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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유산' 소록도

2024.07.22 10:37

황영호 조회 수:176

 

'역사 유산' 소록도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구약성서 레위기엔 한센병에 대한 인류의 오랜 공포와 혐오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의사는 물론이고 환자조차 스스로 ‘부정한 자’라고 선포해야 한다. 세상은 그들을 사회 밖으로 내치며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부당한 혐의까지 덧씌웠다. 시인 서정주는 한센인들이 당한 억울한 차별과 그로 인한 울분을 시 ‘문둥이’에서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고 썼다.

 

▶우리에겐 그런 아픔의 결정체가 소록도였다. 1916년 일제가 이곳에 자혜의원을 세운 뒤 오래도록 금단의 땅이었다. 육지와의 거리가 1㎞가 채 안 되지만 발길이 끊겼다. 환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가 80여 명이 학살당한 비극의 땅이었다. 부모와 자식은 수직 감염이 안 되는데도 강제 낙태와 출생 후 강제 격리 같은 인권유린도 지속됐다. 1년에 한 번 체육대회라는 명목으로 부모 자녀가 상봉하는 날이면 섬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다.

 

▶사회에서 외면당한 것과 달리 문학과 영화에선 단골 소재였다. 극한 상황을 딛고 인간애를 표현하는 작품에 주로 쓰였다. 영화 ‘벤허’에선 주인공 벤허가 복수심을 버리자 그의 어머니와 누나가 이 병에서 벗어난다.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선 사회의 냉대와 편견을 딛고 일어서려는 소록도 한센인들의 분투가 그려졌다. 1940년대 초 ‘완치 가능한 질병’이 되면서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생긴 덕분이었다.

 

▶소록도는 고귀한 인류애를 간직한 섬이다. 수많은 헌신의 사연이 있다. 그중엔 1960년대 초부터 이 섬에서 한센인을 돌본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노쇠해져 더는 환자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올 때 가져왔던 짐만 챙겨 돌아갔다. 그 사연이 최근 다큐 영화로 제작돼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을 한센병 퇴치 국가로 분류한다. 의술 발전뿐 아니라 이런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가 소록도를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 국립공원 등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반인 출입이 적었던 덕분에 유지된 자연환경을 지키고, 격리·치료 시설을 역사·문화유산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소록도는 무지와 가난, 그로 인한 시행착오로 얼룩진 반면교사이자 소중히 간직할 인간애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독일은 아우슈비츠 역사를 후손에게 가르칠 때 그곳에서 자행된 악행뿐 아니라 그곳에서 한 명이라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한 의인의 삶을 함께 가르친다. 소록도도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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