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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덕분에 <글/ 박옥순>

2017.07.31 18:10

이태영 조회 수: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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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덕분에

 

서울사대부고로 진학하도록 나를 이끌어준 이는
내가 큰오빠라고 부르는 4회 선배 J님이다.
중3이 되어(원주여중) 고등학교를 서울로 가게 된 친구들끼리 모여
‘경기’ ‘이화’ ‘숙명’ 등 여고(女高) 이름을 들먹이며
어디로 갈까 머리를 맞대고 고심할 때
‘서울사대부고’를 알고 있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1학년 때부터 언니로 삼고 따르던 2년 선배 정호언니의 큰오빠께서
‘최고의 학교’라며 서울사대부고로 진로를 결정토록 도와주셨다.
그때만 해도 어설픈 시절이어서
중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은 남녀 공학인 부고는 ‘남학생과도 경쟁한다’
‘여학생이 불리하다’는 단정을 하고 극구 만류하셨지만
무서울 게 없던 나는 도전의식이 불끈 치솟아 교장, 교감 선생님과 싸워(?) 이기고
마침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라는
낯설고 긴 이름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야 말았다.
내가 자랑스럽게 입학한 학교가 원주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안았지만,
서울에서는 천하가 다 알아주는 ‘최고’의 학교인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통학길 전차 안에서 사람들이 내 가슴에 달린 배지(badge)를 보고
“부고? 어디 있는 학교니?”하고 물을 때면
나는 중학교 교감 선생님이 그렇게 권하던 ‘경기’에 안 간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경기’야말로 모르는 사람 없이
‘최고의 학교’로 인정하고 있었으니 나는 속은 듯 황당했다.
알아주지도 않는 학교에 다니는데 학교에서도 스포트라이트(spotlight)도 못 받고,
게다가 공부도 뜻대로 안 되고, 영어와 음악시간엔 주눅이 들어 죽을 맛이어서
잘 나가던 ‘공주’가 갑자기 적진에 끌려와 ‘노예’가 된 심정이었다.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길에서 고3 담임이셨던 최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너 많이 달라졌다. 밝아졌어”라는 말씀에
“고등학교 3년은 저에게 중세 암흑시대였어요”라고
말씀드렸을 정도로 풀이 죽어 지낸 시절이었다.
졸업하고 30여년은 ‘재미없던 부고’를 잊고 살았는데, 이게 어찌된 일?
요즘은 ‘부고동창’으로 재미있게, 활기있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
지역모임인 분수회를 비롯해서
이 모임, 저 모임으로 정기모임이 한 달에 5번,
그리고 동창회보 편집위원 모임으로 몇 번, 수시로 테마여행, 또 경조사로 분주다사.
내 모임의 과반수가 부고에 치우쳐 있다.
형제들이 하는 말, “또 부고 동창 모임이야?” “부고 빼놓곤 말이 안 돼요.”
내 노년이 부고 동창들 덕분에
유익하고 다채롭고 외롭지 않게 전개되리라곤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아들 결혼식 날과 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는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식구들이 직접 경험하게 되어
내게 가슴 찡한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안겨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최근에는 두 남자 동창의 도움으로
집안의 걱정을 일시에 날려 버린 일도 있었다.
아이디어 뱅크 신정재의 해결책에 따라 명의(名醫) 고영복의 인술의 혜택을 누리게 되어
우리 집안에는 다시 웃음꽃이 피고 나는 과분한 칭찬의 소나기를 맞게 되었다.
왕 영광! 이것이 동창이라서 누릴 수 있었던 우정 덕분인데
우리 식구들은 내가 두 친구에게 무언가 공을 세운 것이 있어서 그런 대접을 받았다고
나까지 부웅~ 비행기를 태워 띄워주니
11회 친구들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잠깐 비밀로 접어두고 모르는 척 입을 다물었다.
아는 사람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자랑스러운 학교,
그 ‘천하부고’에 입학했던 게 얼마나 잘한 일인가!
두 친구에게 전해 달라는 우리 집안의 ‘깊은 감사’를 확실히 전하면서,
끝으로 나를 ‘천하부고’로 이끌어준 큰오빠 J선배님,
긴 세월 지나 이제야 말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글/ 박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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