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일기 #1 (4-30-2006)
2010.05.27 23:30
쑥갓 꽃 (5-2010)
서울에서의 둘쨋날, 사실 오늘이 4월의 끝날인것도 몰랐다.
어제 겨우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날짜가 빨리도 가는구나." 생각하며 안타깝다.
난 별수없이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네." 하는 낙천주의자가 아니라 "벌써 절반밖에 안 남았네,"
하는... 뭐냐, pessimist 인가 보다.
어제 (4/29/06, 토요일),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동생 병한이(17회) 하자는대로 근처 E-mart를 둘러 보았다.
올때마다 옷값이 오르는데 지금은 정말 엄청나게 비싸다. 이런 옷들을 입고 사는 한국사람들은 부자들이다.
점심으로 냉면과 순두부찌개를 사먹고 (Two down), 음식가게를 둘러 보며
잠간동안에 서울 사람 사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명란젖, 배 같은것은 미국만큼 비싸고. 노랑 참외 season 이 시작 되었다고 해서 " Great! "
여기 있는동안 매일같이 실컷 사먹을 예정이다.
풋고추도 비슷하게 비싼데 길고 날씬한 한국 오이는 3-4개에 천원밖에 안한다.
이것도 실컷 사먹고, 다 못 먹으면 얼굴에 열심히 맛사지라도 해야겠다.
E-mart의 냉면과 찌개가 주린 내 입에도 별로 였지만 아뭏든 better than hamburger.
잘 먹어서 저녁 생각도 없는데 태경이 (언니네 딸) 부부가 저녁을 낸다고 한다.
LA와 Canada로 여행가고 없는 언니나 돌아 오면 같이
식사하자고 했으나 이미 예약도 되어있고, 자기 엄마 없으니 한입이라도
더는것이 어디냐고 오늘 가잔다.ㅎㅎㅎ
그럴줄 알았으면 점심을 가볍게 먹는건데... 병한이 암말 안하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화학 조미료도 안들어가고 유기농 상품으로만 만들었다는 한정식이 붉으스레한 나무그릇에 담겨져
자꾸 나오는데 먹을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국 종류등, 맛만 보고 나머지는
다 싸 달라고 했더니 의아한 표정이다. 너무 음식이 좋아서 버리기 아깝다고
다시 부탁해서 콩자반까지 싸들고 와서는 다음날 "맛있게도 냠냠" 했다.
언니와 병한이 새로 이사한 대림 apt는 조용하고, 여러가지 꽃나무들로
단지가 잘 꾸며져 있었다. 옆에는 아침저녁으로 걸어 볼수있는 작은 동산도 있었다.
주인없는 언니방에서 오랜만에 잠을 잘자고 일어나니 일요일이라고
하루 종일 노는빛의 TV program 을 보여준다.
건성으로 보고 들으며 병한이
차려주는 찰 강냉이, 검은깨 인절미, 감, 배, 참외등 wellbeing 음식들,
멸치와 두부만 넣은 옛날식 김치찌개... 종일 잘먹으며 이야기하고 놀았다.
저녁때가 되어 해지기전에 꽃들을 보자고 뒷산에 올랐다.
다음 주에 북한산이라도 가자면 매일 이곳을 올라보는 예비연습이 필요하다.
산에는 철쭉 뿐아니라
라일락, 능금꽃 비슷한 꽃들이 잔뜩 피어있고, 가끔 짙은 향기도 나는데
저물녘의 이 봄날 밤 경치는 나를 순식간에 40여년전 젊었던 그 옛날로 돌아가게 한다.
세상 어느것과도 비할수 없이 귀하고, 짧은 시간인것을 그때는 미쳐 알지 못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 밤, 곳곳에 운동기구도 있어서 병한이랑 하나씩
매달려 시도해 보았다. Twist, stretching, 철봉, 아니면 그냥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매일 여기와서 걷고, 운동하다 보면 날씬해질수 밖에 없겠다.
밤 8시 가까이 되어 내려와서 머리를 자르려고 했으나 너무 늦어 문을 닫았다.
떡볶기 장사도 벌써 들어 가버려서 내일을 기약하고 집에 들어와 다시 TV를
켜니 "사랑과 야망" 연속극에, "중국 상해"를 보여주는 특집등이 나온다.
여기는 밤 10시가 넘어야 좋은 program을 보여 주어서 잠이 부족하다는 병한의
이야기. 연속극을 밤 10시가 아니라 꼭 9시55분에 시작한다고 하는것이
이상하다는건 내 이야기.
다음엔 잊지말고 서울에서 꼭 사먹고 가야할 음식들을 적어 보았다.
짜장면, 떡볶기, 주꾸미 구이, 생선찌개, more 냉면, 멸치 칼국수,
비지찌개...
비지찌개는 싫다고 해도 side로 나오는 겉절이가 일품이라고 병한이 우긴다.
상해를 구경하다보니 김이 무럭무럭 나는 커다란 찐만두가 보여서 참 이것도
잊지 말아야지. list 에 첨가하고. "또 뭐 빠진것없나?" 생각중이다.
댓글 7
-
이신옥
2010.05.27 23:30
-
민완기
2010.05.27 23:30
과거의 맛을 잘 기억하는 분이 미래의 맛을 잘 즐길수있다고 합니다.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시루떡을 보고 침이 돌지 않으면 그 인생은 별볼일 없지요.
이여사님은 큰 복을 가지셨읍니다. 축하. -
이신옥
2010.05.27 23:30
안녕하셨어요?
제게 아주 잘 맞는 좋은 말귀 한마디 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는 옛날에 여자는 아무것이나 먹고, 맛을 말하는 것이 경박하다고 가르치셨지만 전 ㅎㅎ 웃었지요.
이제 마음 놓고 맛을 이야기해도 되겠어요.
사실 먹는 이야기 다 빼고 나면 할 이야기가 없고, 사는것이 재미가 없지요.
그리고 먹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는 또 이야기 꺼리가 잔뜩 있습니다. -
임효제
2010.05.27 23:30
재미 있는 일기입니다.
기록을 철저히 보관하셨군요.
'편지' 노래를 들으며 읽으니 더 즐겁습니다. ㅎㅎㅎ -
이신옥
2010.05.27 23:30
답글 감사합니다.
선배님 같으신 여러 사부님들 덕으로 컴을 배워서 이렇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때 귀중한 하루, 하루를 매일 일기를 써서 총 #30회가 되었으나 지루하실것 같아서요.
서울가면 제가 하는 짓도, 음식 메뉴도 언제나 이렇게 똑같지요.
1981년, 13년만에 서울에 다시 갔을때 군 만두와 김밥을 찾으니 언니가 말했습니다.
싸구려 음식만 찾는다고.
저도 오이도 아니면 호박도 (ㅎㅎ) 못 가보는 답답함을 이렇게 풀어 봅니다.
여기 나오지 않는 언니 대신 제가 서울 그리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
김영종
2010.05.27 23:30
오늘 언니와 월곳 포구에서 옆자리에서 이이야기 저이야기 ?????
신옥씨 글을 재미 있게 읽고 있는 팬입니다
그래도 언니인데 말 잘듣는 동생이 었으면 하며 바랩니다 ㅎㅎㅎ -
이신옥
2010.05.27 23:30
사진에서 저도 벌써 보았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도 합니다.
저는 옛날부터 언니 말을 아주 잘 듣는 착한 동생입니다.
사실 언니라기 보다 아주 가까운 친구 같이 자랐지요.
가끔 그렇게 빌빌하려면 "언니" 자리를 아예 내놓아라, 내가 보란듯이 잘해서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협박도 했지만.ㅎㅎㅎ
언니는 옛날부터 어린 동생들 주욱 끌고 동네 목욕탕에 가서 일일히 극성맞게 닦아주는 그런 맏이 체질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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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언니도 읽지 못했던 30일간의 일기를 추려서 언니가 등장하는 것만 올려 봅니다.
옛날에 대한 그리움은 우선 먹는것과 지독한 연관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저도 당해보기전에는 전혀 몰랐던 일이지요.
제가 늘 먹는 타령한다고 옛날에는 언니가 임신했느냐고 놀렸지요.
여기서는 남자들도 다 똑 같다고 알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