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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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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면 한 그릇

2010.03.28 16:07

임효제 조회 수:221





종로에 있는 한 중국집은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내지 않겠다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간 뒤라 식당에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아이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한 눈에 보아도 참 허름한 차림새였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말 그대로 북두 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주었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께서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해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 쯤 먹었을 때,

두 사람의 이야기를 훔쳐듣던 주인이 주방쪽에 대고 말 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새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맛는 것 같네~
이래가지고 손님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그는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이 별로 맛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 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는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고... 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말 없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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