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진격했던 마지막 老兵 "그때 통일 못한게 恨"
2020.06.23 08:01
압록강 진격했던 마지막 老兵 "그때 통일 못한게 恨" [6·25 70년, 아직도 아픈 상처] [2] "70년 전 그때 전쟁을 끝냈어야 하는데…. 후대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6사단 7연대 소속 신영진(92)씨는 70년 전 상황을 회상하며 안타까워 했다. 신씨는 당시 이등중사(하사)로 6·25전쟁 초창기 춘천지구 전투에서 활약했다. 이후 그의 부대는 북진의 선봉에 서서 압록강변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평안북도 초산의 압록강변 물을 떠 수통에 담아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냈다. 하지만 중공군의 습격에 통일을 눈앞에 두고 후퇴해야 했다. 춘천지구전적비앞에서 6사단 지익환 이병에게 당시 전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노병(老兵)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당시를 생각하면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말했다. 신씨는 "그때 전쟁을 끝냈다면 우리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그는 압록강 초산까지 진격했던 6사단 7연대 소속 마지막 생존자이다. 10m 가까이 자란 소나무 사이에서 전쟁의 상흔(傷痕)을 얘기했다. 그는 "이 소나무들은 전쟁 당시 내 키(165㎝) 남짓했고 몸통은 손아귀에 들어올 정도였다"며 "당시 총탄을 맞은 이 소나무들이 이젠 이렇게 크게 자랐다"고 했다. 신씨는 몇몇 소나무에 흉터처럼 생긴 자국을 보며 "총탄의 흔적"이라고 했다. 방어한 6사단 소속이었다. 이 전투로 국군은 북한군의 기습을 효과적으로 막고 궤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오래 살아서 미안하고, 노병을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춘천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국군이 북한군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6사단 정확하게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전투 현장을 찾아가자 과거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놨다. 그가 참전한 춘천 옥산포 전투는 6·25전쟁에서 최초로 방어에 승리한 전투다. 기관총 반장이었던 그는 진지를 구축해놓고 적을 살피던 중 우리 군 포격을 피해 강변에 몸을 숨긴 북한군을 향해 돌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속도가 생명이다. 목숨이 끊어지도록 뛰어라"라는 지시를 받고 논길로 뛰어내려가 총을 쏘고 또 쐈다. 그는 "도망가는 적을 쫓아 정신없이 뛰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방어할 수 있었던 건 치밀한 반격 준비 덕분이었다. 6사단은 부대장 판단에 따라 외출·외박이 통제된 상태였다. 신씨는 "우리는 평소 북한군에 대한 교육을 잘 받았다"며 "실전은 처음이었지만 우리의 맹렬한 역공에 북한군은 당황했다"고 했다. 6000명의 6사단 병력은 2만5000여명의 북한군 주력2군단을 맞아 기대 이상 효과적인 방어전을 펼쳤다. 춘천·홍천 지역 전투에서 우리 군은 407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북한군의 피해는 6900명 에달했다. 진격했다.신씨는 "하루는 북한군이 가마솥에 돼지 한 마리를 삶았는데 그걸 손도 안 대고 도망쳤다"며 "모두가 배불리 먹지 못하고 허기졌지만, 음식에 독을 탄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누구도 고기에 입을 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대원들과 함께 압록강 초산까지 갔지만, 중공군의 역습으로 포위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후퇴할 수 있었다. 6·25전쟁의 크고 작은 전투에 50차례 참전했던 신씨는 1951년 2월 춘천 탈환 전투에서 어깨에 심각한 총상을 입고 전역했다.
오른쪽은 충북 단양 출신의 병사였다. 신씨는 이 병사가 이날 춘천 방문에 동행한 6사단 출신의 지익환 이병의 친척 할아버지일 것이라고 했다.지 이병은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할아버지도 살아계셔서 함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동행한 유경준 대위는 "군복을 입은 자로서 선배 전우님들이 미처 전달하지 못한 교훈과 지혜를 꼭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했다.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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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0.06.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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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0.06.23 10:38
70년의 세월이 흘러가도 곳곳에 남아있는 6.25 동족상잔의 깊은 상처는 아물지 않은 체
여전히 전쟁은 계속하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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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0.06.23 11:45
"속도가 생명이다. 목숨이 끊어지도록 뛰어라"라는 지시를 받고
논길로 뛰어내려가 총을 쏘고 또 쐈다. 그는 "도망가는 적을 쫓아
정신없이 뛰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생생한 증언이 실감납니다.
얼마나 숨막히는 순간이었을까요?
신영진 노병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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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0.06.24 19:33
신영진씨의 증언이 너무 감동을 줍니다.
6.25전투의 산 증입니다.
아직도 아물지 못한 숫한 상처가 가슴을 메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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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우리의 일방적인 후퇴라고만 생각했던 6, 25 전투에서
유일하게 방어에 성공한 춘천 지역 전투가 있었다는 신영진씨의 증언은
중요한 6, 25 전투의 역사의 증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