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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소풍 사라진 학교…

위험한 등교도 禁하라

 

아이들 몸과 마음 다칠까봐

부모는 학교 민원에 소송까지

무색무취 '무균실'에서 자라면

건강하고 행복한 완전체 될까

 

변희원 기자/조선일보

 

2023년 6월 15일 대전 대덕구 한국수자원공사 내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이 공을 차며 경기를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초등(당시 국민)학교 5학년 때 하교하면서 운동장을 가로지르다 한 아이가 찬 축구공에 뒤통수를 맞았다. 아프다기보다 숨이 턱 막혔다. 눈알과 뇌수가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도 움직이는 공을 보면 몸이 움츠러든다.

 

지난 10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의 특성상 넓은 공간을 차지해 다른 놀이를 방해할 수도 있고,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축구공에 맞는 아이(나처럼!)는 물론, 넘어지고 부딪혀서 팔다리가 부러지는 아이가 꽤 있단다. 그때마다 보호자가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이미 여러 학교가 축구 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제 축구 대신 야구가 인기겠네?”라고 농담 같은 질문을 했는데 “야구도 금지한 학교들이 꽤 있어”라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축구, 야구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할 것을 우려해 소풍을 없앤 학교도 있고, ‘패배감’을 느낄까 봐 운동회 때 승부를 금지한 학교도 있다. 온라인 육아 카페에선 소풍을 금지한 통지서를 보고 “아이의 안전을 선생님이 다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이제 마음이 놓인다”는 글도 여럿 볼 수 있다.

 

‘공 차다 다칠 수 있으니 축구를 금지한다’는 것은 ‘밥 먹다 체할 수 있으니 금식하라’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학교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등교부터 금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금지 조치부터 내린 학교와 교사를 이해할 수 없어 한 중학교 교사에게 물었다. 그는 “물론 그동안 학교의 안전 관리가 허술했던 사례도 있고, 이번 조치는 과격하다”면서도 “교사와 학교만 탓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20년 전 초임 교사일 때 일을 들려줬다.

 

“한 학생이 제 가방에서 지갑을 가져갔어요. 무작정 혼내거나 징계하고 싶지 않아서 방과 후 두 시간 동안 면담을 했더니 어머니가 학교에 쫓아왔죠. ‘왜 우리 아이를 부모 허락도 없이 학교에 잡아두느냐’는 삿대질을 받았을 때 ‘앞으론 뭐든 바로 학생부에 넘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초반엔 대안이나 타협점을 찾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문제를 틀어막는 데 급급하게 되는 거죠.”

 

다른 중학교 교사는 “예전엔 민원하고 항의하는 정도였다면, 이젠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며 “소풍·축구 금지도 결국 학교·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부모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정년퇴직했다가 기간제로 출근하는 60대 교사는 “소송과 민원으로 그만두는 젊은 교사가 많아서 다시 일을 하게 됐다”며 “요즘 전국 초·중·고 중 소송 한 건도 안 걸린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신과 의사 구마시로 도루의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위험을 제거할수록 삶의 밀도도 함께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2021년 일본 최고의 인문서를 꼽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받은 책이다. 표지에 적힌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 가는가’라는 문구가 그 옛날 축구공처럼 내 머리를 때렸다. 부모들은 소송도 불사하며 완전무결한 학교를 꿈꾸고 있다. 그런 학교에서 한 번도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대로 건강하고 행복할까. 무균실 같은 학교를 만들고 있는데 지난해 항우울증제를 처방받은 초등학생(3만8303명)은 왜 2021년(1만87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을까.

 

“조심해라, 뭐든지.” 오늘 아침 출근할 때 어머니가 현관에서 건넨 인사말. 때론 아버지가 대신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집밖을 나설 때마다 들었다. 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잘 살고 있어요, 어떻게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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