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가 내란과 무슨 상관인가
2026.01.2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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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반도체가 내란과 무슨 상관인가
도쿄=성호철 특파원/ 조선일보
작년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에겐 자동차가 국가”라고 말했다. 미·일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만큼은 일본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당시 “동맹국에도 할 말은 한다”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다. 결국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5500억달러(약 807조원) 대미 투자를 확약했다.
당시 의아했던 대목은 일본인 누구도 왜 이시바와 도요다 회장 간 유착을 비난하지 않는가였다. 일본에서도 5500억달러라는 거금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동차 업계를 지독하게 편든 이시바’를 공격하진 않았다. 사실 이시바와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게이오고교·게이오대학(법대) 동창이다. 두 사람이 밀착했다는 정황도 있다.
작년 5월 1일 밤, 둘은 도쿄의 한 호텔에서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도요다 회장은 이시바 총리에게 45분간 선 채로 열변을 토했다. 확률적으로 이런 ‘우연’이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확실한 건, 도요타자동차의 입장이 이시바에게 제대로 전달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40대 일본인 지인은 “정치인의 역할은 국가·국민을 지키는 일”이라며 “도요타자동차가 망가지면 관련 산업과 경제가 흔들리니, 도요타의 이익을 지킨 이시바 내각은 정치인의 본분을 다한 것인데 누가 탓하겠나”라고 했다. 일본인의 눈엔 도요다 회장의 열변은 ‘조언’일 뿐, ‘청탁’으로 비치지 않았다. 일본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을 지키는 건 정치인의 역할이니까.
사고 회로가 잠시 멈춘 건, 최근에 읽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겹쳐져서다.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북 이전”이란 내용이다. 세 번 읽었다. 내란과 반도체의 연관성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새만금을 윤 전 대통령이 망쳤으니 삼성전자가 책임지란 말인가.
오싹한 건 그의 글에서 한국 정치인의 뇌 구조를 엿봐서다. 남들이 이해하든 말든, 자신의 명분과 이해에만 맞다면 기업은 마음대로 해도 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여론이 자기 편이면 휘두르고 아니면 슬쩍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다. 매출·비용·투자·이익과 같은 기업의 논리는 그의 뇌 안에 없다. 실제로 탈원전이란 명분에 집착한 문재인 정권은 여론이 편들자,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를 도산 위기로 몰아가지 않았나.
몇 해 전 SK하이닉스의 지인이 “반도체 공장 짓게 규제 풀어달라는 ‘청탁’을 아무리 해도 국회가 안 들어준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정말 ‘반도체 규제 해소’는 정치인이 기분 좋으면 들어주고, 심기가 틀어지면 무시해도 되는 청탁일까. 일본에 자동차가 국가라면, 한국에 반도체는 생존이다. 정치적 명분이라는 낡은 잣대로 기업을 흔드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
성호철 도쿄 특파원의 글 전체에 절대적인 공감을 갖지만 특히 아래 글을 읽으면서 공감X2이 되네요
'오싹한 건 그의 글에서 한국 정치인의 뇌 구조를 엿봐서다.
남들이 이해하든 말든,
자신의 명분과 이해에만 맞다면 기업은 마음대로 해도 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