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유산' 소록도
2024.07.22 10:37
'역사 유산' 소록도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
구약성서 레위기엔 한센병에 대한 인류의 오랜 공포와 혐오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의사는 물론이고 환자조차 스스로 ‘부정한 자’라고 선포해야 한다. 세상은 그들을 사회 밖으로 내치며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부당한 혐의까지 덧씌웠다. 시인 서정주는 한센인들이 당한 억울한 차별과 그로 인한 울분을 시 ‘문둥이’에서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고 썼다.
▶우리에겐 그런 아픔의 결정체가 소록도였다. 1916년 일제가 이곳에 자혜의원을 세운 뒤 오래도록 금단의 땅이었다. 육지와의 거리가 1㎞가 채 안 되지만 발길이 끊겼다. 환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가 80여 명이 학살당한 비극의 땅이었다. 부모와 자식은 수직 감염이 안 되는데도 강제 낙태와 출생 후 강제 격리 같은 인권유린도 지속됐다. 1년에 한 번 체육대회라는 명목으로 부모 자녀가 상봉하는 날이면 섬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다.
▶사회에서 외면당한 것과 달리 문학과 영화에선 단골 소재였다. 극한 상황을 딛고 인간애를 표현하는 작품에 주로 쓰였다. 영화 ‘벤허’에선 주인공 벤허가 복수심을 버리자 그의 어머니와 누나가 이 병에서 벗어난다.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선 사회의 냉대와 편견을 딛고 일어서려는 소록도 한센인들의 분투가 그려졌다. 1940년대 초 ‘완치 가능한 질병’이 되면서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생긴 덕분이었다.
▶소록도는 고귀한 인류애를 간직한 섬이다. 수많은 헌신의 사연이 있다. 그중엔 1960년대 초부터 이 섬에서 한센인을 돌본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노쇠해져 더는 환자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올 때 가져왔던 짐만 챙겨 돌아갔다. 그 사연이 최근 다큐 영화로 제작돼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을 한센병 퇴치 국가로 분류한다. 의술 발전뿐 아니라 이런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가 소록도를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 국립공원 등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반인 출입이 적었던 덕분에 유지된 자연환경을 지키고, 격리·치료 시설을 역사·문화유산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소록도는 무지와 가난, 그로 인한 시행착오로 얼룩진 반면교사이자 소중히 간직할 인간애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독일은 아우슈비츠 역사를 후손에게 가르칠 때 그곳에서 자행된 악행뿐 아니라 그곳에서 한 명이라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한 의인의 삶을 함께 가르친다. 소록도도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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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4.07.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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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24.07.23 10:36
소록도... "아름다워 슬픈섬"
서럽고 서러운 사연이 쌓여있는 곳.
하지만,인류애라는 지고의 가치를 가슴에 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 이국의 두
여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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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4.07.24 22:12
우리 국민이면 소록도의 슬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무서운 한센병이 드디어 완전히 퇴치되었군요. 그리고 그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국립공원으로 만든다니 오래동안 그곳에서 슬픈 삶을 살았던 환자들과
그곳에서 봉사했던 모든 분들, 그리고 43년간 환자들을 돌본 두 외국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을 오래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
황영호
2024.07.25 06:29
한생병을 앓던 사람들,그 가족들, 하늘이 원망스럽고 세상이 얼마나 원망스러웠겠습니까?
이제 그 저주의 한센병이 완전히 퇴치되었다니 하늘이 내린 축복인 것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생병을 앓았던 사람들에게 평생을 봉사하고 아픔을 닥아주며 자신을 희생했던
그 고귀한 삶을 삶았던 분들을 영원히 잊지말아야 되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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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오래전에 답사에서 소록도 방문을 하면서
많은 애환이 담긴 소록도를 보면서 "아름다워 슬픈섬"이라 했습니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가해진 탄압의 역사를 볼수있는 공간을
체험하면서 그들과 같이 살면서 돌보시는 외국인 의사와
수녀님들의 희생에 감동 했습니다.
앞으로 보호지역으로 무지와 가난이 없어야겠습니다
음악이 너무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