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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함께하는 부고인
  
 

6/19/2005 (일요일) Rome 계속.


 


어제 저녁 colosseum 구경을 끝으로 이번 관광 여행은 다 끝이 났다. 


저녁을 또 다른 한식집에서 또 상치쌈,


제육 볶음등으로 그렇게 못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어느것 하나 인상에 남게 특별한것 없는 한식,


여기말로 " unremarkable" 한 식사를 하고는 호텔로 돌아 왔다.  


 

하루 종일 비지 땀 흘리며 바쁘게 다녔기에


후줄근한 기분이지였만 그냥 들어가서 잠을 자버리기엔 좀 이르고,


또 내일이면 여행도 끝이다.


무엇보다 로마를 떠나야 한다는것이 섭섭해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바닷가로 갔다. 


 


사람이 지쳐 버릴 지경으로 유적이 쌓이고 쌓인 로마에서 이 동네는 또 바다까지


가깝다니 얼마나 행운인가?




길을 걸어가며 이쪽저쪽 둘러 본다.


길가의 작은 grocery (super market)도, 옛날식 교회도, 내일 들러 보기로 하고


그냥 걸어 갔다.


노상 까페에는 앞치마 두른 중년의 남자들이 담배 피고,


맥주 마시며 한담하는것이 여유있고, 평화스럽다. 


Miami 의 Cuba 사람들 같이 눈에 익숙한 풍경이였다. 

 


바닷가의 Fishing Pier 에는 아이들 데리고 저녁 산보 나온 동네 사람들,


관광객들이 보이는데 전혀 복잡하지 않은것이 인상적이였다.


또 하나 이상한건 주위가 마치 1950년대를 보는것처럼 개발이 잘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런곳이 있다면 진작에 hotel, motel, condominium 등이 잔뜩 들어서서 법석일터인데.  


 

주위 시야가 탁 트인 바다, 귀가 아프게 말로만 듣던 地中海는 바닥까지 보이도록 물이 맑았다.


여기가 지중해면 우리는 海中地에서 산다고 해야하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 이름이 너무 재미있다.




                                    해질 무렵  Rome 의 바닷가                                           


 


빠리 교당의 어여쁜 부교무님의 어머님과 해가 저무는 지중해를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 분은 50대 쯤인것 같은데 딸만 다섯이라고 한다.


아하, 아들 낳으려고 딸을 다섯이나 낳으셨구나.


딸만 자꾸 낳아서 시댁 어른들 대하기 면구하여


아들 하나 낳으려고 하다보니 결국 딸만 다섯이 되었는데 원불교 法을 알고 나서야


다 인연 따라 오는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부교무인 큰 따님도, London 에서 공부하는 막내 따님도 기품있게 어여쁘고, 귀엽다고 하니까,


"아유, 첫째하고 꼴찌는 못 생겼어요. 


한국에 사는 중간의 딸 셋이 정말 미인이고, 하나는 의대 졸업했고, 또 하나는 약혼했고..." 


이 분 어디에 그런 福이 숨어 있었나?  


난 아이들 하나 없는 사람처럼 몹씨 부러웠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인 6/19/05,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좀 늦게 아침 8시반에 밥 먹고, 9시반 비행기로 인천으로 떠난다고 해서


조금 늦장 부리다 7시반에 나가보니 또 늦었다. 


다른 분들은 벌써 아침식사가 끝났고, 짐들은 전부 lobby에 나와 있고, 아침 산보까지 하시는데


우리는 그제야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익숙해져서 딱딱한 소라빵에 coffee, juice 등으로 먹는 조반이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Lobby 에 다 모여 단체 사진 한장 찍고, 작별 인사하고,


목적지가 다른 우리 둘만 덩그라니 남겨 놓고 다들 뻐쓰 타고 공항으로 떠나 버렸다.   


 


애초에 여행 계획을 짤때 다른 분들이 오늘 로마에서 떠난다는 것만 알았지


자세한 출발 시간을 알지 못했다.


구경하고 다니다가 중간에 우리만 공항으로 가야할 일이 생길까봐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다는 것이 지나쳐서 이분들은 아침 9시반 비행기이고,


우리는 딱 12시간후인  밤 9시반 비행기가 되어 버린것이다.


 


한번 예약하면 바꿀수도 없어서 그냥 두었는데 그동안 콩 튀고, 팥 튀게 바쁘다가 갑자기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뿐인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햇볕 가득한  아침 나절의 바닷가 


 


우선 아침 산보겸 어제 갔던 바닷가로 다시 걸어 갔다. 


마침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는 무척 조용했다. 


아침에 보는 地中海는 태양이 눈부시고, 수평선에 흰 돚단배도 많고, 파아란 물빛도 아름답다.


바닷물이 어제 저녁보다도 더 맑아 보인다.


우와~  정말  "태양은 가득히" 라는 영화가 저절로 생각나는 바다로구나. 


 


옆에서는 아이들이 벌써 일어나서 소리 소리 질러가며 배구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처럼 아침 바닷가를 산책도 하고.


다들 우리같이 이상한 사람들에게는 눈도 안주고,  minding their own business.


 


사진 하나 찍고, 바다 구경도 한참하고, 주체하기 어렵게 많은 시간을 좀 없애 보려고


바로 옆에 천막치고 하는 책 가게에 들어 갔다. 


영어, Italy어로 써진 책들을 이것 저것 구경하는데 Italy어로 써진 소설책 하나.


제목이 아무래도 Tempest (폭풍) 어쩌고 하는것 같아서


속을 들여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Heathcliff 라는 이름이 보인다. 


 


로마 엽서도 오랫만에 느긋하게 이것저것 천천히 살펴 보고 몇장을 골랐다. 


또 2차 대전후의 로마 사진들이 있는 책도 들여다 보았다.


듣던대로 그때 이사람들이 얼마나 참혹하게 가난했던가를 볼수 있었다.




Rome, Italy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떠난후부터 안절 부절이던


남편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이상해진다.


끈 떨어진 조롱박인가?



낯설은 곳에 혼자 있다는 노인네 특유의 초조함,


불안감으로 이제 아무것도 더 보기 싫으니 빨리 공항으로 가자고 난리였다.


나는 가게도 들러보고 싶고, Italian pizza도 한번 사 먹고,


근처의 옛 교회 건물도 구경하고 싶은데 한쪽에서 이렇게 야단이니...


게다가 일요일이라고 super market 까지 닫아 볼것도 없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벌써 방을 다 치워 놓았다.


더럽히지 않게 살짝 침대위에 누워 TV 나 보면서


좀 쉬려고 하는데 빨리 나가자고 계속 성화였다.


 


오후 3시까지 버티다가 하는수 없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호텔 옆의 Health Center 에서 tomato 와 tuna를 넣은


얄팍하고, 하얀 빵의 sandwich 두개사고,  큰병에 담긴 Italian beer도 두개 사가지고




Leonardo da Vinci 공항으로 떠났다.


이럴때는 또 공항도 아주 가까워서 밝은 대낮에 아무것도 구경못하고,



겨우 10-15분 걸려서 금방 도착해 버렸다.



 


벌써 저녁때가 가까워 배가 고프다 못해 어지럼증 까지 나는 지경이라 비행기들이 보이는


공항 lobby에 앉아 sandwich를 먹었다.



Italian beer도 마시고, 여태 끌고 다니기만 하고 기회가 없었던 컵 라면도 뜨거운 물 얻어서


맛있게 만들어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남편도 Italy 맥주까지 사온것에 기분이 좋아져서 보채지 않아 살것 같았다. 


Guide 말만 믿고 물값, 더구나 뜨거운 물값을 내려고 했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아직도 탑승까지는 3-4 시간 남아 있어서 남편은 책을 읽고 나는 공항의 가게란 가게는


다 돌아보았다.



빨간 가죽으로, 멧돼지 모양으로 만든 열쇄 걸이를 하나 골랐는데 옛날 이곳 사람들의


예술, 장인 정신이 엿보인다고 할만큼 꼼꼼하고, 예쁘게 잘 만들었다.





공항의 약국에서 일하는 하얀 gown 입은 여자들은 금발에 키가 늘씬했다.



구두점의 신발들은 Miami 와 비슷해서 우리가 세계 유행에 뒤 떨어지지 않았구나


하는 유치한 생각도 했다.


 


드디어 밤 9시경에 Alitalia 에 탑승했고, 정확히 9시20분에 로마를 떠났다.


우리 줄의 여자 승무원은 키가 크고, 듣던대로 뻣뻣하고, 애교는 없어 보이는데


여태 다니면서 보았던 조각처럼 얼굴이 오밀조밀하게 예뻤다. 


얼렸던것 같은 personal pan pizza 하나씩 주어서


midnight snack 으로 감지덕지 맛있게 먹었다.


 조금 있으니 밤 11시50분이 되어 Madrid에 도착했다.


삐걱 삐걱, 좀 거칠게 한밤중의 노천 공항에 착륙한뒤 공항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이번엔 거의 11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밤새 여기 저기 가게도 둘러보고  Madrid 도 다녀왔다고


자랑하려던 내 계획은 이 공항이 밤이 되자 다 닫아 버리는 통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할일은 없고 잘 시간이니 bench에 눕다 싶이 앉아서


 homeless people 처럼 졸고 있는데 이제서야 우리가 수상해 보이는지


지나가던 경비원들이 비행기 표를 보자고 한다.


잠결에 "Oh, sure..." 하면서 꺼내 보였더니


아무말 않고 가는데 처음부터 가만히 보고만 있던 남편이 야단이다.



자기가 이런 치욕적인 경험은 생후 처음이라는 등,


어떻게 여행계획을 짰으면 이런 고생을 시키냐는 등.


이 여행기 쓸때마다 " 그렇게 책 써봐야 소용없어."


하다가도 이 Madrid 공항에서 거지 처럼 잠을 잔 이야기는 꼭 써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를 했는지 모른다.



모든 고생에는 끝이 있는법.  다행스럽게도 곧 날이 새어 공항도 다시 열렸다.


공항 문밖에 한 발자국 나가서 아침 경치 한번 둘러 보고


"꼭 Miami 같이 생겼구나."


하는것으로 Madrid 까지 다 본셈이 되었다.


 


Cafeteria 에 가서 coffee, juice, pastry 하나 사면서


또 뜨거운 물 얻어 컵 라면 하나씩 먹고는


아침 11시반  American Airline 편으로 Miami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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