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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

2024.09.08 08:47

심재범 조회 수:172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

 

 

 

일러스트=이철원

 

일본 규슈 지방에선 무연탄을 벽돌 형태로 빚어서 구멍을 2~3개 뚫어 난방에 썼다. 그 모습이 연근을 닮아 ‘연꽃 연탄’으로 불렸다. 1900년대 초 한반도와 중국으로 퍼졌다. 지금처럼 원통형에 구멍을 뚫은 연탄이 한반도에 등장한 해는 1932년이었다. 구멍 9개를 뚫어 구공탄이라 했다. 이후 구멍 19~49개 등 다양하게 변형됐지만 원통형이면 모두 구공탄이라 부를 만큼 연탄의 대명사가 됐다.

 

▶연탄은 산업화 시절 우리 사회의 대표 연료였다. 외화 없이 경제개발에 나선 박정희 대통령은 처음엔 석탄을 주 연료로 하고 수입 석유를 보조로 사용하는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을 택했다. 탄광촌에선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돌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민둥산을 없앤 일등 공신도 연탄이었다. 연탄으로 농촌에서 더 이상 나무를 땔감으로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연탄은 창작의 연료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애니메이션 ‘아기 공룡 둘리’에 연탄을 소재로 쓴 노래가 나온다. ‘맛 좋은 라면은 어디다 끓여/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 나네’로 시작하는 삽입곡 ‘라면과 구공탄’은 당시 아이들 사이에 최고 히트곡이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로 시작하는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는 국민 애송시가 됐다.

 

▶연탄은 연기가 없고 천천히 오래 타기 때문에 온돌을 쓰는 우리 난방과 궁합이 잘 맞았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수백 명이 연탄가스로 목숨을 잃었다. 1982년 한 해에만 6239건의 연탄가스 중독 사고로 7400명 넘게 다쳤고 497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스에 중독돼 머리가 아프면 동치미 국물을 마셨고 병원은 고압산소치료기를 들여놓고 구급차에 실려오는 환자를 받았다. 가정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구들의 빈틈을 메우고 연기 배출기를 굴뚝에 달았다. 잠조차 목숨 걸고 자야 했던 시절의 풍경이었다. 연탄가스 중독 사고는 보일러가 등장하며 비로소 줄었다.

 

▶서울에 남아있던 마지막 연탄 공장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지난 7월 연탄 생산을 중단했고 지금은 철거 중이다. 한때 서울에만 공장 18곳에서 하루 1000만 장을 찍었고 서민의 따뜻한 겨울을 책임졌지만 국민 삶이 윤택해지며 설 땅을 잃었다. 이제 서울에서 연탄 때는 가구는 1800곳, 전국적으로도 7만여 곳에 불과하다. 안도현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면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다. 어려운 시절 겨울에 따뜻한 온기를 주었던 연탄을 감사하며 추억에 담는다. 

 

출처/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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