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한국에 들어갑니다
2020.08.22 03:59
한국에 들어간다는 글을 왜 올리나, 하고 의아해 하시는 친구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제 경우는 조금 색다른 것 같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리는 것이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1995년부터 작년 말까지 약 26년 동안을 주로 한국에 사신 거 아시죠. 그 동안에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약 3년 간 미국 샌호세에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었죠.
그러다가 작년 10월에 분당 아파트를 팔고 유타로 돌아갔죠. 유타에 살면서 여행을 옛날 같게 길게는 못하지만 계속하고 가을에는 약 2개월 씩 한국에 나와서 머물겠다는 계획이었지요. 그런 얘기를 친구님들 몇 분에게 말씀 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유타에 와서 1년을 살아보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유타 생활이 너무 재미 없어요. 주된 이유는 친구가 없어요. 옛날에 있던 친구들은 타계했거나 자식들이 사는 타주로 떠났어요. 아직도 한두 명 있기는 하지만 별로 통할 만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은 우리 나이에 쉬운 일이 아니구요. 그리고 다 큰 손주들과 친구 할 수도 없구요.
그래서 다시 옛날 같이 한국에 나가서 살려고 합니다. 26년 간 산 한국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와이프가 섭섭해 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유타를 떠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는 사람이니 어렵죠. 그런데 이번에는 사는 방법을 조금 바꾸어서 한국에서 가을, 겨울, 봄을 살고 유타에서 여름을 살렵니다. 이번에 이곳 산장에서 살아보니 유타 여름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크리스마스 때는 한 2주간 유타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올해는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줌"으로 때워야 할지 모르겟지만요.
그렇게 몇 년 더 한국에서 살다가 다시 유타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9월 2일 귀국하면 14일 동안 정부에서 지정하는 시설에서 격리생활을 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명동 근처에 한달 동안 살 수 있는 조그만 호텔을 예약해두었습니다. 그곳에 한 달 머무는 동안에 서울에 대중교통으로 2시간 안에 올 수 있는 지역에 원룸을 알아볼 생각입니다. 수도권보다는 좀 떨어진 곳을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 여주, 원주, 강릉이 후보지입니다. 의외로 강릉은 KTX를 타면 1시간 반에 청량리 역이나 수서 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이제는 별로 먼 곳이 아닙니다. 혹시 친구님들이 추천하고 싶다 하는 곳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대강 얘기를 다 드린 것 같습니다. 그럼 한국에 계신 친구들은 한국에서 만나뵙고 미국에 계신 친구님들은 계속 줌미팅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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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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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0.08.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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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8.22 22:55
송기방인가 옛날에 올린 글에 노인이 되면 6가지가 있어야 잘 살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친구야. 윗 사진이 그게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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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2020.08.22 16:23
한국에 오신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물룬 환영식도 하고 만난 음식도 함께하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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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8.22 22:5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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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0.08.22 17:46
재미있게 사시는군요.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2주간의 격리생활이 답답하지 않을까요?
9월 16일에도 인사회에 못 나오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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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8.22 22:57
9월 17일 격리시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만 되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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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20.08.22 22:06
서울에서 재미있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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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8.23 04:21
그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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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0.08.23 00:01
모든 동문들이 박일선님이 오신다니 기뻐들 하시네요.
한국에서 알뜰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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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8.23 04:20
감사합니다. 근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저를 환영하려고 하네요. 좀 빠졌으면 좋겠는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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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8.23 05:44
일선이가 떠나간 자리가 한참 동안 텅 빈것 같더니만
그리도 큰 줄은 몰랐네. 불청객 코로나까지 끼어들다니,ㅎㅎ...
아무튼 반갑고, 언제나 하고싶은 삶을 가지는 일선이를
보면 대단해! -
박일선
2020.08.23 06:42
이제 많이 살아야 10년인데 하고싶은대로 사는 거 누가 뭐라지 않게지. 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시 자주 봄세. 올해는 Zoom이라는 걸로 화상 대면을 여러 번 해서 좋았지만 직접 대면만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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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흥숙
2020.08.23 13:05
박일선씨, 좋은 경치보다 친구가 더 좋군요.
살기 좋은 곳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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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8.24 00:38
노인이 잘 사는데 필요한 것 6가지 중에 친구는 들지만 좋은 경치는 안 들어요, ㅎㅎㅎ.
일선이 계획이 바뀌었구나 환영회 준비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