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비리그 갑니다” 美 할렘가 학생들, ‘K교육’ 덕에 눈빛 달라졌다
2024.04.30 08:55
|
“아이비리그 갑니다” 美 할렘가 학생들, ‘K교육’ 덕에 눈빛 달라졌다 한국식 교육 도입한 빈민가 학교, 아이비리그 보내는 美 명문고로
조선일보 / 박혜연 기자 고유찬 기자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아이스크림 가게.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Democracy Prep Harlem High School)’ 학생 10여 명이 수박 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시스리애니 카스티오(17)는 ‘홍대 원조’라고 쓰인 아이스크림 가게 광고를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읽었다. 레게 머리를 한 키라라 로사다(17)는 “학교 수업 시간에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던 홍대를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거리 곳곳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는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 빈민가인 할렘 지역에 있다. 지난 2005년 ‘한국식 교육’을 통해 할렘가 청년들에게 꿈을 찾아주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오후 3시에 귀가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저녁 7시까지 자율 학습을 시킨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한국 문화·예절을 배우며, 교복도 입는다. 2007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수 합격했다.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의 성공을 두고 미국에서는 “한국식 교육이 빈민가 아이들 성공의 사다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의 이번 수학여행은 자신들이 미국에서 벤치마킹한 한국식 교육을 직접 보고, 문화를 체험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다. 10~11학년(고교 1~2학년) 300여 명 중 한국어 우수자로 선발된 70여 명이 한국 방문 기회를 얻었다.
카스티오는 재작년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이번 수학여행에 선발되려고 지원서도 한국어로 썼다. 카스티오는 “한글을 익히며 한국에는 모음 하나하나에도 역사적 배경이 있을 만큼, 역사와 조상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고 배웠다”며 “나 역시 뿌리를 잊지 않고 내가 살아온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대학에 진학해 정신의학과 약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카스티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그는 “한국 고등학생들은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일이 많다고 배웠다”며 “나도 분 단위로 공부 계획표를 짜고 미분적분학과 물리학 등 어려운 과목을 예·복습한다”고 했다.
로사다는 “할렘에 살며 어려운 환경 때문에 범죄에 손을 대는 이웃들을 봤다”며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서 형사법과 범죄심리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는 프린스턴 대학교를 찾아가 한국인 재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 방법도 전해 듣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며 “직접 한국에 오다니 정말 꿈만 같다”고 했다.
데모크라시 프렙 할렘 고등학교 한국어 교사 임지민(37)씨는 “학생 대부분이 흑인·히스패닉 등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고, 한 부모 가정 비율도 20%가 넘는다”며 “마약을 해본 학생들도 있고, 주위 친구 중 갱단 멤버가 있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이 학교 교사로 일한다는 건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이상을 의미한다”며 “학생들의 생활 습관을 바꿔주고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임씨는 “하지만 학생들이 작은 것부터 이뤄나가며 성취감을 느끼고 점차 공부에 맛을 들이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처음 들어왔을 때 어둡던 학생들의 눈빛이 학교를 다니면서 반짝이는 걸 보면 언제나 힘이 난다”고 했다.
화학 교사 켈리 버크(28)는 “뉴욕 어디에도 이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명감을 가지고 교사로 지원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학교 모토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가족도 사회 누구도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갈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며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 모습을 보면 교사 일이 무척 보람차다”고 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계속됐다. 서울은 물론 대구 등 지방도 방문했고, 한국 대학 축제도 찾았다. 자매결연 학교인 청도 이서고등학교에서는 한국식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봤다. 학생들은 “한국 친구들과 K팝도 따라 부르고 함께 고민도 나눴다”며 “한국의 추억과 기억을 간직하며 미국에 돌아가서도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
댓글 2
| 번호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
| 18451 |
대륙을 내달리며 마상 묘기...중국 승마여신의 정체
[3] | 엄창섭 | 2024.05.05 | 160 |
| 18450 | My Way < 프랭크 시나트라 1971년 라이브> [2] | 심재범 | 2024.05.04 | 142 |
| 18449 | 석촌호수에 나타난 라프라스와 피카츄 [6] | 김동연 | 2024.05.03 | 176 |
| 18448 | 조명 뒤가 익숙한 거인 김민기 [3] | 김필규 | 2024.05.03 | 148 |
| 18447 | 실재로 존재한다고 믿기지 않는 마법의 장소 20곳 [6] | 김동연 | 2024.05.02 | 189 |
| 18446 |
2024년 겨울철새
[12] | 김승자 | 2024.05.02 | 143 |
| 18445 | 여러분의 생각은.. [1] | 최종봉 | 2024.05.01 | 148 |
| 18444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2] | 최종봉 | 2024.05.01 | 98 |
| 18443 | 방랑시인 김삿갓 [1] | 최종봉 | 2024.05.01 | 73 |
| 18442 |
별난 산책, 서울약령시의 경동시장과 한의약박물관 탐방
[4] | 이태영 | 2024.04.30 | 162 |
| 18441 | 나의 산책길 [8] | 황영호 | 2024.04.30 | 172 |
| » | “아이비리그 갑니다” 美 할렘가 학생들, ‘K교육’ 덕에 눈빛 달라졌다 [2] | 엄창섭 | 2024.04.30 | 153 |
| 18439 | 日에 한국을 홀딱 넘기려던 美 대통령 [3] | 김필규 | 2024.04.29 | 141 |
| 18438 | 중국 광저우 덮친 토네이도 [1] | 심재범 | 2024.04.29 | 93 |
| 18437 | 2014년 유럽 여행기, 덴마크 편 - 수도 Copenhagen 아들과 함께 [2] | 박일선 | 2024.04.28 | 76 |
| 18436 | 2024 Honorary Starters at the Masters [2] | 김필규 | 2024.04.27 | 160 |
| 18435 | 4월의 대공원 산우회 [5] | 이은영 | 2024.04.27 | 140 |
| 18434 | 선과 악의 본질 [6] | 최종봉 | 2024.04.27 | 112 |
| 18433 | <서울숲>을 걸었습니다. [10] | 김동연 | 2024.04.25 | 185 |
| 18432 | “광복 100주년 화성에 태극기” 우주항공청 닻 올렸다 [4] | 엄창섭 | 2024.04.25 | 174 |
| 18431 |
송파의 대표적 문화공간 '송파책박물관'
[4] | 이태영 | 2024.04.23 | 169 |
| 18430 |
신록의 계절
[4] | 김영은 | 2024.04.23 | 148 |
| 18429 | 흰모란 일기 [6] | 김동연 | 2024.04.22 | 149 |
| 18428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 | 최종봉 | 2024.04.22 | 138 |
| 18427 | 읽기만 해도 근심이 풀리는 글 [3] | 최종봉 | 2024.04.22 | 102 |
조수미, 뉴욕 할렘 고교생들에 무료 희망콘서트…
다같이 “아리랑”
김현수 특파원 2023. 10. 25./ 동아일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할렘에 있는 데모크라시프렙 할렘고등학교 지하 강당에서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학생들이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강당에 모인 학생 300여 명 중에는 ‘아리랑~ 저리랑~’ 하며 장난치는 학생도 있었지만 이내 조 씨의 열창에 한국어로 “사랑해요”를 외치며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였다. 학생들을 위한 조수미 씨의 무료 ‘희망 콘서트’였다.
조 씨는 “요즘 세상에 어려운 일도 많고, 뉴욕에서도 (인종 간)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음악을 통해 모든 것을 초월하는 하나 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프로그램에 없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가운데 ‘세상의 산을 모두 올라가요(Climb Every Mountain)’를 젠스 리데만의 트럼펫 연주에 맞춰 선보이자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조 씨는 “노랫말처럼 학생들이 꿈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공연 후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데모크라시프렙은 자율형 공립학교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많지만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해야 하고 성적 우수 학생은 한국 여행을 보내준다. 한국에 다녀온 적 있다는 조셉 조코토예 군(17)은 “한국 말과 역사를 배우는 것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늘 공연도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