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일기 #2 (5/1-2/2006)
2010.06.02 11:30
Memorial Day's Flowers (5-2010)
5/1/06 (월)
오늘, 5/1은 노동절, 5/5 은 어린이날, 또 5/8 은 어버이날해서 5월은
첫주일 부터 휴일이 많이 끼었다고 한다.
노동절날, 학생들만 빼고는 다들 연휴를 즐기러 서울을 빠져 나가서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더니 아파트 단지는 과연 한적한 느낌이였다.
느지막히 일어나 또 동생(병한, 17회)이 사온 반찬, 만든 반찬 할것없이 잔뜩 차려주는
진수성찬으로 brunch를 잘 먹고는 다시 뒷산에 올랐다.
또 한번 운동 기구들에 매달려 Twist, stretching 등 해보고 좁게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산행 연습도 하고.
곳곳에 불타는것 같이 잔뜩 피어 있는 철쭉, 붉고 푸른 단풍나무들, 송화가 잔뜩
매달린 소나무들. 그 사이로 멀리 펼쳐진 서울의 경치도 넋을 놓고 감상했다.
오후 4시가 넘어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는 찜질방으로 갔다.
그냥 목욕은 4,000원, 찜질방은 5,000원이라고 하니 두말없이 찜질방이다.
끔찍하게 뜨거운 소금가마, 황토가마 등등, 들어가 누워도 보고,
눈 쌓인 시베리아 벌판같은 냉방에도 잠간 앉아 눈도 만져보고.
나는 어느 한군데도 진중하게 앉아 있을수가 없어 계속 들락날락이다.
나같은 손님만 있으면 빨리하고 나가서 주인이 좋아 하겠다고 동생이 말한다.
윗층, 여자들에게 좋다는 황토 독방에 돗자리깔고, 목침베고 누우니 기분좋게 뜨뜻한데다 막 무가내로
엄습해오는 jet lag 때문에 어느사이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동생은 책을 읽고, 나는 단잠을 자고 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오늘 밤 8시반부터 "별난 남자, 여자"가 시작 된다고 해서 서둘러
1) 목욕하고, 2) 떡볶기 사가지고, 3) 빨리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랫만에 냉탕, 온탕, 열탕에 들어가 앉아도 보고, 좀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다 보니
턱도 없이 시간이 부족해서 욕탕에서 나왔을때는 이미 극이 시작이였다.
별수없이 거기 다른 아줌마들 처럼 마루 바닥에 철퍼덕 앉아 크림이랑 바르며 시청하는데
그동안 준호, 해인은 결혼했고, 멀쩡하던 석현이는 중병으로 입원해있는등,
Miami에 비해 이야기가 한 두어달은 앞선것 같았다.
아뭏든 다 그렇다치고, 재미있게 보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이시간에 한다니 별 다른일 없으면 꼭 보아야겠다고 머릿속에 메모해 두었다.
5/2/06 (화)
아침 일찍 일어나 오금동, 동생이 氣체조 하는곳에 따라 갔다.
날씨는 맑고 아주 화창한데 바람이 불고 춥다. 아침 기온은 대개 섭씨 10-12도
(화씨로 50도 정도) 에다가 한낮에는 섭씨 25도(화씨 77도)까지 올라간다.
Miami 에서도 화씨로 66-83도를 오르내리는것은 예사이지만 여기는 아침 저녁이
조금 더 추워서인지 기온 차이가 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계속 야단 법석일수 밖에 없었다.
길가는 사람들도 누구는 한여름처럼 차려 입었는가 하면 또 한겨울처럼 시커먼
wind breaker로 중무장한 사람들도 있고, 각양각색이였다.
氣 체조하는것을 잘 구경하고, 동생이 만나는 道人에게서 나의 건강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나는 무엇이던 속에 있는대로 다 쏟아 내놓는 성격이라 응어리져 맺친것이 없단다.
남을 괴롭게 하는지는 몰라도 울화병은 없을테니 나 자신에게는 다행인것 같다.
식후에 사과를 껍질까지 같이 갈아서 마시는것이 내게는 아주 좋다고 한다.
근처에서 청국장찌개, 양배추쌈 등으로 점심을 먹고, 앞길가에 청계천처럼
꾸며 놓은 개천도 구경하고.
무슨 나무인지 새카맣고 앙상한 가지에 지금 막 연초록 빛갈의 여린 새싻들이
잔뜩 피어난것을 흥미있게 보았다.
서울의 재래종 꽃나무들은 미국과 달리 체수가 작은데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혹독하게 춥고 또 더운 날씨에 강인하게 버티고 서있다.
이런 나무 하나 하나가 그대로 한국을 보여 주는것같아서 여기 올때마다
유심히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주름살 많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아무도 만나 보기가 싫다는 생각이
야금야금 들기 시작했다.
이럴것 같으면 여기까지 오긴 왜 왔는지 참 한심스럽기도 했다.
끝까지 on line 으로 연락하다가 그냥 가 버릴까도 생각했다.
이러는 나를 보고 집에 오는길에 동생이 자기 맛싸지하는 곳으로 끌고 갔다.
어쩌다 한번, 그런것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만은 어떤가 보라고 해서
생전 처음으로 두드리고, 꼬집고, 누르는 맛싸지를 한번 해 보았다.
"이런것 매일 하며 사니까 사진에서 보는 서울 친구들은 옛날 그대로구나." 했더니,
한 친구가 하는말, "그래도 나이가 어디로 가니?"
저녁때는 동생이 17회 동창들 모여 춤 연습하는 곳에 간다고 해서 간단하게
바지락 칼국수를 조금씩 나누어 먹고 헤어졌다.
뻐쓰 타는것, 전철 타는것 다시 연습하고, 설명 듣고 혼자 오는데 어렴풋이 방향감은
있지만 약간 불안했다.
다행히 뻐쓰안에는 나보다 더 모르는 사람이 있어 그덕에 무사히 공군 회관 앞에 잘 내릴수 있었다.
근처를 좀 둘러 보려다가 생각을 바꿔 그냥 아파트로 와서
102동을 찾아 elevator를 탔다. 9층에 내려 비슷한 집에 와서 문을 열어 보려고
하는데 도무지 열쇠가 맞지 않는다.
이게 왠일인가 하면서 자꾸 try 하는데 어디서 강아지 소리가 난다.
우리는 강아지 없으니까 반대쪽 집인줄 알고 계속 문을 열어 보려고 애쓰는데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여자 목소리.
어머나, 그제서야 집주소가 틀린것을 알았다.
얼른 "미안합니다." 하고 수첩을 꺼내보니 우리집이 904호인데 902호에 가서 자꾸 문을
열어 보려고 했던것을 알았다.
얼마나 미안하고, 창피스러운지...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903, 904호는 그 다음문으로, 905, 906호는 또 그 다음문으로 들어가야 하는것을
미쳐 몰랐다.
바야흐로 천방지축의 서울여행이 시작 되었다.
댓글 3
-
민완기
2010.06.02 11:30
Cela m` `etonne beaucoup! Merci. -
임효제
2010.06.02 11:30
형제들이 많은 것도 보기에도 좋습니다(싸움만 안 하면요.. ㅋㅋ)
이신옥씨는 사우나 탕에서도 눈을 감으시니
무척 성격이 좋군요. ㅎㅎㅎ -
이신옥
2010.06.02 11:30
노래가 무슨 소리인지 뜻은 하나도 모르겠으나 곡이 좋아 어느 선배님이 올리신것을 빌렸습니다.
너무 게으르고 무성의한것 같아 지금 Google 에 찾아보니 Et si tu n'existais pas 는 "만약에 그대가 없다면."
그러고 보니 "Exist (存在하다)" 라는 단어가 있네요.
다음 生에는 기필코 영어와 불어를 배워야 겠습니다. ㅎㅎㅎ
Et si tu n'existais pas
Dis-moi pourquoi j'existerais
Pour trainer dans un monde sans toi
Sans espoir et sans regrets
Et si tu n'existais pas
J'essaierais d'inventer
l'amour,Comme un peintre qui voit sous ses doigts
Naitre les couleurs du jour...
만약 그대가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를 말해주세요
그대 없는 세상에서 고통을 겪기 위해
희망도 미련도 없이 만약 그대가 없다면
난 사랑을 만들려 애 쓸 거에요
손가락을 통해 하루의 색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놀라워 하는 어느 화가처럼 ....
민완기 선배님은 불어를 하셨나 봅니다. 저는 Merci, amour 밖에 모르겠어요.
임 선배님,
제가 성격이 좋은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구요.
황토 독방은 문도 없이 바닥만 조금 뜨뜻하니까 숨이 차지 않아 책읽고 잠자기에 좋더군요.
추운 겨울에도 사우나만 가면 될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저는 말하는데 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다 크고 나니까 형제 많은것이 좋은데 특히 여자 형제들끼리가 마음 맞고, 편해서 아주 좋습니다.
남자 형제는 올케라는 사람들이 끼어 있어서 더 가까워 질수가 없는것 같아요.
앞으로도 눈치 채시겠지만 저의 일곱 형제는 싸움이란걸 모르고 자랐습니다.
특히 동생들이 언니나 형들에게 더 잘해서 너무 고맙지요.
번호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
2886 | 오늘의 운세 [6] | 심재범 | 2010.06.05 | 129 |
2885 | 작약 [26] | 김동연 | 2010.06.05 | 146 |
2884 | 주거니 받거니 (361) / 이른 아침에 [7] | 김영종 | 2010.06.05 | 133 |
2883 | Tips for better life for 2010. [7] | 김필규 | 2010.06.05 | 154 |
2882 | 현충일 [6] | 정지우 | 2010.06.05 | 132 |
2881 | # 靜物 [22] | 성기호 | 2010.06.04 | 197 |
2880 | 제 256 회 금요 음악회 / Mozart Piano [12] | 김영종 | 2010.06.04 | 197 |
2879 | 선배님들 모두모두 안녕 하셨는지요 .... [19] | 채송화 | 2010.06.04 | 182 |
2878 | 창가의 명상 [1] | 김재자 | 2010.06.03 | 160 |
2877 | Return to Innocence [7] | 김재자 | 2010.06.03 | 176 |
2876 | 7. ( 8일간의 5000마일 자동차여행 )DEATH BALLEY Zabriskie point [20] | 황영자 | 2010.06.03 | 185 |
2875 | 반도네온으로 듣는 "라 쿰파르시타" [4] | 신승애 | 2010.06.03 | 122 |
2874 | 시베리아 여행기 (후편 6) - Chita [4] | 박일선 | 2010.06.03 | 117 |
2873 | ♡수술 후 첫 나들이 [16] | 홍승표 | 2010.06.03 | 169 |
2872 | 2010.6.11. 2금요일. 인사회 알림장. 얼굴도 보고. 컴도 보고~. [6] | 인사회 | 2010.06.03 | 137 |
2871 | lalala축복 : 황청정형 , 영애 황은양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1] | 최종봉 | 2010.06.02 | 161 |
2870 | Fantastic Pictures[2] [1] | 김필규 | 2010.06.02 | 135 |
2869 | 어느 부인의 9일간의 이야기 [2] | 심재범 | 2010.06.02 | 138 |
» | 서울 일기 #2 (5/1-2/2006) [3] | 이신옥 | 2010.06.02 | 125 |
2867 | 祝 세계 우표 수집 대회에서 1등 하다 !! [2] | 전준영 | 2010.06.02 | 144 |
2866 | 세종로 <역마차> [5] | 정지우 | 2010.06.01 | 187 |
2865 | 용인 한국민속촌(韓國民俗村) 나들이 [18] | 이문구 | 2010.05.31 | 202 |
2864 | [re] 용인 한국민속촌(韓國民俗村) 나들이.......20년전에 갔을때 [4] | 이초영 | 2010.06.01 | 133 |
2863 | 주거니 받거니 (361)) / 유월을 맞으며 ....... [7] | 김영종 | 2010.05.31 | 148 |
2862 | 인사회 월곶포구나들이 동영상 [14] | 황영자 | 2010.05.31 | 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