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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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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길이를 기리며

2022.10.22 11:04

박일선 조회 수:218

 

 
최근에 광길이가 고양시에 있는 요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손이나 잡아보고 싶어서 고양시 요양원에 수소문을 해봤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3일 전에 광길이 서거 소식을 들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소식을 듣고 나니 마음이 허전해 진다. 그리고 광길과 함께한 옛날 생각이 난다.
 
광길은 부고 2학년 때 처음 만난 것 같다. 1학년 땐 만난 기억이 없지만 만났을 수도 있다. 고교 2, 3년, 대학 때 4년 동안 김유진, 박희서, 육길원, 이희종, 정태원, 이무웅, 신용균 등과 함께 광길과 가깝게 지냈다. 광길인 대학을 졸업하고 아마 한국화약 공채 1개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나는 장래희망이던 외교관이 외무고시가 없어지면서 무산되자 "예라!" 하는 식으로 "무작정" 미국유학을 떠났다. 그래서 3, 4년 동안은 광길을 못봤다. 그 동안에 한국에선 위의 친구 그룹의 모임이 가족 모임으로 확대되어서 부모님들끼리도 친구사이 비슷하게 되었다. 우리 어머님은 특히 광길이 어머님, 희종이 어머님, 태원이 어머님과 가까웠던 것 같다.
 
광길은 1969년에 LA에서 다시 만났다. 그때 나는 막 컴퓨터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광길이는 국내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에서 새출발을 하기 위해서 "무작정 도미"를 했을 때였다. 도착 첫날 밤 광길은 내 아파트에서 자면서 이제 어떻게 할껀가를 나와 상의했다. 나라고 뭘 아나. 나도 미국 사회물정을 전혀 모를 때였다. 그땐 한국사람들 이민도 없을 때였다. 그렇지만 잠들기 전에 함께 도달한 결론은 "바닥부터 시작한다." 였다. 그것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모르지만 그길 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날 인사 차 LA 중심가 힐튼호텔에 있었던 한국화약 LA 지점에 들렸는데 지점장으로부터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명령을 (?) 받고 다시 한국화약 직원이 되어서 LA 지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지점장은 한국화약 설립자 김종희 회장의 막내동생이었다. 그래서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광길의 계획은 일단 보류되었다. 당장 직장이 생기니 광길은 좋아했다. 그러나 광길의 LA에서의 경제적인 성공은 나중에 한국화약 LA 지점을 떠나서 진짜로 "바닥부터 시작"한 다음에 왔다. 그것도 바닥부터 시작하자마자 금방 왔다. 어느 날 광길은 내 월급으론 엄두도 못낼 비까바까한 새 차를 몰고 내 집에 나타났다. 얼마 후에는 역시 내 월급으론 꿈도 못 꿀 말리부비치란 부자동네에 집을 샀다고 해서 가보니 탁 트인 바다경치에 널찍한 수영장에 으리으리한 집이었다. 그러고 보면 광길의 약 3년 간의 한국화약 LA 지점 생활은 거의 시간손해였다고 볼 수도 있다.
 
광길이 지점 일을 시작한 직후에 한국화약 본사에서 광길이 한국화약 입사동기 정하성이 (경기 55회, 서울법대) LA 지사에 파견되어 나왔다. 그래서 LA 지사 직원은 지사장 외에 두 사람이 되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LA 지사에 가서 광길이와 정하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거의 세 번째 직원이 된 것 같이 자주 갔다. 주말엔 셋이서 골프에 전념했다. 나는 결혼 전이었고 광길과 정하성은 부인이 한국에 있을 때였다. 골프는 골프채 7개로 된 미니세트를 사서 한날에 시작했다. 레슨도 안 받은 채로 필드에 나가서 골프채를 막 휘들르는 엉터리 골프였다. 정하성은 나중에 (2010년 경) 내 세계 배낭여행기를 경기 55회 홈피에 10여 년간 연재함으로서 나를 경기 55회에 알렸고 (비공식적이지만 경기 55회 동창회 임원회는 나를 경기 55회 동창회 준회원으로 결의해주었다) 경기 55회인 두산의 박용성 회장이 주선해서 내가 한 동안 두산으로부터 여행보조금을 받게 하는데 다리를 놓아준 고마운 친구였다.
 
그렇게 나는 1979년에 실리콘밸리로 이직할 때까지 10년을 광길과 함께 LA 생활을 했다. 그때 LA에 나와 광길이 다음에 이성일과 김용배가 도착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른다. 광길과 정하성 부인도 오고 나도 1970년에 결혼해서 부인들끼리도 친했다. 나는 얼마 후 LA 근교인 오렌지카운티로 이사한 다음에는 광길과 만나는 것이 뜸해졌다. 광길은 한국화약 LA 지사를 떠난 다음에는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캐나다를 거쳐서 LA에 와서 정식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생활을 했다. 그때는 주말에 골프를 치는 대신 나는 광길이 경영하는 음식점에 가서 접시를 딱아주며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광길은 힘든 음식점 일을 오래하지 않고 자동차보험으로 벼락성공을하고 기프트샾 등 다른 사업으로 손대는 것마다 성공을 하다가 한미은행 창업에 이르러서는 LA 한인사회의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광길이 LA 한인사회 최고의 유명인사란 말은 LA에 오래 산 내 여동생한테 들은 것인데 사실인 것 같다.
 
나는 1979년에 LA를 떠나 실리콘밸리로 가고 또 1985년에는 유타로 가서 1970대 이후의 광길의 LA 생활을 잘 모른다. 언젠가 광길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해서 광길이 어머니 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반했던 기억이 있다. 광길이 애들, 진선이와 진철이는, 우리 애들의 첫 동무들이었다. 그 애들도 이제는 50대일 텐데 지금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래는 광길이가 나오는 사진 몇 장입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광길일 사진으로나마 다시 만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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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가운데 광길이 주위로 이종영, 이희종, 김유진, 박희서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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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 2학년 때 우리집에서, 왼쪽부터 신용균, 나, 이무웅, 박희서, 노광길, 육길원, 이희종, 정태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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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 간 후에 시작된 연례 가족야유회, 왼쪽 끝 이무웅, 박희서, 김유진, 노광길, 오른쪽 끝에는 이희종, 정태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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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하는 노광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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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부인이 신용균으로부터 선물로 여자 내의를 받고 있고 노광길, 이희종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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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광길이 어머니, 광길이 딸 진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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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약 LA 지점 시절의 노광길, 정하성 (경기 55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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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방문한 광길이 가족, 1973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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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길이 아들 진철이가 우리 딸과 팔씨름을 하고 있는데 우리 딸이 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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