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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1일, 금요일, Khabarovsk 기차


(오늘의 경비 U$2: 식료품 50 *환율 $1=25)



아침에 일어나니 9시가 지났다. 기차는 Chita를 떠난 지 8시간, Chita 동북 어딘지 달리고 있다. 창 밖 경치는 산야가 온통 노란색이다. 벌판밖에는 안 보이는 시베리아 서쪽과는 달리 낮은 산이 있는 지형이다. 산 위쪽에는 단풍이 싱싱하나 벌판에는 단풍이 벌써 한물 간 것 같다. 제일 높이 보이는 산의 산정은 근래에 내린 듯한 눈으로 덮여 있다. 나무로 가득 찬 벌판은 한국 같으면 여기저기 마을이 보일텐데 텅 비었다. 이렇게 빈땅이 많다니. 한국은 아마 2천년 전에도 땅이 이렇게 비지는 않았을 것이다. 철로를 따라서 난 비포장 도로에는 다니는 차가 안 보인다. 기차가 훨씬 더 많이 다닌다.



못된 룸메이트들을 만나서 고생했다. 세 젊은이들인데 전혀 예의를 모르는 친구들이다. 짐을 침대 밑에 넣는 것을 도와주어도 고맙다는 말도 없다. 밤늦게까지 떠들고 식탁에는 먹다 남은 음식을 벌려놓고 내가 누어있는 침대에 두 명씩이나 앉아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복도 건너에 빈 좌석이 둘씩이나 있는데 내가 들어 눈 침대에 앉아서 조금도 미안한 것을 모르는 눈치다. 아래 침대가 걸리면 이런 문제가 생겨서 나는 위쪽 침대를 선호한다. 위쪽 침대는 아무 때나 올라가서 쉴 수 있으나 아래 침대는 그럴 수가 없다.




기차 창문 밖 경치



단풍 절정기가 지난 것 같다



철로를 따라서 난 비포장 도로에는 다니는 차가 전혀 안 보인다


전 산야가 노란색인데 겨울에는 어떻게 보일까? 겨울에 한번 여행을 해야겠다




내 칸 젊은이들이 벌려 놓은 테이블

2007년 9월 22일, 토요일, Khabarovsk 기차





(오늘의 경비 없음)



어제 밤엔 아주 복잡했다. 밤중에 젊은 군인 세 명이 타서 우리 칸이 복도까지 꽉 찾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군인들이 너무나 젊게 보였다. 정말 꽃다운 나이라는 말이 딱 맞다. 전쟁이 나면 이런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서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런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 것일까? 전쟁은 일으킨 사람들은 이런 젊은이들을 앞 세워서 전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은 애국이라는 명분 하에 다른 사람이 일으킨 전쟁에 나가서 죽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군인 3명과 무례한 젊은이 한 명이 어울려서 우리 컴파트먼트를 차지해서 나는 아주 불편했다. 거기다 차안이 너무나 덥다. 창문이 안 열린다. 변소에 열리던 창문도 잠가 버렸는지 안 열린다. 창문을 열고 갈 수 있었던 인도 기차 생각이 난다.



감기는 거의 다 난 것 같다. 힘 안들이고 나서 참 다행이다. 콧물만 났었을 뿐 열은 전혀 안 났었다.



소련이 붕괴되고 집단 농장이 해체되면서 가구 당 약 2만 5천 평의 농경지를 분배받았단다. 그 정도 땅이면 한국 같으면 부농에 속하는데 왜 못산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에 나오는 한 사람은 그 땅을 남에게 대여해주고 자기는 감자를 사다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는데 이해할 수 없는 얘기다.



젊은이들 때문에 힘들게 Khabarovsk에 도착해서 차가 30분 동안 머무는 동안에 블라디보스토크 가는 기차표를 사서 금방 내린 기차에 다시 올랐다. 3등 침대차 표는 없다고 해서 2등 침대차 표를 샀다. 3등은 약 550루블인데 2등은 1200루블이니 보통 사람들에게는 과한 금액이다. 늦은 시각에 Khabarovsk에서 어떻게 호텔을 찾을 것인가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잘 되었다. 왜 미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갈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경치는 산 모양과 나무들이 한국과 비슷했다






밤나무 같이 보이는 나무도 보였다




평원도 있다



젊은 러시아 군인들


기차역 플랫폼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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