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옛날 Europe 여행기 #5
2010.03.05 06:54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여전히 화장실은 세가 나고, 작은 세수 수건 하나에 비누도 작은 쪼각들 뿐이다.
영국 사람 주인이면 당장 큰 수건과 비누 달라고 하겠지만, 한국인 주인,
게다가 여 주인도 없이 꾸려 가는걸 보니 말이 안나와 잇빨대신 잇몸으로 살기로 작정 한다.
또 이집 수도는 더운물, 찬물 따로 나와서 하나는 손 시리고, 다른 하나는 손 데기 십상이다.
차고 더운 물을 세면기에 같이 담아 쓰도록 만들어 진것을 누가 모르나?
그렇게 하려면 Comet 이나 Ajax 같은 것으로 세면기를 닦아야 할텐데
비누도 충분히 없는집에 그런것 없다.
그리고 명색이 휴가인데 남의 집 세면기 닦기도 싫고.
앓느니 죽지. 오늘밤 빠리에 가서 잘 씻기로 하고 또 생략한다.
어제 닭국 안 먹는것 보고 오늘은 된장국 끓였다고.
맛이 괜찮아서 신김치, 구운 김과 따뜻한 밥으로 아침을 잘 먹었다.
하루 지나고 나니 우리도 벌써 익숙해져서 주인과 이야기도 하고.
젊은 학생들은 아주 명랑해서 번번히 "잘 먹었읍니다" 인사하고,
화장실 붐벼도 신이 나는 눈치였다.
조금 있으니 오늘의 guide 이원국 학생이 왔다.
꼭 우리 작은 아들같이 생겼는데 겨울같이 쌀쌀한 아침 날씨에 반소매 여름 샤츠 하나 입고 나타났다.
내가 걱정하니 계속 "괜찮습니다."
하기야 여기 사는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려구.
나중에 보니 He was right.
아침에 겨울 같던 날씨가 슬슬 더워져서 봄 날씨 같이 변했다.
마지막 날인 오늘 날씨가 제일 화창하고 좋은데 이런 날씨는 정말 보기 드물다고 주인이 말해준다.
Red Bus, Red Telephone
깨끗하고 조용한 아침 거리를 걷고, 또 Bus 타고. National gallery 로 향했다.
중간에 Victoria station, Waterloo station 등 지나는데 이름만 들어도 감회가 새롭다.
영화 "哀愁" 에 나온 Waterloo bridge도 보았으나 It does not look so romantic.
Big Ben 근처에서
Gallery 는 내 맘대로 대강 보려고 하니까 이원국 학생이 지도를 보고 교통정리를 단단히
해주는 통에 하나도 빼지 못하고 다 들러야 했다.
대부분이 옛날식 聖畵 로 나는 이해도 못하고 흥미도 없었다.
끝판에 가서 Van Gogh 의 해바라기, Paul Gauguin 의 화병에 담긴 꽃이 좋았다.
眞品 이라니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데 Gauguin 의 꽃그림은 정말 슬쩍 어떻게 집어 들고
나왔으면 딱 좋겠다. 이원국 학생이 묘책을 한번 궁리해 보겠다고.
A vase of flowers by Gauguin
다시 번화한 거리로 나와 간이 sandwich shop 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러가지 sandwich, drink, 스시까지 파는데 tuna fish 와 cucumber 가 들어간
fresh and crusty baguette sandwich 와 coffee가 너무 맛있다.
근처에 직장가진 사람들이 잠간 나와 점심을 먹느라 붐비는데 미국보다 편리하고 맛도 있고,
더 건강식이다.
가만히 보니 여긴 뚱뚱한 사람도 드물었다.
영국은 지금 주로 금융업과 교육으로 먹고 산다고 한다.
그래서 길에 나가보면 주로 학생들인지 동양인도 많고, 옛날 식민지시대 영향으로
흑인, 인도 사람들도 많다.
백인들은 주로 교외에 사는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영국이 良質의 敎育을 자랑하고 미국보다 절차가 덜 복잡해서 한국에서도 많이 온다는데
내가 겪어본 영국에서 온 간호원들을 보면 수긍이 간다.
Traveling nurse 라고 부르는데 최근에 만난 애는 이름이 Phillippa.
남자 이름 Phillip 을 여자 이름으로 바꾼것이 좀 우수운데 젊은 아이가 간호원으로
기본이 딱 되어있고 일을 잘했다.
내가 영국 교육이 좋은가보다고 칭찬 해주었더니 좀 면구스럽다고.
"그런데 내가 모처럼 평생에 한번 여행하려는 참인데 pound 가 dollar의 두배 가치라는 건
무슨 소리냐? 너네가 우리보다 그렇게 더 잘 산다는 말이냐?
지금 Euro가 dollar 의 1.25 배 인것도 속상하는데. " 하고 물었다.
그녀는 ㅎㅎ 웃으며 사실은 미국이 더 잘 산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간호원 월급은 형편없어 왔지만 남자 친구가 거기 있어 곧 돌아 갈꺼라고.
오늘은 저녁 5시 차로 다시 빠리로 돌아 가야 한다.
점심후에는 Big Ben, Westminter Abbey 있는 거리를 다시 한번 돌고, Trafalgar square를
지나서 Buckingham 궁전 앞을 지나 다시 민박 집으로 향했다. 짐을 찾기 위해서였다.
오늘 보니 민박 집이 Buckingham 궁에서 아주 가까웠다.
떠날 날이 되니까 집도 우리끼리 찾아 갈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오늘 guide 가 길을 제일 잘 안다고 한다.
이른 봄날 같은 화창한 날씨에 거리 구경하며 걷는것이 아주 쾌적한 기분이였다.
Trafalgar Square
Buckingham 궁전앞의 Queen Victoria 상
Buckingham 궁전 앞의 꽃밭
이원국 학생이 Waterloo station 까지 데려다 주어서 Eurostar 를 타고 다시 빠리로 향했다.
나는 창가에 빈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아 2시간 동안 꼼짝 않고, 지루한줄도 모르고
창밖 풍경을 내다 보았다. 올때보다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드디어 빠리 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마중 나올 사람이 안 보인다.
조금 불안해져서 기다리고 있으니 저기서 교무님이 오신다.
그동안 더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더 정신이 없으신 모양이였다.
교당으로 가서 한식 저녁을 들고 가라고 하나 너무 늦었고, 다들 바쁜것 같았다.
떠나기전에 혹시 기차안에서 먹을까 하고 사온 baguette sandwich 가 있기에 그냥 hotel 로 가기로 했다.
다시 똑 같은, motel 같이 생긴 작은 hotel 로 갔다.
런던에서 못한 샤워도 하고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orange soda 와 같이 sandwich 를
하나씩 들고 앉아 TV 를 켰다.
어머나...
뜻밖에도 뉴욕의 우리 13회 동기 남친들이 빌려줘서 돌아가며 본 한국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불어 자막과 함께 나오는 것이였다.
크기 13 inch 정도의 작은 TV 는 화면이 깨끗하고 거기 보이는 한국의 사계절 경치도 너무 멋있다.
식사 시간이 늦어져 더 맛있는 sandwich 와 함께 우리는 그 영화에 홀딱 빠져 버렸다.
댓글 4
-
전준영
2010.03.05 06:54
-
정해철
2010.03.05 06:54
이사진 보니 런던에 다시 가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런던탑 지하에
영국왕실 보관 보물 전시장이 있습니다.
에리자베스 여왕의 취임식 때 들었던 지휘봉,
역대왕들의 왕관, 지휘검, 칼집등에 장식된
각종 세계최고의 보석들,
주먹만한 미가공 다이아 원석들,
직경 일 메터가 넘는 수십개의 순금접시와 그릇들.
다시 볼 기회를 만들면 만들어 지겠죠. -
김영종
2010.03.05 06:54
수필가로 정식 데뷰한 언니 글은 영 볼수가 없는데
동생분이 이리 잘쓰니
많은 일과 추억이 있는 런던 입니다 오랫만에 옛날을 돌아
보며 감사 드립니다 -
이신옥
2010.03.05 06:54
이곳에 여행을 해 보신분들은 당연히 옛날이 생각나고 공감이 갈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겨우 이틀동안 런던 시내를 수박 겉핥기로 보았으니 사실 가본것도 아닙니다.
멋쟁이 정해철 선배님은 여러가지 자세히 보신것 같은데 저도 다시 가서 천천히 보고 싶어요.
특히 영국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시골의 옛날 집들, castle 같은것을 못 본것이 섭섭합니다.
셋째날 떠나지만 않았어도 이원국 학생이 가까운 교외에 데리고 갈수있다고 했는데...
저희는 잉꼬부부와는 거리가 멀고, 왜냐하면 남편만 믿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는 지경이니까요.
이곳 생활이 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정사를 분담하지 않을수없게 만듭니다.
누가 사이좋게 커풀 바지 입었다고는 하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언니 글은 소설 써야할 수준이고, 제 글은 雜文 수준밖에 안됩니다.
여동생 (병한, 17회)이 하나 있는데 사대부고 시절에 한번 그애가 쓴 편지가 제일 못쓴 편지로 뽑혀서 반에서 읽혀졌답니다. ㅎㅎ
제가 보긴 그렇게 못쓰는 편도 아닌데... 아뭏든 그애는 글 쓰는데 Complex 가 있어요. 형제도 많다보니 다 각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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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군께서는 영국 신사이시며 핸썸 하시군요. 두 분의 잉꼬부부 행복한 여행 감상 잘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