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함께하는 부고인
  
함께하는 부고인
  

가을에는 그리움이

2009.09.22 12:00

김동연 조회 수:221


9월 초에 저에게 좋은 글이 한 편 도착했습니다.


바로 소개하고 싶었지만 한참동안 생각하느라 지금에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문 박문태님이 쓴 글을 함께 읽어 보실까요?  

 

 















울산제일일보 박문태 칼럼<돋보기> 9월 2일자 원고  

 

 






가을에는 그리움이







   그리움. 소리만 내어도 가슴이 잔잔해지는 말이다. 뭔가 그리워질 때의 눈빛은 아주 맑으며, 그 눈은 멀리를 바라보는 것 같지만 초점이 없다. 그리워하는 모습은 누워있거나 엎드려 있지 않고 아름 들이 미루나무에 기대어 두 발을 쭉 뻗고 앉아 있어야 제 격이다. 두 팔은 팔짱을 끼고 한 손 끝에는 강아지풀이 흔들거리고 있으면 더 좋다. 이 그늘 밑에서 며칠 전까지의 더운 여름을 잊어버리고, 시원한 바람을 귓불로 느낄 때면 가을 병의 멍한 그리움이 찾아온다.

 




   사춘기의 소녀가 한 밤 중에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쓰다가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그 곡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라도 좋고, 황병기의 이름 모를 가야금 곡이여도 좋아 문득 머리를 들어 창밖을 볼 때 일어나는 마음의 가벼운 설렘이 깨끗한 그리움이다. 사십이 훌쩍 지나 윤기 없는 얼굴로 퇴근 하는 월급 장이 아저씨가 골목길에 들어서며 담뱃불을 붙이려다 멈추고 담벼락에 붙은 빛바랜 영화 포스터 조각, 수 십 년은 됨직한 문구, ‘윤정희 ---’를 읽다가 중학 시절로 되돌아가는 마음이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기름 냄새에,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소리에, 땀에 젖은 양 볼의 짜증에 어찌 할 줄 모르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 혼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여행길을 떠나려는 마음이 울산 근로자의 그리움이다. 술 한 잔으로, 비디오 한 편으로, 컴퓨터 게임으로  달래어질 그리움이 아니다. 문수산으로, 무룡산으로 산책을 갔다 오면 조금 낳아질 병이다. 

 




  그리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갖고 있었던 것을 다시 갖고 싶은 것, 보았던 것을 다시 보고 싶은 것, 먹었던 것을 다시 먹고 싶은 것, 만져보았던 촉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것, 냄새조차 다시 맡아보고 싶은 것, 모두 과거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던 걸들이다.

 




  다른 하나는 문득 문득 생각하거나 골똘히 생각하여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구체적 상징도 없이 그냥 어떤 것이 나한테 오기를 바라는 그리움이다. 이런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추상화(抽象畵)가 된다. 나한테 소리로 다가오기를 바라며 나타내면 작곡이 된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그 일이 뒤집어지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러다가 한 세상 잘 살다가 가는 이야기로 꾸며내면 소설이 된다. 수행 중의 스님에게 떠오른 꿈의 형상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는데 시냇가에서 그 형상과 똑같은 작은 바위가 눈에 띄었으면 그리웠던 ‘미륵불’이 되어 다가온다(소설 만다라 김성동의 실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가현리에서 ‘그리움’을 주제로 작품에 몰두하고 있음).

 




  개학이 되고 검게 그을린 얼굴들이 두어 명밖에 보이지 않을 때, 선생님들은 수 십 년 전이 그리워진다.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지 못하고 더 창백해진 얼굴로 멀뚱거리기만 하면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금방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 어딘가로 가고 싶어진다. 더구나 그 곳이 버드나무 늘어지고 개울물이 굽이쳐 흐르는 시냇가라면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뛰어가고 싶은 그리움이 복 받치는 곳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그리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움이 없는 마음은 정서(情緖)가 없는 메마른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노사 화합도 이 그리움의 정서가 풍부해야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전투구(泥田鬪狗)에는 ‘그리움’이 말라버리고 아귀(餓鬼)다툼만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276 사진으로본 여학생총회 [16] 황영자 2009.09.24 259
1275 ≪ 사진과의 이야기 135 : See You Tomorrow ≫ [16] 박성순 2009.09.24 186
1274 여의도 공원 [13] 정지우 2009.09.24 203
1273 Years [5] 김재자 2009.09.24 170
1272 두물머리에서... [6] 김재자 2009.09.24 211
1271 여학생회 총회 양평(2009.09.23) [13] 이정란 2009.09.23 233
1270 남아공 웨스턴 케이프주 케이프 타운 풍경 [5] 김진혁 2009.09.23 151
1269 리비아의 원유와 우리 나라 기술이 만나면 !! [4] 전준영 2009.09.23 150
1268 네째주 목요일은 인사회 날 인데 ......! [14] 김인 2009.09.23 212
1267 . [5] 심재범 2009.09.23 153
1266 내일 9월 24일 인사회 [6] 인사회 2009.09.23 166
1265 환상적인 자연 [4] 김진혁 2009.09.22 207
1264 등산(286) [3] 김세환 2009.09.22 137
1263 lala 自由妄想 : 고민은 안하고 좋은 삶을 위해 궁리만하기 [2] file 최종봉 2009.09.22 200
» 가을에는 그리움이 [15] 김동연 2009.09.22 221
1261 . [7] 심재범 2009.09.22 160
1260 I`ll be there [1] 김재자 2009.09.22 156
1259 Reflections of Passion [5] 김재자 2009.09.22 158
1258 고목에 핀 매화 [6] 김진혁 2009.09.21 147
1257 바닷가에서 [15] 윤여순 2009.09.21 179
1256 선농기독인예배 초대장입니다.(사대부고) [2] 박창옥 2009.09.21 221
1255 등산(285) [5] 김세환 2009.09.21 141
1254 주거니 받거니 (258) / 가을 산책 - 尹拯 古宅을 ..... [15] 김영종 2009.09.21 185
1253 祝 최나연 선수가 일본 선수 따돌리고 우승하다 !! [3] 전준영 2009.09.21 158
1252 Everything I Do [4] 김재자 2009.09.21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