 여건상 지금은 아니고 나중 일이었어요.

하지만 대통령은 그에게 시간을 주지않고 압박 아닌 압박을 하고 있었지요.

이유는 있었어요. 곧 포항제철이 완공되는 때였지요.

그러니까 포항제철에서 생산되는 철을

대량으로 소비해줄 산업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당시 김학렬 경제부총리는 먼저 삼성 이병철에게 조선 사업을 권유했어요.

정주영은 삼성 이병철에게 거절당한 뒤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결국 정주영은 그날 박 대통령에게 승낙을 하고 말았어요.
각하의 뜻에 따라 제가 한번 해 보겠읍니다.

그리고 그는 결심 했어요.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못할것도 없지!! 그까짓 철판으로
만든 큰탱크를 바다에 띄우고 동력으로 달리는게 배지.뭐. 배가 별건가?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치면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정주영의 특기가 발휘되는 순간이었지요.

정주영은 조선업자로 조선소 건설을 생각한게 아니라

건설업자로서 조선소 건설을 생각했어요.

배를 큰 탱크로 생각하고 정유공장 세울 때처럼 도면대로 철판을 잘라서
용접을 하면 되고 배의 내부 기계는 건물에 장치를 설계대로 앉히듯이

도면대로 제자리에 설치하면 된다고 여긴 것이지요.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조선소를 지을만한 돈이 없었어요.

대형 조선소를 지으려면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와야 하는데

해외에서 차관 얻기란 하늘에 별따기 였지요.

그래서 일본에도 가고 미국에서 갔어요.

그렇지만 아무도 정주영을 상대해주지 않았지요.
오히려 미친놈 취급만 당하고 말았어요.

너희같은 후진국에서

무슨 몇십만톤의 배를 만들고 조선소를 지을 수 있느냐? 는 식이었지요.

좀처럼 화를 내지않는 정주영이었지만

속으론 울화가 치밀면서 약이 바짝올랐어요.

그때부터 하면된다는 모험심이 발동하기 시작 했지요.

안 된다고?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는거야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

당장 필요한건 돈이었어요.

해외에서 차관을 얻으려면 3번에 걸친 관문을 뛰어 넘어야 했어요.

일본과 미국에서 외면 당한 정주영은 영국 은행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지요.
그러나 영국은행 버클레이즈와 협상을 벌였으나

신통한 반응을 얻을수 없었어요.
우선적으로 돈을 빌리기 위해선

영국식 사업계획서와 추천서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정주영은 1971년 영국 선박 컨설턴트 기업인 A&P 애플도어에

사업계획서와 추천서를 의뢰했어요.

타당성 있는 사업계획서와 추천서가 있어야 은행에서

돈을 빌릴수 있었기때문이었지요.

얼마후 사업계획서는 만들어졌지만 추천서는 해줄 수 없다는 거였어요.

정주영은 영국의 유명한 조선회사 A&P 애플도어 회장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 직접 런던으로 날아갔지요.
그에게는 조선소를 지을 울산 미포만의 황량한 모래사장을 찍은

흑백사진 한 장이 전부였어요.

런던에 도착하여 일주일만에

A&P 애플도어의 찰스 롱바톰 회장을 어렵사리 만났지요.
그러나 롱바톰 회장은 비관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어요.

아직 배를 사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또 현대건설의 상환능력과 잠재력도 믿음직스럽지 않아

힘들 것 같다는 말이었지요.

그럼 한국 정부가 보증을 서도 안 됩니까?

그러자 그는 한국정부도

그 많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지요.
이때 궁하면 통한다는 정주영식 기지(奇智)가 발동했어요.



정주영은 문득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500원짜리 지폐가 생각났지요.
지폐 그림은 바로 거북선이었어요.

정주영은 주머니에서 거북선 그림의 지폐를 꺼내 테이블위에 펴놓으며,

회장님!! 이걸 잘 보시오!!

이 지폐는 자랑스런 우리나라 역사를 그려낸 지폐인데,

이 그림은 거북선이라는 철로 만든 함선이지요.

당신네 영국의 조선역사는 1800년대 부터이지만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 대에 이 거북선을 만들어냈고

이거북선으로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본의 함선을 괴멸시킨 역사적인 철선이지요.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바로 이 돈안에 담겨 있으니

시한번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롱바톰 회장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지폐를 들고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앞면에는 한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있고

뒷면에는 바다에 떠있는 배가 그려져 있었지요.

그 모습이 거북이와 많이 닮았어요.

정말 당신네 선조들이

실제로 이 배를 만들어 전쟁에서 사용했다는 말입니까?

그렇구 말구요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이 만든 배입니다.

한국은 그런 대단한 역사와 두뇌를 가진 나라 이지요 불행히도

산업화가 늦어졌고 그로 인해 좋은 아이디어가 묻혀 있었지만
잠재력만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우리 현대도 자금만 확보된다면

훌륭한 조선소와 최고의 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회장님!! 버클레이 은행에 추천서를 보내주십시오

정주영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롱바톰 회장을 설득했어요.

롱바톰 회장은 잠시 생각한뒤 지폐를 내려놓으며 손을 내밀었지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조상을 두었소.

당신은 당신네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할 겁니다.
롱바톰 회장의 얼굴에 어느새 환한 미소가 번졌어요.

거북선도 대단하지만 당신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오.

당신이 정말 좋은 배를 만들기를 응원하겠오!!

그러면서 롱바톰 회장은 얼굴에 환한 미소와 함께

축하 악수를 청하고 있었지요.
수 많은 프레젠테이션과 완벽하게 만든 보고서에도 NO를 외쳤던

롱바톰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500원짜리 지폐 한장이었으며

이는 정주영의 번뜩이는 기지의 산물이었지요.

그날 롱바톰 회장은 현대건설이 고리원자력 발전소를 시공하고 있고

발전계통이나 정유공장 건설에 풍부한 경험도 있어

대형조선소를 지어 큰배를 만들 능력이 충분하다는 추천서를

버클레이즈 은행에 보내주었어요.

정주영의 기지(奇智)로 첫 번째 관문이 통과되는 순간 이었지요.

며칠뒤 버클레이즈 은행의 해외 담당 부총재가

점심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점심 약속 하루전 정주영은

호텔에서 초조와 불안속에서 시간을 보내느니 만사 제쳐놓고

관광이나 하는게 나을 것 같았지요.

그는 현대건설 수행원들과 셰익스피어 생가와 옥스퍼드대를 둘러보고

낙조 무렵에는 윈저궁을 관광했어요.

이튿날 정주영은 우아한 영국 은행의 중역 식당으로 안내되었지요.

자리에 앉자마자 버클레이즈 은행의 해외담당 부총재가 물었어요.

정 회장의 전공은 경영학입니까? 공학입니까?

소학교만을 졸업한 정주영은 짧은 순간 아찔했지요.

그러나 태연하게 되물었어요. 아 ~ 제 전공이오?

이전에 우리가 당신네 은행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보셨는지요?
아! 네 잘 봤습니다 !! 정주영은 순간적으로 전날 관광하다가

옥스퍼드대에 들렀을 때 졸업식 광경을 본 생각이 났어요.

어제 내가 그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옥스퍼드대에 갔더니

한번 척 펼쳐보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주더군요.

하면서 태연하게 농담을 했어요.

정주영은 구질구질하게 자신이 학력은 짧지만

사업경험은 누구보다 많다고 말하지 않았지요.
오히려 그의 큰 배포를 보여주는 유머를 내 던졌어요.

그러자 부총재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지요.

옥스퍼드대 경영학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그런 사업계획서는 못 만들겁니다. 당신은 그들보다 더 훌륭하군요.

당신의 전공은 유머 이시군요? 우리 은행은 당신의 유머와 함께

당신의 사업 계획서를 수출 보증국으로 보낼테니 행운을 빌겠소!!

이 얼마나 멋지고 통쾌한 일인가?
정주영의 유머 한마디가 그 어려운 차관을 이끌어 낸 것이지요.

부총재가 정주영을 만나자고 한건 자신들이 빌려줄 돈으로

조선소를 만들려는 CEO의 됨됨이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총재는 이런식의 만만한 자신감을 갖고있는 CEO라면 대출을 해주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최종적인 확인을 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사실 정주영이 은행쪽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은건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실제로 현대건설은 치밀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그 치밀함을 인정한 은행이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은행쪽은 사전에 현대가 건설한 화력 발전소,

비료 공장, 시멘트 공장을 치밀하게 조사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최종적인 확신은 정주영의 배포가 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이렇게 해서 두번째 관문도 무사히 통과 되었어요.

그러나 아직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가장 어렵고 힘든 관문이었지요

영국 은행이 외국에 차관을 주려면

영국수출신용보증국(ECGD)의 보증을 받아야했어요.

그런데 출신용 보증국 총재는 배를 살사람의 계약서를 가지고와야

승인해 줄수 있다고 했지요 만약 내가 배를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작은배도 아니고, 4~5천만달러 짜리 배를

세계 유수 의 조선소들을 다제쳐 놓고 선박 건조 경험도 전혀 없고

또 조선소도 없는 당신에게 배를 주문하겠읍니까?

설사 당신네가 배를 만들수 있다해도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원리금을 갚을수 있겠소? 입장을 바꾸어 당신이 나 라면

배를 주문할 사람이 없는데 보증을 해주겠소?

그러니까 배를 살 사람이 있다는 확실한 증명을 내놓지 않는 이상

나는 차관을 승인할수 없소

정말 난감했지만 정확한 지적이었지요.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도 가난한 나라였어요.

그런 가난한 나라에서 배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몰라요.

배를 만든다고 해도 그 배를 믿고 사갈 사람이 없었던 것이지요.

정주영은 다시 울산 미포만의 황량한 바닷가의 사진을 꺼내놓고

깊은 시름에 잠겼지요. 정말 내가봐도 한심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면서 자신처럼 정신 나간사람을 찾아야 했지요.

그렇지만, 내가 누구냐? 천하의 정주영 아니냐?

여기서 무너질 내가 아니지 !!

그날부터 마음을 다잡아 먹고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소에서

만들 배를 사줄 선주를 찾아 나섰던 거지요.

허허 벌판 모래사장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당신이 내 배를 사주겠다고 계약만 하면 내가 영국에서 돈을 빌려

이백사장에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어주겠소!

미친놈 취급당하기 딱맡는 말이었지요

그런데 한번 만나고 두번 만나고 세번 만나니까

그런 정신 나간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다름아닌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이었던 그리스의 리바노스였지요.
리바노스가 정주영의 배포를 믿고

미포만 백사장 사진만 보고 계약을 했어요.

선박에는 세계적 리바노스지만 정주영의 사람 됨됨이에 밀려

파격적으로 정주영과 계약을 맺었지요.

하지만 정주영 역시 그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 했어요.

틀림없이 좋은 배를 만들어 주겠다. 대신 배값을 싸게해주겠다

만약 약속을 못지키면 계약금에 이자를 얹어주겠다

그래서 계약금은 조금만 받겠다.

우리가 배를 만드는 진척 상황을 보고 조금씩 배값을 내라

우리가 만든 배에 하자가 있으면 인수를 안 해도 좋고

원금은 몽땅 되돌려주겠다!!

정주영은 리바노스가 보낸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에 있는 그의 별장에 가서 유조선 2척을 주문받았지요.

이렇게 해서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하네요.

정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신화적인 이야기지요.

뒤부터 정주영은 부하직원이 어렵다고 하면 해보기나 했어? 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하지요.

정주영은 귀국하여 곧바로 박정희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어요.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정문앞까지 달려나와 그를 맞았지요.

그때 지도를 놓고 볼펜으로 그리며 본인의 구상을 설명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며 비서들에게

정회장이 볼펜으로 그리는 대로 공장을 짓게 해주고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라고 지시했다 하네요.

훗날 박 대통령은 울산 현장에 자주 들러 막걸리를 나누며

정주영을 격려했다하지요.

하지만 그건 준비 작업에 불과했어요, 먼저 배를 만드는 조선소를 짓고

그 조선소에서 다시 배를 만들어야 했지요.

그러나 정주영은 이때 그의 특기인 역발상 창의력을 발휘했어요.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만들기로 한 것이지요.

조선소는 조선소이고, 선박 건조는 선박 건조다.

반드시 다 지어진 조선소에서

박을 만들어야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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