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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의 桃花 한 가지

2020.03.05 15:48

황영호 조회 수:214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桃花 한 가지

 

 

도화 한 가지-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3).jpg

 

 

 

물을 청(請)하니 

팔모반상(飯床)에 받쳐들고 나오네
물그릇에
외면(外面)한 낭자(娘子)의 모습.
반(半)은 어둑한 산봉우리가 잠기고
다만 은은한 도화(桃花) 한그루
한 가지만 울넘으로
령(嶺)으로 뻗쳤네.

―박목월(1915~1978)

 

박목월의 도화 한 가지.jpg

 

 

 

바위 아래, 소나무를 곁에 두고 '산 아래 첫 집'이
봄볕에 따사롭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낮엔 덥습니다.
이러한 절기에 먼 길을 가려면 땀이 솟고 갈증이
오지요.

길 가던 한 청년이 물을 청합니다.
흰 사발 가득 물을 떠 내오지만 맨손으로 건넬
수는 없어 팔모반상에 예(禮)를 갖춰 건넵니다.

예와 함께 살던 시대입니다.
갈증이 아무리 깊어도 그냥 벌컥거리며 삼킬
수는 없습니다.
이성이 부끄럽던 시절이니 처녀는 얼굴을 먼
산에 둡니다. 그 모습이 눈부셨던가 봅니다.
물그릇 속이 문득 산봉우리와 함께 ' 어둑'합
니다. 그리고 마음엔 한그루 분홍 복숭아꽃이
번져옵니다. 시쳇말로 '심쿵'입니다. '울넘으로'
'嶺으로' 뛰어 달아납니다.
몰래 큰 숨을 쉬어 가라앉혔을 겁니다.

이 더할 수 없이 절제된 침묵의 소란 속에서
아린 사랑의 감정을 봅니다.
복사꽃 피듯 은근한 물 위의 얼비침이
'사랑의 거처'라고 믿습니다.
이 소란한 침묵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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