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밭
2020.04.19 22:04
올해는 코로나로 아이들도 내려오지 못하고 왠지 썰렁한 기분으로 어머님의 기일을 보냈다.
아버님은 2002년에 91세에 내 곁을 떠나셨고, 어머님은 99세로 10년전에 돌아가셨다.
두 분은 참 건강하게 계시다가 부친은 사랑방에서 혼자서 바지를 입으시다가 미끄려지셔
응댕방아를 찍고 고관절에 금이와서 거동 장애로 몸져 누으셔 끝내 일어나시지 못하시고
자식 곁을 떠나셨고,
모친은 99세까지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어느 날 가벼운 감기로 식욕을 잃고 며칠을
앓으시다가 급성 폐렴으로 이세상을 떠나셨다.
류시화의 잠언시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가슴 아리게 닥아온다,
분명히 두 분은 그 때 내 곁을 떠나시지 않았으리라!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 꼭 행복한 것이라로는 할 수 없겠지만, 맑은 마음으로 건강하게
하루라도 더 이세상에서 사랑을 베플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어찌 마다 할 수 있는가?
벌써 한식일이 보름이 지났지만 두 분이 계신 산소에 갔다 오는 길이다.
IMF때 마당 넓은 단층 집이 3층으로 바뀌고
어머님이 생전에 즐겨 가꾸시던 넓은 꽃밭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베란다 작은 꽃밭에는 꽃잎마다 어머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겹쳐온다.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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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0.04.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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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0 10:00
하하 왠지 꽃 피는 봄이 되고 거실에 꽃이 피면 늘 외갓집에서 작약 목단 꽃 박태기 꽃
원추리 매화 감나무 등 모종을 부지런히 가져오셔서 마당가에 심어놓으시고 종일 꽃밭에서
소일하시며 어슬렁 거리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답니다.
물론 집사람도 베란다의 화분에는 물도 주고 분갈이도 하지요,ㅎㅎ
아파트 창틀 보다야 조금 큰 베란다지만 제주의 정원에 비하면 우주에서 바라보는 점 하나
자구같이 작은 꽃밭이라 할까요? 하하
몰랐던 꽃 이름 많이 배웠습니다 김동연 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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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20.04.20 01:26
두 분 모두 장수하셨네. 자네도 당연히 장수할 것이고. 두 분 산소가 가까이 있는 것 같으니 얼마나 좋은가. 자네도 부모님 근처에 누을 자리가 있을 것이고. 우리 선산은 여주에 가까운 양평에 있었는데 부모님이 미국에 와서 우리와 함께 사시겠다고 처분하고 정작 미국에는 안 오시고. 나는 화장해서 재 반은 인왕산에 뿌려달라고 애들에게 부탁했다네. 어릴 때 보면서 자란 인왕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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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0 10:31
다른 분들은 다 두 분이 장수하셨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내 입장으로는 틀린말이 되어서
늘 죄스러운 마음이 가슴에 맺혀있다네.
자네 말 처럼 우리 선산은 부친이 생전에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한 3000여평 낮으막한
우리산을 마련해 두어서 다행이라네.
자네는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러나 요즘은 모두가 죽으면 화장장을 택하고 있지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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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0.04.20 08:49
영호, 글에서 영호의 효심이 절절히 흐르는군
비록 넓은 마당은 아니더라도 3층 집에 각종의 화초를 가꾸는 영호를 보니
역시 부모님의 DNA가 흐르고 있어
나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싸하고 몰려오는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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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0 11:15
아이구 태영이 효심이라니, 그리고 화초는 나는 구경만 하고있지.하하
정말이지 지난날 나는 너무 바보였거나 큰 불효를 저질렀다네,
양친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두 분 다 건강하게 계셨는데 당시만 해도
내가 너무 노인 건강에 대해서 무심했던 까닥에 두 분 모두 일찍이 이 세상을 떠나셨지,
늦게야 뉘우치고 가슴 아파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불효자가 되어서
영전 사진 앞에서도 산소를 찾을 때도 늘 죄스럽고 가슴이 아파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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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2020.04.20 12:12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절절히 흐름니다.
작은 꽃밭 정원에서 모종 하시며 가꾸시던 어머님의 손길 이 제게도 느껴 집니다.
고운 마음씨로 꽃 한송이도 소홀히 하지 않으 시는 황사장님의 정성이 곱게 곱게 피어 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들 보여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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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0 12:50
감사합니다.
곱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는 이민자 님의 댓글이 오히려 저를 부끄럽게 하는군요.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어릴 적 교실에서 입버릇처럼 외우던 시인의 말씀을 한 가닥 흥미로운 노래 가락으로만 여기고
정작 부모님 살아 실제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지나간 뒤에야 뉘우치는 못난이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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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0.04.20 21:32
코로나19로 집에 계시면서 더욱 화려해진 실내 꽃밭이네요.
부모님을 위한 효심이 대단하십니다.
너무 오래살아 애들한테 미안한 눈치 볼까봐 걱정하든차에
그러한 효심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이제 그리움을 떨처 버리시고 분주한 서울 외출을 시작하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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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0 22:09
잘 계시지요 동기생님?
아무리 큰 효심인들 부모님의 사랑만큼이나 하겠습니까?
생전에는 모르다가 가신 후에야 뉘우치게되는 것은 불효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부끄러웠지만 부모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정성을 다하지 못했던 솔직한 마음 이였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물러가고 서울 가는 고속버스도 감차와 결행이 해제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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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20.04.20 22:37
효심이 바탕이되어 가꾸는 실내 꽃 밭이 탐스럽고 화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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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1 08:41
엄 사부 2달이나 넘게 만나지 못하니 퍽 적조했소.
다음 인사회 때는 뵐 수 있게 되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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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호
2020.04.27 04:52
두분 부모님이 장수하셨지만 아들의 마음엔 미진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고
베란다의 꽃밭은 어진 부인이 정성스레 가꾸어 효심이 지극한 아드님의
부모사랑을 불러 일으키니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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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4.27 21:00
성 박사 지나친 과찬에 부끄럽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너무 몰랐답니다.
두분 모두 편안하게 돌아가시도록 못했던 것 죄스럽고 한 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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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베란다에 꽃종류도 다양하게 예쁜 꽃밭이 있네요.
효심이 대단한 남편을 둔 부인이 가꾸시는 꽃인데 어머님 얼굴만 떠올리시네요.
양귀비, 아네모네, 유채꽃, 꽃기린, 미니장미등 이름모를 화분들이 양지바른 창앞에서 줄을 서 있군요.
우리집 작은 화분들은 창틀이 자기네 밭이고, 햇볕을 받겠다고 머리가 유리에 붙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