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 자리]
이렇게 다시 글을 올리게 되네요....
2월 18일 갑자기 열이 39°~40°c..삼성병원 응급실...그날부터 21일까지의
기억은 없었다. 다만 간간히 들리는 소리는 생각이 나는 듯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은 기억 기억들....
내 나이에 장시간 그 체온에 올 수 있는 치명적인 합병증은 어쩌면 쉽게 끈을
놓을 수 밖에....지금의 어렴픗한 내 기억은 <난 아직 아닌데...할 일이...아직
정리할 일이 있는데>라는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던 흔적이 잡혔다.
김필규회장!!!
고맙소....
아이들이 급한 마음에 외삼촌(유교수)에게 급히 연락....삼성병원 응급실...병실이
없어 전문의 진료가 난감함을 전하고, 유교수 다시 김회장에게....지인과의 관계가
폭 넓은 김회장...이리 저리 수소문...응급실 박성순 찾아 다음날 바로 전문의 진료
그 일이 18일 오후부터 21일까지의 과정이었다고 식구들이 후에 전해주었다.
그리고 깨어나, 몹시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는 눈치만 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정말 다행히 염려한 합병증 없이 열이 가라앉고....혈액검사과정....골수검사과정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기관인 골수에서 생성되는 백혈구가 어떠한 이유에 의해
백혈구 암세포가 증식하는 대표적인 혈액암이라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25일 받었다.
순간....놀라움, 두려움보다는
아무말도 전할 기회도 없이 가족 친척 친구들 주변의
아껴주던 분들에 감사함도 없이 서운하게 되지 않고....
무의식상태인 그 곳에서 <난 아직 아닌데...할 일이...아직 정리할 일이 있는데>
의 남은 일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는 기쁨이 안도의 시간을 주었다.
우린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사는지...
입원중 내가 얼마나 병에 무지했는지...
백혈병...무섭고...불치...슬프고...왜 그렇게 인식된 병이었을까....
백혈병...암세포로 변형된 백혈구가 과도하게 늘어 생기는 혈액암 중 하나이지만 백혈병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그리고 약만 잘
먹으면 당뇨병처럼 관리하면서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전문의의 말을 전해듣고
1일 1회 복용하는 캡슐약 처방으로 1개월후 외래 예약....병원을 28일 나왔다.
만성기...가속기...급성기...만성기에서 급성기로 이행되는 시기는 수년에서 10년 이상까지
개인차가 있다는 말도 덤으로 전문의가 하면서 빙긋이 웃는 모습....
어쩌면 지금의 내나이를 계산하면서 하는 말인 듯 싶어....
나도 빙그레 웃으며....그래요 정리못한 것들만 정리해도 저는 충분한 보상을 받는 것이니...
전보다 더 즐겁고 명랑하게 주변분들과 어울리겠노라 속으로 다짐을 했다.
어제...오늘...2km 정도 공원 산책하고....별 이상증후 없음을...상쾌한 기분이였다.
가족들 고맙고...친구들의 고마움을 느낀 자리였다.
정말 고맙고...감사함을....
며칠간의 [머문 자리]에서 얻은 값진 보상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