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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9 회 금요 음악회 / 차이코프스키의 '운명 교향곡'

Igor Markevitch, 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6개의 교향곡 가운데에서 가장 변화가 많고
또한 가장 열정적인 곡으로 뚜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순음악형식을 취하면서도
표제악적인 요소가 짙다. 여기에 나타난 것은 고뇌하여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이며
인간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치는 운명의 마수이어서
처참한 느낌을 듣는 사람에게 던져준다



제1악장 - Andante sostenuto - Moderato con anima
러시아의 광할하면서 삭막한 시베리아 벌판의 느낌을 전해주듯,
또는 인간의 고뇌를 한껏 발산하는 듯한 금관의 찢어지는 듯한 음향은 가슴을 섬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강약이 완벽하게 조절된 채 너무도 자연스럽게 클라리넷의 2주제로 연결되는데
레닌그라드 필의 합주력도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완벽한 팀웍을 보여주지만 독주연주가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빈틈없이 해결해주기에 더욱 이 연주는 빛난다.
얼음장같이 차갑고 무섭기로 유명한 므라빈스키에게 얼마나 호되게 질책을 당하면서
녹음에 임했을?하는 생각을 하면 가벼운 미소를 짖게한다.
번스타인의 이완된 여유로움도 또 다른 맛을 주지만 므라빈스키의 음반을 맛본 사람이면
사탕 먹은 뒤 수박 먹는 기분일 것이다.





제2악장 - Andantino in modo di canzona

오보에의 처량한 선율 또한 너무도 러시아적으로 느껴지고 뒤이어 배경으로 깔리는 현은 연약하지도,
그렇다고 늘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긴장감으로 부선율을 이끌어간다.
점점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과 관의 조화는 선명하게 다가오는데 현의 울림이
너무도 선명하게 다잡혀있고 음향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플룻의 춤추는 듯한 선율, 농밀한 현의 대화는 이 연주의 가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러 악기에 의해 교대로 제시되는 아름다운 선율들의 향연은 감상자를 음악으로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극히 서정적인 현의 유려한 선율과 새소리같은 플룻에서는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흐르지 않고
이 곡 전체에서 기본적인 감정으로 느껴지는 외로움과 적막감이 서정미과 오버랩되며 묘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클라이막스에서 치밀한 현의 보우잉과 관악의 투티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광활한 눈밭광경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스베틀라노프의 러시아 토속적인 울림은 므라빈스키의 모방일 뿐이다.
모방이 원조를 앞설 수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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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악장 - Scherzo - Pizzicato o stinato

피치카토는 레닌그라드 필의 수준이 빈 필에 못지 않음을 보여준다.
3악장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인 비교감상한 아바도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조금 더 냉정한 느낌의 피치카토이지만 현의 순발력있는 움직임과 관의 안정적인 참여는
스탠다드로서 손색이 없다.
현에서 살아숨쉬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매우 드문 연주인데 녹음상태마저 최적으로 이루어져 금상첨화이다.
마치 연주회장 로얄석에서 듣는 기분이 든다.
현에 뒤를 잇는 플룻을 비롯한 목관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표현해준다.
차이코프스키가 표현하고자 한 들뜬 기분을 잘 표현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템포의 설정도 비교한 음반 가운데 가장 이상적이다. 이완도 성급함도 느껴지지 않는 중용의 템포이다.





제4악장 - Allegro con fuoco

정말 숨이 넘어가는 연주이다. 이런 연주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할 정도로 빈틈이 없다.
감히 무어라 평을 논하기가 머쓱하다. 현파트는 보통보다 2배나 많은 연주자들이 현을 긁는 듯한 울림을 창출해낸다.
광대한 스케일에 금관의 포효는 귀를 멀게한다.
저음과 고음의 금관이 한치의 뒷걸음질 없이 힘있게 밀고 나가면 두터운 현이 질세라 이를 뒷받침한다.
템포는 약간은 빠르게 설정하면서 악구 하나 하나에 힘을 실어 관악기군의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
관현악의 투티를 듣고 있노라면 숨이 막힌다. 도무지 긴장을 늦출 여유를 주지않는다.
비유하자면 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처음 전쟁씬을 보면서 느꼈던 극도의 긴장감, 바로 그 느낌이다.
마구 밀려오는 음의 파도에 몸을 실어 음이 진행되는데로 그냥 맡길 뿐이다.
가장 남성적인 교향곡 가운데 하나인 이 4번 교향곡의 진정한 참맛을 느끼게 해주기에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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