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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대부분이 75세 이상...

日시골마을 '할머니 비즈니스'의 기적

 

할머니 손맛담은 음식, 소소한 일상 담은 신문

'우키하의 보물' 사업 줄줄이 히트, 전국 화제

"노인은 짊어질 짐 아닌 함께할 동료"

 

김동현 기자/ 조선일보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시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 사원들이 지난달 11일 마을 뒷산에서 들풀 채취에 나섰다. 이날 채취한 들풀은 식품 개발에 쓰인다. 2019년 설립된 '우키하노타카라'는 직원 20명 중 대부분이 75세 이상 '할머니'들이다./인스타그램

 

한국인도 많이 찾는 일본 유명 관광지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市)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1시간 30분쯤 달리면 나오는 한적한 시골 마을. 인구 2만6000여 명 중 36%가 65세 이상인 이 ‘초고령 마을’에 최근 고령화를 ‘극복’이 아닌 ‘활용’의 대상으로 삼은 스타트업(신생 기업)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오카 지역 방송 RKB는 최근 “후쿠오카현 남동부에 있는 한가한 시골 마을 우키하시의 한 신생 기업이 하는 사업마다 히트를 치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2019년 설립된 식품 제조 업체 ‘우키하노타카라(うきはの宝)’. 한국말론 ‘우키하의 보물’이라는 뜻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20명 중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할머니’들이라고 합니다. 직원 연령이 20세부터 93세까지로 다양한데, 그중 20~40대는 6명에 불과하다죠.

 

지난해 12월 3년 동안의 개발을 거쳐 출시한 '수제 꿀 고구마 말랭이'를 선보이고 있는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 사원들. 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시에서 활동하는 이 스타트업은 직원 20명 중 대부분이 75세 이상이다./인스타그램

 

이곳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은 매일 아침 9시 저출산으로 폐원한 지역 보육원에 출근해 고구마를 말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2019년 설립 당시엔 ‘할머니가 일하는 식당’이란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이듬해 코로나로 휴업했고, 현재는 식품 개발과 제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1년 출시한 ‘만능 조미료’는 한때 주문이 쇄도해 발송까지 수개월이 걸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는데요. 이 밖에도 간식·반찬 등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식품들이 가격·품질 등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지역 농가와의 협업으로 출시한 ‘수제 꿀 고구마 말랭이’는 넉 달 만에 매출이 500만엔(약 4400만원)을 웃돌았습니다. 이 상품은 올 2월 지역 식품 콘테스트에서 최고상(賞)인 후쿠오카현 지사상을 받았죠.

 

지난해 11월 창간된 일본 '바짱(할머니) 신문' 기자들이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후쿠오카 지역 언론 사삿토토(ささっとーと)

 

우키하노타카라는 식품 사업 성공에 힘입어 최근 고령자 취업 컨설팅과 강연 등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11월 창간한 ‘바짱(ばあちゃん·할머니) 신문’입니다. 월 1회 발행되는 12장짜리 타블로이드지(일반 신문의 절반 정도 되는 작은 신문)로, 지역 특산 요리법과 할머니 사이에서 최신 유행하는 패션·헤어스타일 등이 주로 소개됩니다.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모든 과정이 할머니들의 몫이죠. 올해로 85세인 요시마스 기리노씨는 10년 전 놓은 붓을 다시 잡고 특기인 ‘서예’를 살려 특집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바짱 신문에서 가장 인기인 코너는 ‘인생 상담’. 주민들이 연애, 친구 관계등 저마다의 고민을 제보하면 할머니들이 ‘지혜’를 발휘해 해답을 제시해주는데요. 예컨대 ‘친구에게 욕을 먹었을 땐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나요’(19세 여성)란 고민에, 구니타케 도키에(77) 기자는 ‘그럴 땐 꾹 참고 나무아미타불을 세 번 되뇌이세요. 마음이 진정될 겁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본 월간지 '바짱(할머니) 신문' 지난 5월호 표지. 바짱 신문은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모두 '할머니'들이 맡으며, 주로 지역 특산 요리법과 할머니들 사이 유행하는 패션·헤어스타일 등이 소개된다./우키하노타카라

 

이러한 할머니들의 소소하면서도 독특한 일상 이야기가 주변 지역에도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바짱 신문의 발행 부수는 지난 3월 말로 1만2000부를 돌파했습니다. 전국에서 관심을 가진 프리랜서 기자들의 도움으로 도쿄·오사카 등 전국 15곳에 지국도 설치했고요. 바짱 신문의 연간 구독료는 배송료를 포함해 5640엔입니다. 지역 방송 RKB는 우키하노타카라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이 ‘자원 봉사’가 아닌 보수를 받는 엄연한 ‘직원’이라는 점에서 다른 노인 복지 단체들과 차이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바짱 신문에 글을 쓴 할머니는 2000~5000엔의 기고료를 받고요. 식품 연구와 제조 등 다른 업무를 하는 할머니도 시간당 941엔을 받고 있습니다.

 

오오쿠마 미츠루(44·맨 왼쪽) 일본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 설립자 겸 대표가 최근 사원들과 찍은 기념 사진/인스타그램

 

우키하노타카라를 차린 오오쿠마 미츠루(44) 대표는 “20대 시절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것을 계기로 회사 설립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과거 디자인 일을 하던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4년간 입원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실의에 빠진 그를 격려해준 것이 같은 병원에 있던 할머니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크게 좌절한 내게 (할머니들은) 아무런 동정심 없이 다가와 줬다”며 “그들 덕분에 ‘다시 한 번 살아보자’고 결심했고 이후 그 빚을 갚으려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했습니다. 오오쿠마 대표는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노인을 현역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짐’처럼 취급하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은 짐이 아닌 함께 (고령화) 위기를 극복할 동료들로, 얼마든지 이들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죠.

 

오오쿠마 미츠루(44·오른쪽) 일본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 대표가 '바짱(할머니) 신문' 독자를 만나 찍은 사진/인스타그램

 

특히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자원 봉사와는 다르다”며 “할머니들의 오랜 지혜와 기술, 무엇보다 그들만의 의욕을 부가가치로 삼아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했죠. “할머니들에게 ‘죽을 때까지 일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을 통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키하노타카라는 향후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500명의 ‘할머니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일본 매체들은 우키하노타카라의 성공적인 ‘할머니 비즈니스’가 전국에도 화제가 되면서 오오쿠마 대표에게 강연회와 사업 지원을 의뢰하는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고령화 연구팀도 우키하시를 찾아 이곳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을 인터뷰하고 갔다고 하는데요.

 

일본 '바짱(할머니) 신문'을 읽고 있는 후쿠오카현 우키하시 주민/인스타그램

 

RKB는 “고령화 문제는 지역,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심각해지고 있다”며 “우키하노타카라의 ‘할머니 비즈니스’처럼 노인들의 잠재력을 활용해 이들이 삶의 보람과 보상을 누릴 기회가 많아진다면, 세상은 더 행복해질지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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