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이 거기에 있었다.
2024.09.26 06:42
산이 거기에 있었다.
January 15, 2011
김승자
산이 거기에 있었다.
태초에 품은 바위를 잉태하고
몇백년 노송을 보듬고 있었다.
산은 바람을 안고 있었다.
광야에서 몰려오는 바람을
등으로 가슴으로 보듬고 있었다.
산은 구름을 이고 있었다.
천지에 응고된 설음이 고여
산머리 위로 모여들고 있었다.
산은 흐르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눈물을 거두어 산기슭따라
폭포를 일구고 내를 만들어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냈다.
산은 해를 깨우고 재우며
말없이 서 있었다.
산딸기, 들꽃이 햇살에 입맞추고
산새, 들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산 밑 초원에는 사슴이 뛰놀고
풀잎들이 초록물을 머금을 때
산은 산길따라 세월타래를 감는 나를
반기며 서 있었다.
산은 내 노래 메아리되어
하늘로 산화시키고
산은 떨어진 솔잎 이불삼아 움트는 새 순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산은 크고
산은 너그럽고
산은 포근한
어머니 품.
산은 묵묵히 거기 있었다.
나 여기 늘 있으마 내게 타이르며
산은,
태초를 보듬은 산은,
거기 서 있었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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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4.09.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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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24.09.26 22:18
'산이 거기에 있었다' 많이 들어 본 말이라 반가워.
이 시의 저자는 김승자였구나. 2011년 1월에 썼네.
여러번 읽어도 산을 참 아름답게 묘사한 것 같아, 승자야.
시와 잘 어울리는 산이 말없이 거기에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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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4.09.27 09:29
동연, 오랜만에 옛날에 써놓았던 시 한점을 올리면서 소식을 나누고 싶었어.
아마 요세미티에 다녀와서 썼던것 같아.
심영자에게 안부소식 대신에 전했더니 좋게 평해주어서 여기 올렸어.
예전에 한번 올렸던 시인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이 시를 읽으면서 다시 산을 오르고 싶어지네.
사진은 몇년전에 콜로라도에서 하이킹할 때 남편이 찍은 것이고.
너도, 김선생님도 안녕하시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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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24.09.27 08:10
승자 오래간만이다. 무더위에 잘 지냈지.
누구의 시인가 머뭇거렸었는데 승자의 시였구나.
산 거기에 서 있구나의 사진과 시가 어울려 참으로 아름답구나.
산을 오르기 힘든 이때 이제는 사진으로 보는 모든것이 아름답다.
잔잔한 시 잘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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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4.09.27 09:44
은영아, 요즈음엔 답사여행을 가지 않았나보네.
사진과 글을 읽으며 덩달아 따라다니는 즐거움을 기다리고 있어.
산책회에서 찍은 사진에는 여전히 건강하고 활력이 넘쳐보여.
다행히 이곳의 여름은 아름다웠어.
호숫가에 내려가 내나름대로 걷고 카톸으로 소식나누는 여유가 좋아.
지금은 이미 햇볕이 잎파리에 물감을 드리기 시작하고
솔솔 바람이 불어와서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주네.
늘처럼 건강하고 명랑하게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즐기기바래.
가끔 김영원이 웃는 모습이 머리에 맴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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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24.09.28 09:17
내외분 안녕하시지요?
김 승자 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뜩 함께한 2018년 영주 테마여행이 생각나네요
두 분의 아름다운 모습 사진 한 장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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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4.09.28 10:56
이태영님,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네요!
도리켜 보며 참 잘 다녀왔다고 흐뭇합니다.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하는 일들 중에 이때 다녀온 것, 정말 잘 했지요.
그 다음해에 저희가 미네아폴리스로 이사하고, 코비드로 갇혀 지내고,
여차 여차하다보니 장거리 여행은 꿈같이 느껴집니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으로 고향을 찾아 갈 날이 오게되면
건강하신 모습을 뵙고 옛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꿈꾸며 지냅니다.
젊었을 때 모습을 찾아 상기시켜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
이광용
2024.09.28 09:42
An outstanding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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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24.09.28 11:11
이광용선생님, 오래간 만에 이 방으로 어려운 나들이 하셨네요.
가끔 나들이들 모임 사진에서 건강하신 모습뵙고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귀한 걸음으로 저의 졸시를 반겨주시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지금쯤 곱게 물들어 갈 한국의 계절이 자꾸 떠오르네요.
요즈음에도 재미있는 글을 이 방에서 함께 share해 주시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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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콜로라도 아스펜에 Maroon Lake를 찾아
험한 바위길을 올랐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산"모습을 담아 온 남편의 사진과 저의 글을 꺼내 보았습니다.
다시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새롭게 용솟음 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