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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감회가 깊어서...

2020.10.09 09:06

박문태 조회 수:80

      책 좀 읽어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한글날에 태극기를 걸어야 한다고 아파트의 국기게양대를

    손 볼 것이다. 나는 방금 새벽 다섯 시에 7층의 아파트에 태극기를 제대로 펼쳐 揭揚했다. 아파트의 가로수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행동하는 양심으로 모범을 보였으니 스스로도 흡족해 한다.

 

    우리 동창 여러분들은 ‘국립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출신들이니까 더욱 더 잘 알고 있겠지만 노파심에서

  확인해드립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께서 1443년에 頒布하셨습니다. 人類文化史的으로도 기록되어야 할 소리글자입니다.

  이것은 세계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우리의 자랑입니다.

 오늘 새삼스레 한글날 이야기를 들추는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 35년 동안 공개하지 못한 일입니다.

  1978년 가을 학기에 미국뉴욕주립대학(SUNY at Albany)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때 소인은 38세였습니다.

  TOEFL(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시험,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 시험, 문교부 유학자격시험까지 다 보고

정식 입학하였습니다. 첫 학기에는 장학금을 못 받아 비행기 삯, 등록금, 기숙사 비용 등을 납부하고, 돌아올 때, 1985년 가을에는

약간의 돈까지 벌어왔습니다. 꼬박 7년을 혼자서 보냈습니다. 수준 미달의 지능이죠.

 유학 중, 대학원의 통계·전산실에서 조교로 일을 하였습니다. 박사과정의 학생들에게는 자격조건으로 제2외국어(독어, 불어,

  스페인어, 일어. 한국어는 없었음)나 컴퓨터 수강과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 있었는데, 동남아 지역의

  대부분 유학생들은 컴퓨터 履修를 선택했습니다. 이 일로 상당수의 외국 학생들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컴퓨터 학점을 받기

위해 통계·전산실에서 소인의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때 많은 내국인이나 외국 학생들이 소인한테, “너희 나라에서도

알파벳을 쓰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잡담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 ‘나랏말’이 있고, 자랑스러운 ‘한글’이

있다고 간단히 대답해주다가, 몇 년을 보내면서 이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영어 알파벳을 빌어다 자기 나라말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정하고 ‘가·갸·거·겨’ 표와 닿소리, 홀소리 표 두 장을 만들어놓고, 너희 나라에 문자가 있느냐는 잡담 질문을 받으면, 한 30분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옆에 앉혀놓고 간단한 한글 표기법과 몇 개의 낱말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것이 학교 안에서 소문도 나고

아는 학생들도 많아졌던 그 외의 일화는 생략하고, 그때 문득 사무실의 소인의 책상 모퉁이에 메모를 해둔 일이 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학교에 제출할 때, 꼭 ‘한글요약’을 넣자는 것이었습니다. 학과에서 학위논문발표와 aural defense를 마치고,

대학의 행정담당 학장에게 규격에 맞춘 논문 원본을 제출하는 자리에서 조그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대학마다 다른 형식이 있겠지만 소인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이 행정담당 학장이 박사학위 논문은 일일이 검토를 했습니다.

소인의 논문 원본을 제목부터 펼치더니, 본인은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기특하다는 표정이었겠지만, 논문의 인사말과

서 너 페이지를 넘기다가 ‘한글 요약’이라는 페이지와 생전 처음 보는 암호(?), 공산당 선언일지도 모를 페이지를 보면서

  무엇이냐고, 의심과 호기심의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소인이 침착하게 설명을 했더니 그 페이지는 빼놓고 인쇄하여 제출하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옥신각신 argument(論爭)가 벌여졌습니다. 장황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그 학장의 제안이 ‘너만 예외로 받아 줄 테니 하나만 약속하자.’이었습니다. ‘뭐냐?’고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에게 얘기하지 말라. 중국사람, 아랍사람, 모두가 이렇게 쓰기 시작하면 통제 불능이 된다. 약속하겠느냐?’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렇게 하겠다고, 힘 있게, 'Yes, I do!' 한 것이 이렇게 35년이 되었습니다. 그 ‘한글요약’의 본 문에는 우리말 번역이 어려운 부분을 생략하였습니다. 끝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 자랑하나 하겠습니다. 소인의 박사학위 논문에는 단 한 줄의 표절이나, 지도교수의 영문 潤色이 없습니다. 진짜 made in Korea입니다. 더구나 ‘한글요약’은

존경하는 이승만 대통령도 프린스톤 대학의 논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제 나라 말과 문자로 연구한 결과를 표현할 수 있게 해주신 세종대왕께 머리 숙여 감사함을 드립니다.” 1985  박 문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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