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일기 #4 (5/6/2006)
2010.06.20 01:24
Bone Fish Motel near Duck Key, Florida (June, 2010)
5/6/06 (토)
비가 온다. 이렇게 비가 오려고 어제 그렇게 끈끈하고, 장마철 같이 무더웠나 보다.
비가 오니 다시 시원해져서 살겠는데 내일 北漢山行이 조금 걱정이다.
그냥 산도 어려운데 비속에 가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에이, 모르겠다.
비가 많이 오면 산 아래서 모여 그냥 놀다 오겠지. 미리 걱정한다고 달라 질것도 없다.
美國에 二週間 여행갔던 언니가 어제밤 돌아왔다.
밤 8시반 비행기라는것 뿐 식구들에겐 연락도 안하고 空港에서 shuttle bus 타고,
taxi 타고, 집까지 싹 들어 오는것을 보고 좀 놀랬다. Expert 旅行家가 다 되었네.
난 꼭 누구 좀 나와 달라고 신신 부탁하는데.
하기야 난 무거운 짐도 있고, 자주 오지도 못하니까 식구들 다 나와서 크게 迎接을
받을만도 하다.
언니가 오고 나니 그동안 resort place 같이 넓고 조용하던 이 아파트가 갑자기 아주
비좁아 졌다. 침대도 다시 내 주어야 했다.
무엇보다 computer 하나에 셋이 매달리게 되니까 골치였다.
언니는 밀린 11회 소식 보느라고, 동생은 17회도 보고, computer game도 하느라고
내가 좀 앉아볼 틈이 없었다.
그 북새통 속에서도 언니와는 서로 同期 website를 보여 주며 자랑을 했다.
언니는 11회에서 긴 classic music 까지 다 듣고 넘어 가려고 하니까 시간이
무한정 걸리는거다. 그런건 대강 듣고 우리 13회 노래나 빨리 들어보라고 성화를 했다.
언니가 오더니 냉장고 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먹을건 빨리 먹고, 버릴껀 버리고.
더덕을 꺼내 벗기고 방망이로 두드리고.
수고가 많기에 며칠전에 산 고보(우엉)는 내가 요리하겠다고 자신있게 나섰다.
손톱이 새까맣게 되도록 벗기고 썰어서 기름 넣어 볶고 진간장도 넣고, 깨소금까지 뿌려서 상에 올렸다.
나는 맛있게 먹는데 동생이 한입 맛보더니 "아유, 짜."
너무 짜서 못 먹겠다고 한다.
언니도 맛을 보더니 다 다시 헹구어서 소금기를 좀 뺀 다음 또 볶아야겠단다.
What an insult! 이런 모욕이 어디있어?
아무리 떨어져 산다지만 입맛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그런데 처음엔 괜찮더니 좀 있으니까 내게도 그 우엉이 차츰 짜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싶어 냉장고에 남아있던 풋고추를 다 썰어 넣고 다시 볶아 보았으나 아직도 좀 짜다.
그런데 몇달동안 어느구석에 쳐박혀 있었는지 그야말로
싹이 나고, 잎이 날 지경인 감자를 잘 다듬어 껍질벗겨 놓은것이 옆에 보였다.
두말않고 그걸 집어서 채 쓸어 볶다가 우엉 볶은것을 섞고, 해바라기씨 까지 얹는등,
한참 법석을 떨고 나니까 마침내 먹을만한 정도가 되었다.
진간장이 왜(倭)간장이 아니냐? 그건 짜지 않다.
찬장속에 진간장이 있기에 꺼내서 대충 넣었는데 이 난리라고 했더니 동생말이
그게 "진간장"이 아니라 "집간장" 이라는 짠 조선 간장이란다.
그래도 못 믿고 병을 꺼내 다시 보니까 정말 진간장이 아니라 "집간장" 이라고 쓰여 있다.
살다 살다 "집간장" 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네.
그럼 다 집간장이지 세상에 무슨 다른 간장 있냐?
하긴 집에서 만든게 아니라 사다 먹으니 다 공장 간장인가?
아뭏든 그대로 죽을뻔했던 고보 요리를 다시 살려놓고 弘報 作戰을 폈다.
이 속에는 starch 도 있고, 野菜도 있고, 비록 멸치이지만 動物性 蛋白質도 있다.
해바라기씨까지 들어가 健康食이 되어버린 一品料理다.
북한산 가는 날도 이것만 coffee와 같이 먹으면 훌륭한 아침식사가 될꺼다.
밥 먹다가도 혹시 간이 싱겁다는 말만 나오면 소금 넣치말고 빨리 고보 한쪼각을
먹으라고 하니까 다들 깔깔 웃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에 그 많던 고보, 감자 볶음이 바닥이 보이기 시작해서
"후유~."
나는 살아났다.
Motel 의 Stray Cat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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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불고기 구나 하며 신나서 뛰어 들어 온다
이게 무어야 더덕을 굽는 냄새 아닌가
한두번이 아니 었든 또 속았네 하든 국민 학교때 기억이
신옥씨 글 중에서 방망이로 두두리는 더덕이 ......
그래요 빨래 방망이로 두드려서 잘펴서 양념 간장(아마 불고기 양념 이겟지)에 재어 놓았다가
숫불위에 올려 굽는 석쇠를 뒤집어 가며 구어야 불고기 맛이 나는데
요즈음은 칼로 썰어서 후라이 판에 적당히 둘러내니 옛 생각에 주문 하곤 먹지 않고 남기곤 합니다
더 많이 맛 없는건 육계장이조 고기를 찟어서 양념 버물여서 위에 얹어 주어야 하는데
칼로 썰어서 노란 기름에 그것도 기름 덩어리 아끼느라 고추 기름 왕창 진 빨강으로 만든것 요즈음 육계장 이니
댓글이 너무 길어 졋나 봅니다 먹는것 하면 홀고 빨으는 3 살버릇이 아직 70 까지 이니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