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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어떤 평화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오늘도 아홉시 버스로 장에 나와
병원 들러 영양주사 한 대 맞고
소약국 들러 위장약 짓고
농협 들러 막내아들 대학 등록금 부치고
시장 들러 생태 두어마리 사고
쇠고기 한근 끊은 일흔 다섯 살의 아버지,

 

볼일 다보고 볕 좋은 정류장에 앉아
졸린 눈으로 오후 세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력조차 쇠잔해진 그림자가 꾸벅꾸벅 존다

―이병일(1981~ )

 

                              어떤 평화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jpg

 

땅이 녹고 질척이던 흙들 마르고 양지 가에

냉이 나오는 철입니다.

 

      2020-03-18 잠실나루  이태영-.jpg

 

햇빛은 묵은옷을 벗기고 읍내로 나가는 길을 비춥니다.

마당 가득 소란하던 아이들 훌쩍커서 다 떠났습니다.

빈 들깨 대처럼 서서 어제인 듯 한참 마당을 바라봅니다.

장날이니 나가봐야겠습니다.

칠십 노인의 장날 하루 일과입니다.

각 장면마다 평화가 있습니다.

일생 선하게 순리에 따라 살았습니다.

하늘의 명에 따르면 인생은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모든 풍파도 지나가면

곧 평화입니다.

막내아들 등록금을부치는 일의 뿌듯함이 힘겨움을

이겼습니다.

'오후 세 시'의 기울 어가는 평화입니다.

집에 도착하면 서너 네댓 시가 될 겁니다.

그리고 곧 어둠이 올 겁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말년 봄날

하루의 자화상이 이만하면 괜찮습니다.

온 나라의 오일장이 멈췄습니다.

아마도 유사 이래 처음일 겁니다.

검부러기만 날립니다.

 

      장텅비 재래시장.jpg

 

빈 장마당을 보면서 공부를 합니다.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대하여, 평화에 대하여.

어떤 뜻이 있을 겁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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