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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의 편지

2009.05.20 15:27

박희서 조회 수:214


선종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천국에서 편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생전에 몇번 진료해드린 인연을 잊지 않으시고  옛 비서수녀 김성희 유스티나 수녀님을

통해 저에게도  편지를 보내 주셨기에 동문 여러분깨 일독을 권합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수녀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 것 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  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교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을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내가 쓴 글 쏨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 사실은 2 천 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흘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 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 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입니다.

저는 손가락일 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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