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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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두 친구 이야기
2012.07.23 00:51
이야기 하나.
나는 아침마다 요구르트를 먹는다. 오경이가 씨를 주어 잘 보존하며 오래동안 먹고 있다.
그런데 며칠전 교회의 한 친구로 부터 요그르트 씨를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제 아침으로 먹을 요구르트를 준비하면서 나는 생각하였다." 오늘 이것을 좀 나누어줄가?
아니야, 나누어 주기에는 좀 적어. 다음에 새로 만들어서 주자" 하고 나는 남은 요구르트를
홀랑 다 먹어버렸다. 아 글쎄, 나의 씨까지 다 먹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좋은가? 이런 바보,바보, 바보.......
오경에게 전화를 했다. 당장 가지러 오란다. 고마운 이웃 친구.
나는 2분만에 달려갔다. 나의 집에서 오경이네 집까지 내차로 2분이면 간다.
이야기 둘
여기는 권오경의 집 베란다.
내가 오경의 아파트에 들어갔을때 베란다에는 작은 나무탁자와 작은 의자 두개가 있었고(사진에 있는 탁자와 오경이가 앉아
있는 의자. 내가 앉아있는 의자는 다른 것이다) 그 탁자위에는 저 작은 커피메이커(높이 15cm, 직경 5cm 정도) 하나만이
달랑 놓여 있었다. 내가 물었다. "얘, 저 작고 앙징맞은 것이 뭐니?" "에스프레소 커피 만드는 거야. 오래전에 미국에서 산
아주 구식이란다. 내가 와플 만들어 놓은 것 있는데 커피 만들어서 같이 먹을레?"
나중에 알았지만 오경이는 그냥 인사치례로 말한 것이었는데 나의 대답 좀 보소, "좋지. 내가 발칸반도에 가서 에스프레소만
마셨거든.그래 커피 마시자." 그래서 오경이는 커피를 만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베란다에 앉아 있고 오경이는
부엌으로 갔다. 우선 원두커피를 갈아야 하는데 커피 가는 기계(그라인더;grinder)가 어디있는지 몰라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연세대 교수인 딸과 둘이서 산다. 기계를 찾기는 했는데 갈아지지가 않아 절절맨다.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부엌으로 가서 기계를 다시 조립하고 해보아도 안된다. 전원을 체크해 보니 플러그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제 커피는 넉넉히 갈아 놓았다. 가스불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그 위에 커피메이커를 얹어서 가열하며 커피를 만드는데
오경이가 이미 커피가루를 조금 넣고 가열을 해 놓아서 기계가 뜨거워져 새로 간 커피가루를 를 더 넣을 수 가 없었다.
내가 행주를 두껍게 접어서 기계를 싸잡고 윗부분을 겨우 열어서 커피가루를 더 넣고 물도 아래통에 더 부은후 불에 올려
커피를 올려받았다. 이 기계는 희한하게 물을 아래쪽에 부으면 다 된 커피가 위로 올라간다. 어쨋던 이런 야단법석 후에
에스프레소가 담긴 작은 유리잔과 와플 접시를 베란다의 탁자위에 놓고 우리는 마주 앉았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커피냄새 향그럽고 창밖에는 우거진 녹음,
우리는 행복하였다.
작은 나무탁자와 의자는 오경이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줏어온 거라했다. 그 말에 우리는 더욱 크게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이야기 셋
에스프레소는 너무 쓰지않고 적절히 맛있었다. 거기에 홈메이드 와플은 부드러웠고 메플 시럽은 없었지만
오경표 과일 잼이 향그러워 더없이 우리는 즐거웠다. 내가 오경집에 가게된 연유에서 부터 에스프레소를
만들던 소란스럽던 과정, 줏어온 작은 의자와 탁자 등 뭐하나 재미없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웃으며 마시고
먹다가 커피가 다 떨어져 갈 무렵 오경이가 목련꽃 차가 있다 하였다. 좋지, 그차도 입가심으로 마시자
하여 목련꽃차를 마시다가 나는 어이없이 잘리어버린 우리 마당의 그 우람한 목련나무를 생각하고 마음이
슬퍼졌다. 뿌리가 너무 퍼져나가 우리집 담을 받치고 있는 옹벽이 갈라지는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그렇게도 아름답고 고귀한 꽃을 피우던 그 큰 나무를 밑둥에서 부터 몽땅 잘라버린 것이다.
그 목련 나무를 나는 심히 서러워 하노라. 그 뿐 만이 아니다 단풍나무 주목 향나무 전나무등등이 어찌나
왕성하게 마당 중심을 향하여 공격하듯 돌진해 오는지 마당은 좁아지고 그늘만 넓어져서 금년에 그 모든
나무들을 반만 남기고 다 잘라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실감나게 손짓발짓하며 나는 이야기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수다스러워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갑자기 베란다 바닥에 있는 스테인레스
다라의 물속에 앉아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작은 나무걸상에서 타일 바닥에 있는 다라의 물쿠션으로
내려 앉아 있었던 것이다. 어머 어머 하며 우리는 또 웃었다. 나는 일어나려 했으나 혼자서는 일어날 수
없었다. 친구들이 다 알듯이 오경이는 비실비실 힘이 없는 친구이다. 그러나 그의 그 작은 힘의 도움을
받아 나는 물을 줄줄 흘리며 일어났다. 다행히 나는 쿨스판이라는 요지음의 인공소재로 된 원피스와
속옷을 입고 있었다. 마른 타월로 물끼를 몇번 씻어내니 완전히 마른옷이 되었다. 분명히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의자에서 떨어졌는데 딱딱한 타일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물쿠션이 받아준것, 내가 항상 입던
면소재 옷을 입지 않아서 간단하게 젖은 옷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모두모두 고맙고 재미있었다.
오경이는 전에 그 자리에 있던 제대로 된 의자(사진에서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가져다 주며 앉으라
하더니 찍사 아니랄가봐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다가 떨어진거지?, 나무얘기,
그 얘기 다시해 보자, 그럴가? 나는 재미 있어서 그 얘기를 다시 해 보았다. 어쩌다가 떨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그저 웃웁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웃다가 우리는 같이 나가 점심먹고 또 웃으며
헤어졌다.
10년은 젊어진 어느 한나절이었다.
두고 두고 추억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그래도 다행스럽게 야구르트 씨는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댓글 24
-
신승애
2012.07.23 00:51
-
이정란
2012.07.23 00:51
보지못했는데 설명 들으니 저 수동퐅이야. 기계를 하나 고장이라고 버리고 새로 산것이 맛이 별로라고
또 하나 샀는데 그것도 저 수동보다 맛이 못하다고하데.
난 전기용 퐅을 쓰는데, 독일 사람들 대개 저 수동을 쓰는것 같애.
수동이 제일 맛있다고하네. -
신승애
2012.07.23 00:51
정란아,
그 와중에 씨를 챙겨가지고 나올 정신이 남아 있었다는 것,
그래도 그것이 우리의 희망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방문 목적까지 잊고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하면 더 재미있었겠지?
그래도 상관은 없었지. 2분 걸려 다시 가면 되니까. 이웃사촌
좋다는 것이 뭐냐? 허구헌날 드나들 수 있다는 거 아니겠니?
혜남이 기계도 요렇게 작은 거니? -
이정란
2012.07.23 00:51
오경이가 처음 시작은 얘기해서 우릴 웃겨놓으며 나머지는 승애에게 들으라했어.
낙산서 내려와 학림에서 그 얘기 들으며 깔깔깔...했지.
즐거워지면 말이 많아지쟎아. 장면이 그려진다.
하하하 난 글 끝에가서 야구르트 씨를 잊고 갔을줄 알았네.
그 씨는 나도 다 먹어버렸어. 이젠 20년도 더 된 한미요구르팅 폿으로 해.
그래 저 에스프레소 메이커. 혜남이도 기계가 고장이나서 저것으로.
기계를 새로 샀는데도 저것으로 수동으로 해먹는게 더 맛있다했어.
뜨거울 때는 압력때문에 안열리지. 오경이 말 듣고 어떻게 생겼을까 했는데 아는 모양이군. -
김영종
2012.07.23 00:51
권오경씨가 원두를 갈고 볶으며 Drip하여 espreso 를 즐긴 다고요 ???
espreso 를 즐기는건 알겟는데 손수 ????
와풀은 나도 먹고 싶은데 요즈음 휴게소에서 파는건 아니고요
너무 딱딱하고요 크림 뻐터도 물론 아니라서
구찮케 하여도 따라주는 이웃이 있는 신교수는 행복 입니다 -
신승애
2012.07.23 00:51
정란아,
오경이 보라카이에서 돌아오면 물어보자. 아무리 이웃사촌이라도
혹을 둘씩이나 달고 가는 것은 주인에게 얘기해 보아야 되지 않겠니? -
이정란
2012.07.23 00:51
와플 나도 끼자. -
신승애
2012.07.23 00:51
우리도 여동 남동 따지나요?
그냥 친구들인걸.
빈손도 괜찮지만, 불루베리 잼을 들고 가면 더 좋와 하겠지요? -
김영종
2012.07.23 00:51
그럼 빈손은 않될테니 Bluberry - Jam을
갖고 가도록 할렵니다
그런데 이리 주인 허락도 없이 그것도 남동을
????????? -
신승애
2012.07.23 00:51
딸이 만들어 주어야만 마시던 오경이가 내 덕에
이제는 에스프레소를 손수 만들어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내가 가면 언제든 만들라 요구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렇게 와플이 먹고 싶으면
영종씨 나하고 함께 오경이 집에 한번 쳐들어 가 볼가요?
와플도 에스프레소도 다 가능 할 걸요. -
연흥숙
2012.07.23 00:51
그런데 집안에서 왜 둘 다 모자는 썼는지?
난 처음 이사진을 보고 어디 놀러가서 둘이 차를 마시는 줄 알았다.
의자에서 떨어져 물로 빠진 그 사진은 없어도 본듯하다.
너희들 배꼽은 붙어있나 만져 봐.
나도 지자가 준 야쿠르트 씨를 고히고히 먹다가 실패한날 참 서운했는데
집이 멀어서 다시 가질러 가지 못했어. 넌 2분거리라 또 가져갔구나. -
신승애
2012.07.23 00:51
흥숙아 , 그렇지? 이상하지?
오경이가 느닷없이 모자를 가지고 나와서 쓰라고 하길레 그냥 썼단다.
이웃사촌이 하라니 그냥 오케이 한거야. -
이기정
2012.07.23 00:51
'야구르트 , 에스프레소, 베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까운 나무 그리고 어느 순간
물속에 주저앉은 친구' - 보지 않다고 눈에 선하다.
갑자기 지난 해 크루즈 선상에서의 우리들 모습까지 떠오르고
ㅎㅎㅎㅎㅎ
그런데 나는 지금 승애의 글 솜씨에 놀라 배도 좀 아프려고 한다. -
이정란
2012.07.23 00:51
그래 복받자. -
신승애
2012.07.23 00:51
궁금해 하지 마라.
참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
이정란
2012.07.23 00:51
뭔 재밌는 일일까 궁금하네. -
신승애
2012.07.23 00:51
기정아,
등단하신 작가님께서 배가 아프려한다니
무슨 말쌈을 그렇게 하시나이까.
그래 그때 쿠르즈에서도 우리들 바보짓 많이 했지.
ㅋㅋㅋㅋㅋ -
김승자
2012.07.23 00:51
깨소금이 쏟아지는 이웃 사촌의 한 낮,
너무 정스럽고 아름다운 모습,, 재미있게 보고 듣고 간다.. -
신승애
2012.07.23 00:51
승자야, 리움에서 만나 반갑고 즐거웠다.
네 덕분에 좋은 작품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왔어.
역시 예술작품은 자꾸 많이 보아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금 얻었단다.
이제 자주 나와라. 같이 많이 어울리자. -
김동연
2012.07.23 00:51
모자 쓴 두 여인이 이웃사촌이구나.
멋쟁이 둘이 사촌이니 얼마나 멋진 만남일까.
그런데 의자에 앉아있다가 왜 물통에 빠졌을까?
궁금하네...
그리고 물이 빨리 마른다는 내의도 희한하고...ㅎ.ㅎ.
나도 기정이처럼 배가 아프려고 해. -
연흥숙
2012.07.23 00:51
승애야, 어쩌면 사진 한장으로 이렇게 재미있게 올릴 수
있단말인가? 란 매력에 끌려서 또 들어와서 보고 웃는다.
그런데 그 커피며, 물이있는 의자, 나도 모자쓰고
앉아보고 싶다. 미리 신청할께.
옛날엔 소녀들이 낙엽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웃는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칠순들이 늦둥이가 되서 그런가봐.
흉이 아니야,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웃음거리 공개하자. -
민완기
2012.07.23 00:51
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지구가 2개반 있어야 한국인들의 쓰래기버리는 습관을 수용할수있다고
했는데 권오경여사님은 쓰래기를 재활용하시는 애국을 하셨읍니다.
신여사님은 물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우리 나이에 큰 부상을 당하여
걷지도못하는 불운이 올수도있었지만 평소의 선행을 하느님이 아셨읍니다.
감사 -
권오경
2012.07.23 00:51
그래그래맞아. 승애야 정말 많이 웃었지? 배가 다 땡기드라~글쎄, 어렸을 적처럼ㅎㅎ.
'글쎄 우리마당의 단풍나무가~ "이~렇게 앞으로 달려들어서~~..." ' 양팔을 벌리는 순간,
어머어머머~~어느 틈에 다라물에 퐁당~들어앉아 있더라 니가. 마치 알 품은 어미닭처럼..ㅎㅎ.
어유~난 놀랬어. 걱정... 근데 웃고 있더라구? 너도나도? ㅎㅎ.
에스프레소. 와플 <맹렬실습> 하겠슴다. 번개팅 날을 위해.하하하..오는자가 약속된자.
승애야 자상한 이야기 재밌게도 표현했다. 지금 와서 읽고 나는 또 웃었다. 그날생각하고하하하.. -
김승자
2012.07.23 00:51
오경이 보라카이가서 잘 쉬고 돌아 왔구나.
나도 그저께 잘 왔는데 밤낮이 바껴서 비실거리면서
승애 글 다시 읽고는 혼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는단다.
상상력이 모자라서 왜 승애가 물다라이에 빠졌는지
그림이 맞아 들어 가지 않지만 그래도 웃으워서...
기정이 말마따 승애 이야기 솜씨가 훌륭하다.
푸른 창앞에 앉은 모자 쓴 두 여인의 모습이
Renoir나 Monet가 미쳐 생각 못한 인상파 화폭이야.
두 여인의 행복한 모습, 아름답다.
아름다운 한때였다고
두고두고 추억할 순간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나는 정말 바보인가 보다.
친구들도 이글을 읽고 재미있다고 즐거워하면
그대들도 나처럼 바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