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어떤 평화)
2020.03.20 12:35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어떤 평화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볼일 다보고 볕 좋은 정류장에 앉아
땅이 녹고 질척이던 흙들 마르고 양지 가에 냉이 나오는 철입니다.
햇빛은 묵은옷을 벗기고 읍내로 나가는 길을 비춥니다. 마당 가득 소란하던 아이들 훌쩍커서 다 떠났습니다. 빈 들깨 대처럼 서서 어제인 듯 한참 마당을 바라봅니다. 장날이니 나가봐야겠습니다. 각 장면마다 평화가 있습니다. 일생 선하게 순리에 따라 살았습니다. 하늘의 명에 따르면 인생은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모든 풍파도 지나가면 곧 평화입니다. 막내아들 등록금을부치는 일의 뿌듯함이 힘겨움을 이겼습니다. '오후 세 시'의 기울 어가는 평화입니다. 집에 도착하면 서너 네댓 시가 될 겁니다. 그리고 곧 어둠이 올 겁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말년 봄날 하루의 자화상이 이만하면 괜찮습니다. 아마도 유사 이래 처음일 겁니다. 검부러기만 날립니다.
빈 장마당을 보면서 공부를 합니다.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대하여, 평화에 대하여. 어떤 뜻이 있을 겁니다.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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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0.03.2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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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3.21 10:26
저 역시 두 시인이 느끼는 "어떤 평화"를 읽어보면서 지나온 세월 속에 마음속 어떤 평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장 다 보고 집 가는 길 봄볕 내리쬐는 한적한 정류장에서 오수에 빠지는 것도,
손님 없는 텅 빈 장터에서 코로나만 지나가면 평화가 온다는 걸...
전쟁만 없으면 그것이 평화인 줄로만 알고 덤덤히 살아왔던 세월뿐인 것 같았습니다.
화사한 영상물도 배경음악도 목에 가시처럼 걸렸었는데... 또 곡을 못 찾아 임영웅의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넣었다가 가수만 살짝 바꾸었지요
.하마터면 친구의 애꿎은 눈을 한 번더 적실뻔 했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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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0.03.21 05:43
'어떤 평화' 일생 거의 같은 스케줄 에 살아온 칠십 노인의 평화,
머릿속에 그려 보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나만의 '어떤 평화'가 존재하고 있어
영호, 깔끔한 봄의 상징인 연녹색 디자인이 너무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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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3.21 10:34
하하 태영이 이제 우리 무거웠던 짐 다 내려놓고 볕 좋은 날
자연 속에서 반기는 계절의 평화를 맛보려 나설가? 코로나가 지나가면...ㅎㅎ
자네가 올린 홍매화 삽입했더니 너무 화사해서 어울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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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0.03.21 09:23
"어떤 평화" 구성진 노래와 함께 가슴 뭉클한 시 한편이
지나간 세월을 생각케 합니다.
텅빈 5일장이 항상 활기 가득했던 장터를 연상케 합니다.
봄을 부르는 연녹색 영상물이 그래도 마음을 환하게 하여 줍니다.
목요일마다 열심히 듣던 트로트 임영웅의 마음을 짖누르던 노래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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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3.21 10:46
아이구 동기생님,
마음 둘 데 없어 심심풀이로 올린 내 영상으로 잠시나마 동기생 님의 마음을 살짝 움직였다니?
보람입니다.하하 그런데 삽화랑 배경음악이랑 맞는게 하나도 없잖아요!
요즘 서울에도 코로나가 염려된다는 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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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20.03.21 10:06
오일 장날을 기다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시골에 사는 노인들의 마음을
정감나게 담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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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3.21 11:05
아~엄형 어느 한적한 시골길 정류장의 평화스러운 풍경을 떠올리신가 보구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언제나 법석지껄 하고 껄죽하고 텁텁한 막걸리맛 같은
시골의 정감나는 5일장은 폐쇄된 적이 오래고
장마당은 서글품이 서린 듯 을씨년스럽기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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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20.03.21 16:06
사람마다 제 나름의 평화가 있겠지요만
시골 장터에서의 75세 할아버지의 일상이 평화롭기 그지 없네요.
굳이 행복이라 말하지 않아도 행복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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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3.21 20:30
그래요, 김영은 님
5일마다 열리는 시골 농촌 장날은 어느 65세 노인에게 평화를 내리고 있습니다.
논두렁 밭두렁 흙내음 같은 시골 사람들의 소박한 인심을 만나러 나가는 날입니다.
장보러 가려면 아침 뻐스를 타고 읍내로 가야합니다.
장 다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한적한 길가 정류장에서 오후 뻐스를 기다려야 합나다.
장날 아침 눈부신 봄빛이 쏟아집니다.
텅 빈 마당에는 성장해서 떠나간 아이들의 뛰놀던 왁자지껄 하는 소리가 귓전에 울립니다.
모두가 시리도록 정겨운 평화가 오일장이 열리는 봄날 아침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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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일 시인의 '어떤 평화', 장석남의 평화, 황영호님의 평화, 이 글을 읽는
사람의 평화에 대하여 이리 저리 생각해 봅니다.
불안속에서도 잠시 찾아오는 평화를 가끔씩 맛봅니다, 저도.
영상물은 아주 화사하고 아름다운데 어딘지 처량한 기분이 드는 건 아마 배경음악 때문인 것 같아요.
임영웅이 이노래 부르는 걸 유튜브에서 우연히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