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지 훔쳐보기(4)
2020.06.15 11:24
필규에게(4),
極端의 철학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理致를 크게 두 가지로 풀이한다. 하나는 因果的 關係로 풀이하고, 다른 하나는 有機的 關係로 풀이한다. 필규는 더 잘 알겠지만, 세상사 모두 원인이 있고, 그 결과가 다른 것의 원인이 되는 因果關係網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有機的 關係網의 입장은, 원인을 따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은 ‘太初에 무엇’이 있어 원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끝나게 되어있는데, 태초의 그 무엇은 당장 알 수 없으니 이미 있는 것들의 관계들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눈’이 밝아야 먹을 것 못 먹을 것, 잘 가리고, 잘 가린 것을 ‘위’가 튼튼해야 잘 소화시켜 영양공급을 잘 하고, 잘 공급된 영양을 ‘혈관’이 튼튼해야 온 몸으로 잘 공급하고, 그래야 결국은 ‘눈’도 영양공급을 잘 받아 밝은 눈으로 다시 먹을 것 못 먹을 것을 잘 가린다는 유기적 관계를 보자는 것이다.
모든 물리학자들은, 누가 짓궂게 당신은 세상사 어떻게 돌아간다고 보느냐고 따지고 들면 마지못해,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실험실에서 실험을 할 수 없게 된다. 뉴턴과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假定(assumption)할 수밖에 없다. assumption은 ‘假定’, 우선 임시(假)로 정(定)한다로 飜譯된다. 證明하지 않고 사실로 믿는 상태이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빛은 직진한다’고 보았는데,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우주 공간에서는 빛도 꺾인다고 challenge했었다.
Lancaster 교수의 'assumptions'가 여기에 나온다. 그가 ‘예술(art)’과 ‘지혜(wisdom)'를 어떠하다고 보았던 평소의 믿음(assumption)이 重光의 도전을 받은 것이다. 重光의 煞풀이 춤, 호남의 살풀이 춤과는 다르게 행위예술로서의 춤을 미국에 초청 받아 가서 試演하였는데, 全裸의 몸에 약 20개의 男根을 두르고 수많은 서양 사람들, 男女 앞에서 온몸으로 쏟아내었다.
예술을 어떻게 定義하느냐? Lancaster가 동양학 교수로서 한국의 살풀이 춤을 호두까기 인형의 발레와 비교하여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못 내린다. 교육학 공부를 50년 넘게 하였어도 교육이란 무엇이다고 정의를 못 내리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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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읍니다. "빽중에 가장 쎈 빽은 뺑소니 빽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뺑소니치는게 장땡이고, 어두운 밤에 나쁜놈들 만나도 뺑소니가 최고요,
빗쟁이를 만나도 36계줄행랑이 최고란 말입니다. 나보다 학식이 높은 놈과도 마주 앉지 안는게
상책인데. 어쩌랴? 무슨생각에선지 학식높은 철학박사 박문태가 내입장을 난처하게 하십니다.
그렇다고 60년이 넘는 친구를 뒤로하고 뺑소니를 칠수도 없고, 하는수없이 선문답이라도 해야겠다.
2002년 3월 어느날 아침 광화문 교보빌딩에 있던 내 사무실로 걸레스님 중광이 낯선 청년을 앞세우고
불시에 찾아왔다. 너무나 놀랄수밖에 없던것은 당시 중광스님은 10여년전부터 "뇌축소증"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었고 앞으로 1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있었던 터라 어안이 벙벙 할 수 밖에.
스님의 설명은 이러했다. 아침에 갑자기 필규사장이(그는 나를 필규사장이라 불렀다) 보고싶어서, 곤지암에서
모범택시 대절해 타고 왔고 그 청년은 운전기사라했다. 당시 스님은 곤지암에 멋있는 너와집을 지어놓고
15년째 기거하고있었다.
한 2-3분 수인사하고 차한잔도 안마시고 홀연히 돌아간다고 사무실문을 나가다 돌아보며, "필규사장 나 괜히 왔다 간다"해서
내가 "아이고 스님 이렇게 찾아주셔서 저는 너무 좋은데요" 했더니 빙긋웃으며 "아니 이 세상을 내가 괜히 왔다 간다구"
하고는 그대로 떠났다. 그리고 꼭 3일후에 중광스님 고창률이 입적하였다.
걸래스님 중광과 나의 인연은 이미 십수년전에 우리 11회회보에 자세히 기술하였으니 생략하기로하고
중광 입적후 얼마후에 중광스님의 마지막을 지키던 옥수보살(김옥수라는 꽤 이름있던 방송작가) 에게서
연락이왔다. 중광스님의 추모집을 준비중인데, 추모집의 제호를 문의 하길래 무조건 "괜히 왔다 간다"로
강추했었다. 그렇게해서 "괜히 왔다 간다"가 출판되었다.
그리고 번역은 반역이다 했던것은 번역의 어려움과 정확성에 대한 일반론이었읍니다.
박문태선생의 번역실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를 들면,
"가시리 가시리 있고",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 이뤄하노라", 라던지
시인 구상선생님이 중광을 추모한 시의 마지막구절,
'하지만 내삶의
허덕허덕 마루턱에서
느닷없이 만난
은총의 소나기'
이런것들을 섯불리 번역하다간 작가의 뜻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할것이란
말씀이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