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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정성화

2016.12.30 20:51

오세윤 조회 수:156

행복

정 성화

 

 

 산동네에 살고 있는 어느 소녀가장이 TV 토크쇼에 초대되었다. 이야기 중에 소녀는 자신도 남들처럼 한번 행복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살짝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사회자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동생과 함께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친구들이 말하는 ‘바이킹’이란 놀이기구를 타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해질 거라고 했다.

  소녀의 대답을 들은 사회자는 자신이 그 비용을 댈 테니 얼마면 되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의외의 제안에 소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6,250원이라고 했다. 대공원까지 가는 버스비와 입장료, 아이스크림 값, 바이킹 값을 다 합했다고 하면서. 사회자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TV를 보고 있던 나도 어느새 목젖이 뜨거워져 왔다. 행복으로 가는데 6,750원만 있으면 된다는 그 소녀는 그런 말을 한 게 쑥스러운 듯 제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자장면 한 그릇으로도 행복하던 적이 있었다. 육남매 중 어느 누구의 생일이라든지 누군가 우등상장을 받아온 날엔 우리들에게 한 그릇씩 자장면이 돌아왔다. 비벼서 먹는 데 일분도 안 걸리던 그 자장면은 70원짜리 행복이었다. 자장면을 받아들고 죽 둘러앉아 있으면 갑자기 우리 집이 부자가 된 것 같았고, 우리들 입가에 묻은 자장면을 보며 웃으시던 어머니도 그때만큼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나는 어디서든 자장면 냄새를 맡으면 금세 행복한 기분에 빠져든다. 어쩌면 신(神)은 원래부터 행복의 단가를 이렇게 낮게 책정해 두었던 게 아닌가싶다.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을 때, 나는 이제야말로 행복을 내 손에 꽉 잡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행복은 내 손아귀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저 건너편으로 폴짝 뛰어 가버리는 게 아닌가. 일요일 아침마다 온가족을 태우고 줄줄이 아파트 마당을 빠져나가는 자가용 때문이었다. 행복은 어느새 반들반들 윤이 나는 자가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행복 찾기가 아니라 욕심 따라잡기였을 뿐이다. ‘상대적 빈곤감’이라는 것은 영혼을 지치게 할뿐 한줌의 행복도 허락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었다. 욕심이란 제 마음속에 스스로 돌을 던져 넣는 것. 마음의 수면이 일렁이고 파문이 이는 동안에는 삶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늦은 밤 현관문을 확인하면서 나란히 놓인 가족들의 신발을 내려다본다. 남편의 구두와 아이들의 운동화, 그리고 내 슬리퍼가 귀를 맞대고 서로의 애기를 듣고 있는 듯 보인다. 행복이란 이렇게 다들 무사히 들어와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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