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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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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날 Europe 여행기 #12

2010.03.19 03:52

이신옥 조회 수:12115


 


 6/14/2005 (화요일) Taize  



 


 







     부슬비 나리는 떼제




어제밤, 예상 못했던 잠자리 배정 때문에 미리 하룻밤 자는데 필요한 가방을 챙기기는 했으나
모두 가방 하나에 담았기 때문에 방문 앞 컴컴한 길에서 열었다.
 내가 당장 필요한것만 꺼내고, 가방은 남편이 가지고 갔다.   


북새통에 얼굴씻고 양치하고 방에 들어와보니 불이 환하게 켜있는데
이층 침대 세개에 다들 벌써 잠 들었는지 아뭇 소리도 없다. 


내가 나가기 전에 한 젊은 엄마가 먼저 쏜살같이 나가는것을 보았기 때문에
아직도 밖에 있는줄로 알고 누은 사람들 머리수를 세기 시작했다.


"One, two, three, four, five..." 
"One, two, three, four, five ..."
 아니, 내가  # six 잖아?


그제서야 내가 맨 꼴찌로 들어왔고, 다들 나 때문에 불도 못끄고 잠을 청하고 있는줄 알아챘다.
얼른 불을 끄고 입은 옷채로 내자리에 누었다. 


 남은 옷들을 뭉쳐서 베개 삼고, 거기 있는 누런 군대용 담요로 허리부터 발만 덮었는데 약간 춥고 눅눅하다.  
빨리 아침이 오기만 바라면서 곧 잠이 들었다.





드디어 날이 밝아 부슬비가 간간히 뿌리는 떼제의 아침을 맞았다.
다들 아침이 온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표정이였다. 





특히 남자들은 싱글싱글 웃으며 어제밤 지낸 무용담을 펼치는데 주로 옆엣 사람들이 하도 코를 골아서


잠을 못잤다는 이야기였다.
그중에도 만장 일치로 당선되었고, 본인도 그 wife도 시인하는 Champion이 있었다. 





남편 말에 의하면 방이 떠나가게 기관차 지나가는것 같은 소리는 그래도 참을수 있었단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마치 숨 끊어진것 같은 적막은 꼭 무슨일 나는것 같아 겁이 나더란다.


아침 기도 참석후 천막으로 가서 줄서서 아침 밥을 배급 받았다.
작은 baguette 빵 하나와 coffee 한 대접을 마시고는 다시 신한렬 수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밤 우리가 묵은 방들은 여기서 그래도 나은 축에 속한단다.

로제 수사님은 이제 너무 年老하셔서 기도 할때 외에는 뵙기 힘든것 같았다. 


이런 저런 종교 이야기등,  질문도 하고 답도 하는데
"집에는 안 가십니까?" 하는 엄마 같은 나의 질문에는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많이 쓸쓸해 보였다. 

요즈음은 우리 같이 한국에서도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그는 밖에 나가 빗속의 옛날 교회랑 건물들을 보여 주었다.



나는 이 시골의 옛날 건물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사람도 안넣고 사진을 두어장 찍었다.


 
             
떼제에서 기념사진 (맨 왼쪽 푸른 쟘바입고 서있는 분이 신한렬 수사)


기념품점에서 엽서 몇장 사고,  낮 기도에 다시 참석했다.
종교를 초월해서 소탈하게, 특이하게, 그러나  멋있게 꾸며진 교회 안의 분위기가 나를 붙잡는다.
기도가 다 끝난후에도 무슨 聖歌인지 계속 반복되는 뒷 구절이 긴 여운을 남겨
빨리 발길을 돌릴수가 없었다.  



다시 천막 안에서 줄서서  점심으로 ham도 넣고,  당근도 넣은 couscous
(보리 쌀로 만든 비빔밥 같이 생겼는데 본래가  Africa 음식이라고 한다) 를 뜨거운 물과 함께
얻어 먹고 떼제를 떠났다. 


 
 



뻐쓰로 약 2시간 반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Southern France의 작은 마을 Annecy!
Swiss 국경에 인접한 커다란 호수와 Alps 산들이 뒤에 어우러진
just beautiful Annecy!



앞에는 높은 산들을 배경으로 멋있는 커다란 배가 정박하고 있는 호수,
뒤에는 中世式 돌다리와 古城같은 건물들이 서있었다.

옛날 영화 "젊은이의 양지"가 생각나는 큰 호수인데, 맞다. 
꼭대기에 눈 덮인 Alps 산 밑에 이런 호수가 있는 경치는 옛날 우리 안방에 걸려 있던
한국 달력에서 많이 보았다.
경치는 멋있지만 그때는 하도 동 떨어진 풍경이라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흐리고 축축한 날씨에 거리는 한적하고, 바다 만큼 큰 호수와 古風의 집들은
마치 꿈속에 보는것 처럼 황홀하다.   


Annecy 같은 곳에 숨어 산다면 어떨까?
지루한 천당같은 느낌일까?   지금도  혼자  가끔  생각한다.






Annecy 의 고풍스러운 거리








   







Annecy 의 호숫가  


떠나기 싫은 발길을 또 다시 돌려야 했다.
뻐쓰로 한시간 가량 달려서 저녁 무렵에 Swiss 와 Italy 를  국경으로 하는  
Europe의 最高峰,  Mont-Blanc 산기슭에 있는 작은 도시 Charmonix 에 도착했다.

이곳은 1924년, 제1회 동계 olympic이 열렸던 곳으로 Mont-Blanc을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이
"Charmonix Mont- Blanc" 이라고 改名했단다. 


국립 ski 학교와 등산학교가 있으며 Alps 등산의 출발점이라 전세계 alpinist 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라 한다. 


뻐쓰로 몽불랑 주위를  따라 계속 달려 가는데 위에 빙하가 보인다.
옛날에 누가 거기서 조난 당했는데 시체가 40년이나  걸려서 내려 왔다고 guide가 설명한다.  
이곳에 한인 교도님이 운영하는 산장 같은 hotel에 도착했다.


다시 여자들 6명이 한 방에 들었다.
우선 제육볶음, 된장찌개, 상치쌈등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저녁상에 둘러 앉아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신나게 먹었다.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말린 무말랭이 장아찌가 유난히 맛이 있어 나는 우리것 다 집어 먹고
남의 상도 자꾸 훔쳐 보았다. 

특히 한국에서 흔히 보는 상치 (leaf lettuce)는 기후가 딱 맞는 탓인지 크기가 왕 만하고, 연하다. 
쉴새없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니 여기서 많이 재배하는것 같았다.
이런곳에 와서 이만한 한국 음식을 먹을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 더 맛있고, 여행이 더욱 즐거웠다.


그런데 이 집이 옛날 Europe식 건물이라 그런지 변소 따로 있고, 세면기와  shower가
또 다른 방에 있어서 그 구조에 익숙해져야 했다.
화장실 다녀 나와 손 씻으려면 물이 없고,  모퉁이 돌아가 욕실에서 물 찾으면 비누가 없고,
비누질해서 손씻고 나면 수건이 없다.

한번 shower 하려면 순서대로 한참 찬찬히 생각해서 비누, shampoo, 수건, 갈아 입을 옷,
얼굴에 바를것,등등, 한보따리 싸가지고 가야 한다.


그런데  shower 세개에 손님이 40 여명 가까우니 기다리는 줄이 한도 없이 길었다.
그나마  hotel 다니면서 기념품 삼아 작은 비누,  shampoo 들을  전부 싸 가지고 온것이
천만 다행이였다. 

또 거의 맨 꼴찌로 간신히 씻고 나오니까 아래층 지하실 방에 모이라고 한다.
오늘로 지금껏 같이 다니던 France guide가 이별이라고 wine 에다 오징어 안주도 차려 놓고,
노래방 기계도 틀어 놓고, party 한단다.



우리는 노래방 또한  흔하지 않은 기회이니 두말 않고 쫓아갔다.
많은 교무님들이 일찍 취침하는 쪽을 택해서 모두 열명 정도나 모였을까?

남편은  " 총각 선생님" 하는 구닥다리 애창곡을 한번 불러 보았다.
내가 듣고 싶어 청한  "영영," "옛시인의 노래" 등은 젊은 교무님들이,  "풀잎사랑" 요청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러나 멋있게 guide가  불러주고 가버렸다. 




내일은 새 guide가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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