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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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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머리 가시 빼기

 

10월24일 저녁의 일이다.

마침 크리스도 내일 테마여행을 같이 떠나기 위하여 신촌에 와 있고 해서 아들네 딸네

다 불러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였다.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도미머리 졸임을 아주 맛있게 잘하는 자그마한 식당이 있어 그리로 갔다.

 

커다란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나온 졸임은 처음 먹어보는 것도 아닌데 그날 따라 특별히 맛 있었다.

실은 내가 좀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간 좀 허겁지겁 먹은듯 했다.

도미 머리뼈 사이의 살점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 먹으려 하는데 갑자기 뭐가 목에 걸렸다.

어!어! 하며 내뱉으려 기침을 해 봐도 그것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며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크리스와 애들은 내가 사색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밥을 한숫갈 그냥 삼키세요”

“ 물을 한꺼번에 한컵 마시세요.” 나는 하라는 대로 몇 번 밥도 삼키고 물도 마셨다.

그러나 별 변화 없이 그것은 목구멍 바로 아래에 박힌 듯 계속 아프고 거북했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애들이 음식점 주인에게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아요”라고 물었다.

“빨리 병원으로 가세요. 전에도 그런 손님이 계셨는데 금새 빼고 와서 식사 계속 드셨어요.”

크리스와 나는 주차장까지 가지 않고 식당 앞에서 택시를 잡이 타고 곧 바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금새 빼고 와서 식사를 계속하리라. 나의 목이 많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에 들어서자 입구 앞 책상 달린 의자에 앉아 있는 두 남자가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목에 가시가 걸려서 무척 아프고 힘든다고 했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저쪽에 가서 등록하라했다.

그쪽에 가니 여러사람이 길게 줄서 있었다. 내 목의 통증은 점점 더해가는데 한시가 바쁘게 빼내야 하는데.....

한참 기다려서 얼마의 돈을 내고 등록을 하고 나니 10번 방 앞에서 기다리라 했다.

거기도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응급실에 왔으니 응급환자 일 터인데

나는 내가 제일 응급상태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입구쪽의 두 남자에게 가서

“정말 죽겠어요. 좀 빨리 들어가게 해 주세요” 그랬더니 그 두 남자는 큰 소리로 합창 하듯이

“가시 걸린 것은 절대로 응급상황이 아니예요” 라 외쳤다.

내귀에 “절대로 절대로...”가 메아리처럼 계속 들려왔다. 우리는 풀이 죽어서 기다릴 수 밖에 었었다.

병원에 오기만 하면 금새 가시를 빼줄 거라 생각하고 허겁지겁 왔는데 이건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0번 방에 들어가니 한 여자가 앉아서 무슨 생선을 먹었느냐 지금 상태는 어떠냐 등등을 묻고는

저 쪽 문으로 나간 후 A방 앞에서 이름을 부를 때 까지 기다리라 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A방에 들어가니 남자 의사 둘이 있었다. 내 입을 벌려보라 하고 목을 들여다 보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면 여기서 빼줄 수 있는데 여기서는 안된다. X-ray를 찍고 이비인후과로 가야되겠다.

거기서도 안되면 CT를 찍고 70만원 드는 내시경으로 빼내야 한다.

그것도 불가능 하면 흉부 외과로 가서 수술로 빼내야 될 것이다.” 라 했다.

아니 금방 가서 가시를 빼고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계속하리라 생각하고 왔는데

이것이 왠 말인가? 순간 앞이 캄캄해 졌다.

 

맨밥을 삼키고 물 한컵을 단 숨에 에 마시는 등의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로인해 가시가 더 아래로 내려가 문제가 어렵게 된 것이었다.

 

또 한 참을 기다리고 여러번 재촉을 한 후에 X-ray를 찍었다.

다시 이비인후과에서 부를 때 까지 기다리는 중에 아이들이 왔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아이들이 놀라서 야단이었다.

괜찮으니 어서들 돌아가라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비인후과로 갔다. 의사는 내 혀에다 거즈를 대고 혀가 아프도록 앞으로 당기면서 숨을 크게 들여마시라 하며

줄이 달린 작은 센서를 목구멍으로 넣었다. 옆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목의 내부가 다 나와 있는지

곁에 서 있는 크리스에게 보라 하였다.

“ 아무것도 안보이지요? 목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

“ 네.”

목에도 없으니 식도로 내려간 것이다. 이제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으로 빼내야 된다.

 

다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기다리는 동안에 레지던트급의 의사가 와서

내시경을 하면 동의서에 서명 해야 한다며 동의서의 내용을 설명했다.

가시를 뺄 때 가시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식도에 상처가 나거나 구멍(천공)이 날 수 도 있다.

그럴 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 되므로 내시경으로 빼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능한 모든 최악의 상황을 알려주면서

이런 상황을 알고 내시경시술을 받는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담당 의사 까지 와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의사는 모든 사후의 상황에 대하여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최악의 상황을 알려주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내용을 아는 것이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두려움과 근심 걱정으로 거의 공포에 가까운 느낌속에서  시술받게 되면 

그 결과도 부정적으로 되지 않을가 걱정이 된다. 감사하게도 크리스와 나에게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있어서 기도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는 중에 나는 응급입원실에 안내되어 침대에 눕혀지고 손등에 바늘을 꽂고 걸죽한 영양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왔을 때 처음으로 내려진 명령이 지금부터 물도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내 금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전 중환자가 되어 누어있었다. 참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도대체 이게 뭐람!

크리스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다. 그는 처음부터 나를 잘 돌봐 주고 위로 해 주었다.

“크리스 고마워요.”

 

저녁을 먹던 식당에서 병원으로 올 때 아들이 함께 오겠다고 하는 것을 내가 크리스와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때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 했을 가 궁금하다. 언젠가 크리스가 느닷없이 내게 물은 적이 있다.

“ 만일 앤이 아파서 입원 하게 되면 누가 간병해 주기를 원해?

나? 아니면 아들, 딸?”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 크리스 ! ”

 

이 대화가 생각나서 나는 아들 대신에 크리스와 병원으로 온 것이다.

이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 한 일이다.

 

응급 입원실의 침대에 누운 채로 한참동안 어디론가 가서 CT를 찍고 돌아왔다.

CT 결과 가시가 매우 꺼내기 어렵게 붙어있어 꺼낼 수 있는 지는 해봐야 알겠다고 다시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 후로 우리는 계속해서 절실하게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시경으로 가시를 빼내게 해 주소서 !!” “ 수술까지 까지 가지 않게 해 주소서!!”

 

기도 중에 다시 침대가 움직였다. 나는 드디어 내시경실로 운반되었다.

내시경 시술대로 옮긴후 왼쪽을 아래로 하고 옆으로 누운 자세로 몸을 고정 시켰다.

그리고 목 안 쪽으로 뭔가 프로폴리스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을 스프레이 했다. 약간 마취되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나서 입에다 딱딱한 둥근 물체를 넣고 귀 뒤에 고무줄로 단단하게 고정 시켰다.

매우 거북하고 힘들었다. 그러는 중에 나는 잠이 들었고 깨어 나니 병실에 와 있었다.

크리스가 빼낸 가시를 보여주었다.

 

“ 감사합니다. 하나님, 내시경으로 빼내 주셨군요.”

 

빼낸 가시는 크고도 묘하게 생겼다. 꽤 넓은 얇고 길다란 뼈 윗 부분이 날카로운 갈고리 형태로

되어 있는 가시라기 보다는 뼈였다. 의사도 환자용 퇴원요약에서 “생선뼈”라 쓰고 있다.

아마도 얇은 뼈가 윗부분의 갈고리를 살에 꽂고 착 붙어 있는 상태라 전체가 다 살 덩어리인줄로 알고

집어서 입에 넣은 것 같다.

 

내시경이 끝날 지음 아이들이 왔다 갔다고 크리스가 알려주었다. 내가 그들과 얘기도 했다는데

나는 그들이 왔던 것을 전혀 기억할 수 가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아이들은 이런 때의 여러 상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엄마가 어떻게 될가봐 무척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정보가 너무 많은 것도 탈이라면 탈이다.

 

가시를 빼낸 후에도 상태를 지켜봐야 된다고 하여 퇴원하지 못하고 병실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

응급병실도 많이 엎그레이드 되어 전보다 많이 좋아 졌으나

여전히 크리스는 의자에서 밤을 지새게 되었으니 많이 미안 했다.

 

10월 25일 아침이 되어 아들이 와서 교대하고 집에 가서 좀 주무시라고 권해도 크리스는 극구 사양했다.

그 대신 아들이 엄마의 기쁨조가 되어 드리라면서 병원 맞은 편에 있는 “신촌설렁탕”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의자에서 밤을 샌 사람같지 않게 경쾌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건강한 크리스가 고맙고 고마웠다.

 

크리스는 아침에 홍승표 총무에게 우리부부가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 오늘 테마여행에 못간다

고 카톡을 보냈고 나는 테마여행에서 보자고 약속을 했던 유정은에게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고 못간다고 카톡을 보냈다.

계속 궁금해서 이것 저것 묻는 정은에게 하도 황당한 일이라 자세한 것은 글로 써서 홈피에 올릴 것이니

읽어보라 했다. 나중에 전화를 해온 김영은 에게도 그리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나의 상태는 혈압 피검사 결과 다 좋은데 아직도 침을 삼킬 때 목이 아프고 거북하였다.

내시경때 천공은 없으나 약간의 상처가 나고 출혈도 있었다고 했다.

내가 계속 아스피린을 먹다가 그냥 병원으로 갔음으로 출혈의 가능성이 많아 계속 출혈이 있는지도 확인 해 보아야 되었다.

그래서 12시에 교수님이 회진 할 때 내시경을 다시 할지 결정할 거라 했다. 나는 계속 금식 중.

12시에 온다던 교수는 1시 반이 되어서야 왔다. 4시에 내시경을 다시하기로 하고 회진 팀이 물러 갔다.

 

또 하염없이 4시를 기다리는 중에 답답하여 두 개의 호스를 주렁주렁 매달고 본관 3층까지 걸어가 바람을 쐬고 왔다.

세브란스 병원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었다. 3층 실내에 잎이 넓고 큰 열대나무들이 들어 찬 멋진 정원을

꽤 넓게 만들어 놓고 벤취도 여기저기 보기 좋게 배치해서 병원환자들이나 방문객들이 나무 아래에서 쉴 수 있게 해 놓았다.

실로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이렇게 훌륭한 병원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마냥 기다리는 것이 무척도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내시경으로 그 큰 가시를 무사히 빼내었으니

내가 지금 이글도 쓸수 있는 것이지 그런 기술이 없는 지역에 내가 있었다면 아마도 생명까지도 잃었을지 모른다.

새삼스럽게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잘 지켜내야 할 소중한 나라다." 라고 외쳐본다.

 

4시가 되어 다시 내시경실로 실려갔다. 그런데 실컷 병원을 칭찬 한 다음에 쓰기는 뭣하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나를 내시경 대로 옮겨눕히고 준비를 하던 담당자가 하는 말,

“가시를 빼야 하는데 어떤 생선을 드셨지요?”

아니 어제 뺀 가시를 오늘 또 빼겠다니?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난 어조로 말했다.

“ 무슨 말이얘요? 가시는 어제 뺐고 오늘은 상처 출혈등 확인하는 거 몰라요?”

“ 어제는 제가 하지 않아서요.”

“ 그래도 그렇지요. 오늘 하는 사람이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와 있다는 것은 말 이 안 되지요.”

그때는 내가 호통을 쳤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4시 내시경은 교수가 직접 했고

그 친구는 준비만 하는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아니었나 싶다.

준비를 끝내놓고 한참이나 조용히 기다리더니 누군가가 오자 부지런히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척을 느끼고 나서

나는 잠에 빠졌던 것을 내가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4시 내시경 결과는 양호하여 나는 퇴원했는데 내시경 한 후의 일들은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들과 딸과 크리스와 내가 아들차를 타고 집으로 오다가 본죽 가게에

들려 잣죽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은 생각만 난다.

 

두 번째 내시경을 하는 중에 조혜옥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고 크리스가 알려 주었다.

전화해 준 친구들에게 따듯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목에 걸린 가시 하나로 일어난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크리스의 사랑과

아이들의 사랑을

다시금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였음을 감사드린다.

 

 

** 최근에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 빠져 며칠을 지내며 1,2 권을 열독하였다.

   그래서 그 소설 제목을 흉내 내어 이 글의 제목을 “도미머리 가시 빼기”라 붙였다.

​** 크리스와 앤은 강창효 씨와 나의 영어이름이다. 우리는 부르기가 편해서 보통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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