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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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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기 #3 (5-3-2006)

2010.06.10 06:07

이신옥 조회 수:109

 



망고 (6-2010)  


5/3/06 (수)

오전에 氣체조를 마친 동생과 답십리 전철역에서  오후 2시쯤 만나 청계천이
중랑천과 만나서 시작되는 한끝부터 들러 보고 시내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마천, 상일동 가는것을 타고 "흰다" 라는 곳에 내려서..." 어쩌구...

"What?  흰다라니,  you mean black and white?"  그제서야 동생은 "신답(新踏)" 하고
"새로운 답십리" 라는뜻 비슷한, 생소한 지명을 말해준다.  "알았다" 하고 끊으니
또 전화.  옆에서 "신답" 이라는 정거장이 거기 없다고 한단다.  그럼 그렇지, 내가
한번도 못들어본 이름이잖아.  서울사는 사람도 이렇게 무식하네. 그대로 나갔으면
전화도 없고, 낭패 볼뻔했다.  왕십리, 마장동... 다 지나 답십리 전철역에서
내리자마자 그자리에 꼼짝않고 기다리기는 수법을 써서 곧 만날수 있었다.

우선 "보리밥 buffet"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나물,깻잎,도라지,
돗나물등 여러가지 나물에다 도토리묵, 들깨죽, 수정과, 식혜까지 있는 buffet 가
일인당 겨우 5,000 원이다.  둘이 well being lunch를 푸짐하게 잘 먹고나서
운동도 할겸 청계천을 따라  우선 중랑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곧 한쪽에는 한양대학이 있고, 그 반대쪽에는 중랑천과 청계천이 T자 형으로
만나는곳에 닿았다. 여기서부터  청계천이 시작되는 모양인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살곶이" 라는 이름의 옛날 다리를 처음 보았다. 절반은 옛날것이고 없어진 절반은
후에 보수한것이라고 하는데 커다란 돌쪼각을 놓아 만든 옛날식의 다리가
무척 아담하다.

가마가 지나가고, 소달구지 지나가는 다리였으니 지금 보면
그 규모가 자그마하고 마치 그옛날을 보는것 같다. 서울에서 각지방으로 나가는
중요한 다리였다고 하니 시대극에서 보던것처럼 한때는 이 중랑천을 건느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였을 것이다. 

이쪽 청계천은 아직 조용하고 비교적 깨끗한데 물고기와 새들이 자리 잡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것 같았다. 두루미같이 생긴 새가 날아와 앉는것을 딱 한번
보았다.  개천 옆으로는 공터도 좀 있어서 net 쳐놓고 배구하는 사람들,
자전거랑, skate board 타는 사람들, 우리처럼 그냥 걷는 사람들로 바빴다.
청계천 양쪽에는 꽃나무들도 많이 심어 놓았고, 물가에는 창포 같은것도 보이고,
아직은 어린 담쟁이가 넝쿨로 돌벽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한참을 걸어 청계천회관에 당도했다.  안에는 Disney world 처럼 청계천의 역사,
그 복원등에 대한 모든 자료가 사진으로, 영상으로 멋있게 잘 꾸며져 있는데
무료 입장이다. 옛날 판자집들 사진도 흥미있게 보고, 태종과 세종, 또 영조와 정조가
청계천 이야기하는것도 보고. 그런데 의자에 앉아 구경하자니 아직도 시차가 안 풀려
슬그머니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근사한 회관에 관람객이 거의 없어  긴의자에 누워 잠간 졸았다.
그러다 인기척이 나기에 얼른 일어나보니 겨우 걸음마 배운것 같은
귀여운 아기가 꿈속처럼 혼자 아장아장 걸어 들어 온다. 그뒤에 곧 가족이 따라 들어
왔지만 내가 자다 일어 나는것을 본 사람은 분명히 아기뿐이라고 확신한다.

그 회관에는 간단한 간식과 음료수파는 곳도 있는데 menu 에 "팥빙수"가
있기에 반가워 주문했더니 지금은 season 이 아니라 없단다. 
그럼 그걸 거기 써 붙쳐놓지 말던가. 
손님이 덥고 목 말라서  빙수달라는데 겨울이면 어떻고 여름이면 어떤가? 
아유, 속상해.  다음에 빙수 전문점을 찾아 꼭 먹어 보기로 하고 대신
pineapple juice 한잔을 마시고 거길 떠났다.

청계천은 시내쪽으로 올수록 더 번화해져서 돌벽에서 Classic music 도 흘러
나오고 가끔 글씨와 그림있는, 옛날의 유적인 돌도 보이는데 우선 징검다리가
너무 많다. 
"징검다리 건너도..." 하는 노래도 있지만 이다리가 이렇게 겁나 보이긴 처음이다.
난 그런 다리 안 건느겠다고 해도 동생은 굳이 끌고 가고.

또 "검정내" 라나 안암천이라나 ? 
옛날에 우리가 살던 용두동 근처에서 나와 청계천과 만난다는 물은 꼭 이 징검다리로
건널수 밖에 없단다.
그런데 그 이름처럼, 또 옛날 염색공장에서 나오던것처럼 물이 새까맣다.
지금은 염색공장도 없다는데 어디서 이런 시꺼먼 물이 나오는지, 꼭 그때 같다.
미끄러져 빠져 본다해도 별 큰일이야 없겠지만 이런 물속에 빠지면 옷이랑 신발이랑
다 어떻게 할것인지...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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