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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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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러구 산답니다..

2010.03.04 21:37

홍승표 조회 수:265







“수술은 아주 Simple 합니다. 여기 보이는 눈사람 모양의 머리 부분만 잘라내면 됩니다.”


정말이지 내가 보기에도 간단한 수술일 것 같다.


“그래요? 그럼 합시다.”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그동안 침을 맞으며 한 달여를 보내고 그래도 차도가 없어 병원에서 X-ray와 MRI를 찍었는데 5번 6번 사이의 디스크가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어 다리에 마비가 왔다는 설명이다. 수술이 두려워 일단 약물로 치료해 보겠다고 6주 이상을 허비한 뒤였다.


“그럼 언제쯤 할 수 있나요?”


“지금 잡숫고 계신 혈압약 가운데 아스피린을 빼고 드신 뒤 일주일 후에 합시다.”



일주일 후 일요일 오후에 입원해서 다음 날 오전에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오후 2시 반 수술실로 옮겨졌다.


“잠간만 기다리세요. 전신마취 들어갑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깊은 수렁에 빠지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리고는 깨어나 보니 병실이었다. 오후 4시 45분. 그러니까 2시간 만에 수술이 끝난 것이었다.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뱉으세요. 그리고 절대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주무시더라도 가래가 나온 뒤 1시간 정도 후에 주무세요.”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호흡하려는데 마취가 덜 깨었는지 자꾸만 눈이 감긴다. 그럴 때마다 집사람이 열심히 흔들어 깨운다. 그러기를 십 수차례. 심호흡하며 졸며를 거듭하다 1시간 쯤 후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눈을 뜨고 천정을 보니 뿌연 매연이 가득 낀 듯하고 열기가 가득 찬 것 같다. 손을 허우적거리며,


“여보, 나 좀 일으켜 줘. 나 지금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침대에서 일어나려면 수술 후 4~5 시간 지나야 한다는 주의 사항 따위는 염두에도 없었다.


“안돼요. 조금만 참아 봐요.”


“아니, 지금 일어나고 싶어. 답답해서 미치겠어.”


결국 간호사의 도움으로 허리에 보호대를 두르고 일어났다. 그런데 오전까지만 해도 아파서 딛을 수 없었던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하나도 없다. 세상에, 이럴 수가! 기쁨은 잠시 뿐, 간호사가 등을 두드리며 가래를 뱉으라고 하는데 배에 힘을 줄 수 없어 헛기침만 했다.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다시 누웠다. 이제는 번열 같은 것이 나서 못살겠다. 간호사가 체온계로 열을 쟀다.그러나 미열도 없단다.


웃옷을 제치고 찬 물로 닦고, 또 머리에 물수건을 얹고 난리굿을 치르고야 간신히 진정됐다. 집사람이 머리맡 불을 끄자고 했다.


“아니, 불 끄지 마. 나 또 아까처럼 벌떡 일어날지 몰라.”



다음 날 아침 흰 죽이 나왔다. 언제 난리굿을 쳤느냐는 듯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죽겠다고 난리칠 때는 언제고...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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