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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대신 키링… '행운 굿즈'에 지갑 열린다

 

불안한 시대의 작은 위안

일상의 취향이 된 '럭키맥싱'

 

출처 / 조선일보

  품귀 현상을 빚은 행운 굿즈 ‘돈명태 마그넷’. /한국조폐공사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달부터 검은빛 오닉스 팔찌를 차고 다닌다. 사주를 봤더니 “수(水) 기운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 부족한 오행의 기운을 보완해 준다는 원석 팔찌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그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손해 볼 것도 없다는 생각에 샀다”고 했다.

 

이씨처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행운 굿즈’를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 지갑 깊숙이 숨겨두던 노란 종이 부적의 자리를 행운의 의미를 담은 액세서리, 키링, 인형, 인테리어 소품 등 트렌디한 일상용품이 대신하고 있다. 이른바 ‘럭키맥싱(Lucky-maxxing)’, 작은 행동이나 소품을 통해 운을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지난달 말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 운세박람회’에는 수만 명이 몰렸다. 박람회에는 개운(開運)템 등 행운 굿즈를 판매하는 업체 54곳이 참여했다. 관람객들은 ‘행운가득 12간지 키링’ ‘오행 액막이 소금단지’ ‘행운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쌍토도 포스터’ 등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이곳에서 ‘행운의 거북이’ 장식품을 구매한 김모(40)씨는 “재물운을 높여준다고 해서 주변에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운 굿즈에 대한 수요는 유통가 전체로 확산 중이다. 한국조폐공사가 올해 출시한 ‘돈명태 마그넷’은 지난 4일 진행된 7차 예약 판매에서 접수 시작과 동시에 품절됐다. 앞선 여섯 차례 판매에 이은 연속 완판이다. 돈명태 마그넷은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상징으로 여겨져 온 명태 모양 자석 장식품으로, 내부에 지폐 조각(화폐 부산물)을 넣어 화제가 됐다. 일부 대형 서점은 ‘네잎클로버 굿즈’ ‘걱정 인형 행운 부적’ 등의 상설 코너를 꾸리고 있다. 앞서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풍수 인테리어 소품’ ‘사주 시리즈 문구’ 기획전을 잇달아 열었다.

 

행운 굿즈의 인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69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3%가 네잎클로버 키링 등 이른바 ‘행운의 아이템’을 소지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0대는 49.5%, 20대는 40.5%였다. ‘특정한 부적이나 물건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응답자도 전체의 34.4%였다. 10대는 47%, 20대는 40%로 나타났다.

 

이러한 트렌드를 단순한 미신의 부활로만 보기는 어렵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큰 해답보다 손에 잡히는 작은 위안을 찾는다. 부적이 효험을 기대하며 남몰래 지니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행운 굿즈는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생활 소품으로 변했다. 운명을 바꾼다고 믿어서라기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갑을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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