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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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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계시는 김혜자 동문 님께서  이종사촌  동생이 
극한 달인 석노기 씨의 영주 대장간  호미를 주제로 쓴 글을 보내왔습니다.
내 고향 영주의 자랑을 담은 글을 보내주시는 김혜자 님의 우정이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부랴부랴  우리 홈피에 올려봤습니다.
극한 달인이야말로
그늘진 곳에서 애환을 달래며 순전하게 소리 없이 살아온 人生의 열매라는 것을 일깨우는
 잔잔한 감동을 가져오게 하는 글인 것 같았습니다.
 
 

                       영주 대장간 호미
 

보낸사람
Haeja Kim


안녕하세요?
하와이에서 뵙고 오래간만이에요.
이종사촌 동생이 영주에 대해 쓴글이 있어서 보냅니다.

 

 

호미로 지방을 빛내게 하셨네요.
 

시간 나면 읽어보세요. 건강하세요.

 

 

 

극한달인(極限達人)

 

                            영주대장간 전경1.jpg

 

 

 

                                                         석노기1.jpg

 

 

 ◊경북 영주시 구성로 영주 기관차 승무 사업소 뒤 쪽에 「영주 대장간」이 있다. 대장간은

대게 허름한데, 영주 대장간은 그래도 번듯하다. 석노기(65)씨가 이 대장간 주인이다.
그는 주로 호미를 만든다. 차량용 고물 스프링이 호미의 원료다. 풀무질로 벌겋게 달구어진

화로에쇠를 넣는 담금질, 달구어진 쇠를 집게로 잡고 망치로, 또는 직접 만든 공작기계로

두드리는 망치질,그 단조(鍛造)의 반복을 통해 호미는 만들어진다. 그는 이 일을 68년부터

해온 진짜배기 대장장이 이다.하루 종일 매달려야 60여자루를 겨우 만든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가까운 이가 “인터넷 쇼핑 몰”에 이 호미를 올렸다. 그리고,이

호미는 2018년“아마존” 원예용품,“가드닝”(Gardening)부문 판매 “톱 텐”에 올랐다.
5천 자루 이상을 수출 했다는데 주문이 계속 밀린다.

“아마존”에는 「Young ju dae jang gan ho-mi」로 올라 있다.

호미 손잡이에는 「최고장인 석노기」라는 낙인(烙印)이 찍혀 있다.
우리나라“쇼핑 몰”에서 한 자루에 8-9천원인데 “아마존”에서는 한 자루에 15-20 달러에

팔리는「명품」이다. 석노기씨는 처음에 「”아마존”에서 호미가 팔린다고 해서 밀림에서들

내 호미를 쓰는 모양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ㄱ」자 모양으로 호미의 각을 잡고, 날의 두께는 두들김의 감으로 조절한다.

맘에 들만한 모양이 잡히면 비로소 밤나무로 만든 자루를 낀다.
이 호미를 써본 외국인들은 「30도로 휘어진 날은 처음이다. 혁명적이다.
전에는 어떻게 정원을 가꾸었나-」라고 호들갑이다. 인기가 대단하다. 중국제품이 있지만

기계로 만들어, 석노기씨의 미묘한 손 맛, 감각에는 어림도 없다.

◊2020년 1월26일, 미국 “로스앤젤리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62회 “그래미”상

(Grammy Awards) 시상식. 음반(音盤)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이 상의 공연 무대에 세계

최고의 그룹「방탄 소년단」과 인기 정상의 “래퍼”“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등장했다.

객석은 난리가 났다. 합동공연이 시작 됐다. “릴”의 대표곡 중 하나인 “올드 타운 로드

(Old town road)가 시작되고, BTS의 「메인 래퍼」 RM이 이 노래를 “리 믹스”한

「서울 타운 로드」로 이어갔다. 생뚱 맞은 “랩 가사가 관객들의--이 실황이 생중계건 녹화

중계건, 또 “유튜브”에 올랐으므로 이를 본 전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I got the homis in my bag-, Have you heard of that-, homis made of steel- from korea-
dig the be-e-est」
「내 가방에 호미가 들었지이---, 니들이 호미를 알아?---, 호미는 철로 만들고---한국거고---,
최에—고오지---,」

 

「한국의---, 덜 알려진 지방---, 철로변에서---, 손으로 두들겨 만들어 내는---, 순박한

대장장이 석노기씨의 호미이가---, BTS에 의해---,”그래미” 무대로 올라가는---,세에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이--.」

 

 

                          호미1.jpg

 

 

◊ 나는「생활의 달인」이라는 SBS 프로”를 즐겨본다. 2005년 4월에 첫 방송이 나간 장수 프로다.
이 프로에는, 한 분야에 수 십 년간 매달려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달인(達人) 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고, 수줍음 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찐빵에 평생을 건 이, 국수가 뭐라고 더 맛 있게 만들기 위해 잠도 못 자며 매달리는 아주머니,
세탁, 가죽 수선, 시계수리, 건물 외벽 청소, 상자 접기, 이삿짐 나르기 등등등--.

한 번 방송에 서너 명의 달인들, 온갖 분야에서 통달한 사람들이 등장하니 그 동안 나온 주인공들

만 어림잡아도 수 천명은 된다. 그들이 하는 일은 보기에 따라 하찮은 일일 수 있는데 왜 죽자

살자 식으로 매달릴까? 그들은 일개미처럼 단순 반복 작업을 한다. 그렇게 몇 십 년, 아니 평생을

매 달리면서 감히 누구도 흉내 못 낼「달인」이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 좌절을 견뎌 내면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믿고, 찾는다.

 

                                                                               영주 대장간 석노기 달인.jpg

 

 ◊ EBS의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이유도 같다. 이 프로는 2008년에 시작됐다.
우리 주변에, 상상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극한적 상황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거칠고, 위험하고, 그래서 힘든 일, 그런데 누군가 안하고는 안 되는 일을 묵묵히 해가는
사람들을 이 “프로”는 좇는다.
산악 구조대, 강력반 형사, 긴급 전기보수팀, 환경미화원, 택배등 물류종사자, 벌목감시인, 응급실
의사, 해양구조대, 산불기동대, 밀렵감시단 등등등---. 여기 나온이들도 수 천명은 족히 된다.

◊빵에 넣을 소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할까 별짓을 다해보는 이들,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해야겠
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이들, 그들은 그 분야의 모두 작은 거인들이다.
물론 처음에야 직업으로, 먹고 살기 위해 그 일들을 시작했지만, 그들은 스스로 성취동기를 만들어
갔고, 과정에서 오기(傲氣)를 다스리며 결국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모두 범상치 않은 끈덕진 사람
들이다. 세상 구석 구석 그런 일들이 있는지도 모를 분야에서 극한의 환경과 싸우면서 헤쳐 나아가
는 모든「위대한」 이들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돌아갈까? 「생활의달인」과 「극한 직업」인 들이 만일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삐그덕거릴까? 그들은 돌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석처럼 반짝인다. 깊은 산 속 맑은 샘물, 신선한 “피톤치드”같다.“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대구 병원으로 달려간 의사, 간호사, 자원 봉사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알아줄까 으쓱해서? 의협심(義俠心)으로?--.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이런 사람들은 사방에 있다.
일일이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힘들고 어려워 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에 더 많다.

그런데, 그들이 만들어 내는 공기 청정기가 사방에서 돌아간다. 더러워진 공기를 맑게 해 준다.

역삼투압(逆渗透壓) “필터”가 되어 구정물을 걸러줄 맑은 물을 계속 공급 해댄다.

 ◊남을 속이고, 뒤가 구린 일들을 서로 적당히 눈 감아주고, 나쁜 마음들이 세상을 휘저어 놓고,

범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이어지고, 그것만 보면 세상은 곧 무너 질 것 같은데-, 세상은 곧

망할 것 같은 데,잘 굴러간다. 「극한직업」인들과 「생활의 달인」들, 대구로 달려간 의사들,

우직한 석노기씨, 또 “텔레비전”의 이런 저런 생활 “프로”에 나오는, 전국 곳곳에서 별거 아닌

거 같은 일, 평범한 일에 대차게 달라 붙어 일하는 서민들, 자기 자리를 지키며,한눈 팔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필부필부(匹夫匹婦)들, 그들의 의지,그들의 선의(善意), 그들의 맑은 마음,

빳빳하고, 가늘지만 질기고, 때론 연약해 보이는 옹고집의 나무들, 보잘것 없어 보이는 나무들이

촘촘히 숲을 이루며 금수강산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쓰러지지 않고버티면서 앞으로 나아

가는 것이리니--.

◊혜자(惠子)가 절친(切親)인 장자(莊子-기원전 3백여년대)에게 말했습니다.
「자네 말(言)은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어 모든 사람들이 외면할 거요.」
장자가 답했습니다.
「쓸모가 없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야 무엇이 참으로 쓸모가 있는지를 말할 수 있네」
별 거 아니라고 무시 받기 쉬운 일,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물건, 무용지물(無用之物)은 결국,
무용지용(無用之用), 큰 쓸모가 되어 세상을 받쳐준다.
아!----- 오늘도 선산(先山)을 지키는 굽은 나무들에게 경의(敬意)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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