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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남북전쟁 참전군 아내가 이제 사망?

그녀가 털어놓은 비밀

 

‘내가 죽은 뒤 연금받을 수 있을 것 '제안한 이웃집 할아버지와
결혼 서약 유족 압박 등으로 연금은 수령 못하고 평생 독신
비밀 결혼 사실 98세에 털어놔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

코로나 확산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등으로
어수선한 미국 사회에 특별한 부고(訃告)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남북전쟁 참전군과 결혼한 배우자 중
최후의 생존자가 숨졌다는 소식이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폐지 쪽이었던 북군(the Union) 보훈 단체
‘북군 용사들의 아들들’은
8일 “북군 소속 14 미주리 기갑부대에서 복무했던
제임스 볼린 일병의 배우자인 헬렌 비올라 잭슨(101)이 지난 달 16일
미주리주 마시필드의 웹코 매너 요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북군 용사의 아들들’은 “고인은 남북전쟁 참전군인과 법적으로

혼인한 마지막 배우자였다”고도 말했다.


최후의 남북군인 참전군인 배우자로 기록됐던
헬렌 비올라 잭슨이 지난달 101세로 사망했다. 잭슨의 생전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남북전쟁은 1861년 발발해 1865년에 끝났다.
당시 미국 지도자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었고,
한국은 조선 철종·고종 재위기였다.
동학농민전쟁보다도 30여년 빨리 벌어졌던 전쟁 참전군인의 배우자가
어떻게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이 결혼에 얽힌 곡절을 AP통신과 스미스소니언매거진이 전했다.
두 사람은 1936년 9월 4일 결혼했다.
신부 잭슨은 열일곱, 신랑 볼린은 아흔 셋이었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76살. 모로 봐도 정상적인 혼인은 아니었다.
둘은 원래 이웃지간이었다.
잭슨은 부인과 사별하고 외롭게 살아가던 이웃집 할아버지 집에
매일같이 들러 집안정리와 각종 심부름을 해줬다.
그런 소녀를 고맙게 여긴 볼린이 어느 날 황당한 제안을 했다.
혼인신고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살날이 남지 않은 자신이 죽고 난 뒤
연금 수령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답례로 연금 수령권을 주려고 청혼을 한 것이다.
이 청혼을 잭슨은 받아들였다.
당시는 대공황 시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고,
볼린은 “연금을 받아야 경제적 여유가 생겨 독립할 수 있다”고
증손자뻘 이웃집 소녀를 설득했다.

그들은 혼인서약을 했지만, 실제 결혼생활은 이뤄지지 않았다.
잭슨은 자신의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전처럼 가족들과 살았고,
자신의 성(姓)을 유지했다.
이 명목상의 결혼은 3년 뒤 서류상 남편이던 볼린이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다.
잭슨은 배우자로 연금 수령 자격을 가졌지만, 한 푼도 받아가지 않았다.
자의로 선택한 결정은 아니었다. 볼린의 전처 소생 딸이 찾아와
“연금 신청을 하기만 하면 돈을 노리고 할아버지와 결혼한
영악한 소녀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잭슨은 그렇다고 다시 결혼하지도 않고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남북전쟁 북군 후손 모임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헬렌 비올라 잭슨의 부고

잭슨은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원로로 존경받았다.
볼린과의 결혼 사실을 오랫동안 비밀로 간직하다
생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98세인 2017년이 돼서야,
장례식 준비를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개인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남북전쟁에서 대공황 등 미국 근현대사 질곡이 담긴 인생사는
역사가들에게 귀중한 구술 사료가 됐다.
그는 역사가와의 구술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해서 결합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를 매우 존경했다”며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내가 미래를 갖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2017년 잭슨의 고백 전까지 남북전쟁 참전군 배우자 중 최후의
생존자는 2008년 93세로 숨진 모디 화이트 홉킨스로 알려져있었다.
이 결혼 역시 정상적 혼인은 아니었다.
홉킨스는 열아홉살이던 1934년 당시 여든 여섯 살이고
부인과 사별했던 남군(the Confederate) 소속 참전군인
윌리엄 M. 캔크렐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캔크렐은 자신에게 나오는 군 연금을 홉킨스에게 줬고,
자신 명의의 집도 물려줬다.


150여년전의 역사인 남북전쟁은
지금도 미국에 갈등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지난 6일 워싱턴 DC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군 전투 깃발을 들고
의사당 안을 활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37년 캔크렐이 세상을 떠난 뒤 홉킨스는 연금 수령을 중단했다.
이후 다른 남성과 결혼했다.
이처럼 참전군인을 위한 연금을 고리로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젊은 여성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서류상 혼인이 상당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실제 일부 주는 이를 편법으로 보고 규정을 바꿔 남북전쟁
참전군인 배우자 연금 수령자격상 나이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전쟁 참전군인의 ‘마지막 생존 법적 아내’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본격적으로 막을 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학계에서는 참전군인의 법적 배우자들이
일부 생존해있으나 노예제를 옹호하다 패배한
남군 소속인 점 때문에 밝히기를 꺼렸다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비슷한 사례가 또 뒤늦게 밝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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