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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 마지막 기대까지 저버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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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현 정부 靑 중심 권력국가로 변질
여당은 위안부문제 두고 무책임한 발언
힘 모아 난국극복 약속만은 지켜주길

 

 

40년 전쯤 일이다. 연세대가 독일 정부로부터 당시 200만 달러 정도의 원조를
받아 공대를 증축했다. 독일 측 책임자는 한국에 와서 다른 기관에도 도움을
주었는데,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검소한 차림과 겸손한 자세의 여성이었다.
와서 머무는 동안 통역과 안내를 맡았던 독문과 K 교수가 준 3만 원 정도의
개인적인 선물을 받은 것밖에는 공사 간의 교제가 없었다. 그녀의 책임하에
큰 액수의 원조가 이루어졌다.

 

또 한 사례는, 한국유리회사가 군산에 공장을 지을 때였다. 회사는 거래 은행과
산업은행의 자금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한 간부가 찾아왔다. 산업은행보다 이자도 싸고 수속 절차를 책임질 테니까 자기들
돈을 쓰라고 해 계획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은 아시아 여러 기업체의
신용검증 내용을 갖고 있었으며 한국유리는 A급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일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언제쯤 사회 모든 기관이 선한 질서 속에서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을 느꼈다. 기본적인 상식인 ‘의무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권리가 동반하고 권리가 주어진 곳에는 의무와 책임이 함께한다’는
질서가 자리 잡힌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아 왔는가. 관·민의 관계가 상하관계로 되면서 정부는
지시하고 민간은 따라야 했다. 재무부 과장이 은행에서 만드는 고객용 달력까지
폐지시켰을 정도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밀려드는 공문 처리에 바빠 교재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중고교에서 정치이념 교육을 감행하는 전국교직원노동
조합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대학교육의 자율성까지 침해하려고 한다. 지금은
교육부가 사립대 재정권까지 관여한다.

 

직책의 상하관계는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격이나 인권의 상하관계까지 지배할 수는
없다.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가. 고위직은 권리 행사에 젖어 버리고 하위직은 의무와
책임만 가지는 폐습 때문이다. 고위직은 의무가 더 중하고 하위직에게도 응분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 인권의 존엄성과 가치는 정치나 직책에 따라 달라지거나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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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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