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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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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의 계절

2010.07.15 22:10

이신옥 조회 수:124

 



망고  (7-2010)




They say Miami has two seasons, hot and hotter.
Perhaps we should say three.  Hot, hotter and Mango season!


올해도 어김없이 망고의 계절이 찾아왔다.
작년 만큼은 못 되어도 지난 겨울 추위에 늦게 꽃이 피기 시작했던 망고들이 꽤 열었고
지금 익어서 땅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싫던 좋던 우선은 성가시기 짝이 없는 年例行事, 망고 作戰(Operation Mango)이 시작되었다.



엊그제 퇴근해보니 근처 아는 집, 아무나 갖다주라고 아침에 싸놓은 망고 보따리가 문앞에
그대로 있었다.
밖에 나가기가 귀찮은 남편이 게으름을 핀 때문이다.  
나는 옷 벗기전에 다녀 온다고 다시 나갔다.



집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한참 생각했다.
왼쪽에는 수년전 작은 아이, 다니엘이 대학 다닐때 방학때마다 자기도 어차피 오는 길이라고
돈 한푼 받지않고 6시간을 운전해서 데려다 주던 중국인, 에디네가 산다.


그집은 근처에서 우리가 옛날부터 단골로 다니던 順景樓라는 중국 음식점을 한다.
아이들이 같은 피아노 선생님에게 다니다가 알게 되었는데 휘발유 값도 절대로 안받으니
대신 열심히 그 식당에나 가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아이들도 집에 없고 식당은 또 Upscale로 改造를 해서 음식값이
무척 비싸졌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될수록 값이 저렴한 음식을 많이 파는것이 좋을것 같은데 그 반대다.
이런 사정으로 우리는 그 식당에 발이 뜸해졌다.
그냥 여름에 한두번씩 망고를 갖다 줄때만 아이들 소식 전하는것으로 벌써 몇해가 지났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정작 그 피아노 선생님이였던 일본인, Nakashima네 집이 있다.
쥴리아드를 졸업하고, 지금 한 50도 넘었을 이 선생님은 외동딸로 결혼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아이들 피아노를 가르치고, 대학에도 나가며 年老하신 부모님과 같이 산다.
전에 어쩌다 방문하면 나까시마 어머니는 이것저것 과자를 잔뜩 내 놓았다.
일본 사람들이 이런 간식을 좋아하는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몇년전 여름, 단맛의 망고도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갖다 주었더니 아주 고마워했다.
온 식구가 다 망고를 무척 좋아하는것 같았다.
그집에도 망고 나무가 있으나 오래전부터 열매가 열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매년 설때가 되면 모찌를 만들어 가게에서 파는것처럼 하얀 starch 가루를
뿌리고 상자에 넣어 우리집에 가지고 왔다. 망고에 대한 답례였다.
 
그런데 오늘 당장은 어느집엘 가야 하나?  이니미니마이모...
두집 다 한 두어번 더 갈것이지만 오늘은 오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늘 집만 지키고 있는 年老하신 분들이 이 더운데 어디를 가셨겠냐?
전에 보면 나까시마 선생님네는 8월초에 미네소타 어디로 한달간 휴가를 가더라.


운전하며 가다보니 어떤 젊은 남자가 grocery bag 하나를 들고 좀 어색한 표정으로
길을 걸어간다. 둥그런 것이 담긴 백을 보니 길에 떨어진 망고를 줏은것 같았다.
귀찮은데 이걸 다 저 사람 주어버릴까? 얼핏 생각했다.


그러나 그냥 지나쳐서 곧 나까시마 선생님 집에 닿았다.
바로 근처에 살아도 와 본지 일년이 넘어 둘레둘레 찾았다.
망고를 문앞에 갖다 놓고 벨을 눌렀다. 
누가 나오기만 하면 얼른 내빼려고 하는데 두번 세번 눌러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이상하다.  아직 방학이 아니라 아무데도 못 갔을텐데...


그냥 두고 올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萬에 하나라도 식구들이 어디 멀리 갔다면 큰일이다.
이 망고는 밖에서 며칠 지나면 다 익어 버리고, 상해서 벌레는 꼬이고, 집앞을
지저분하게 만들것이다.
선물을 주는것이 아니라 귀찮은 일을 더 만들어 주는것이니 그런 실례가 없다.


할수없이 무거운 망고를 다시 차에 싣고 이번엔 에디네로 발길을 돌렸다.
차로 이삼분이면 가는 이 집도 근 일년 만에 와서 벨을 누르니 또 대답이 없다.
몇번 눌러 보다가 그냥 문앞에 망고를 두고 떠났다.
 
에디네 아버지, 릉씨는 年中 쉬지않는 식당때문에 꼼짝을 못한다.
어쩌다 다른 식구들은 여행을 가도 룽씨는 집과 식당을 지키는 것을 전에 보았다.
이따가 밤늦게 집에 오는 릉씨가 망고를 집에 들여 놓을것이다.


그런데 한 이틀 지나자 에디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때까지 가끔 그집 문앞에 놓고 온 망고가 걱정되었으나 곧 잊어버렸다.
그런데 전화가 오니 불현듯 그 망고가 생각났고, 그 엄마의 인사 전화인것을
단박에 짐작했다.


에디네 식당에 일하는 사람중에 집에 망고 나무가 있는 사람이 있어 전에도 거기서
망고를 얻었단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집에서 보낸것이라고 생각했단다.
 다음날 그 사람을 보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더니 자기네가 보낸적이 없다고 하더란다.
그제야 우리집에서 보낸것을 알아차리고 부지런히 전화를 한것이였다.


우리는 일년 동안 쌓였던 수다가 쏟아져 나왔다.
식당 경기는 지금 말씀이 아니고, 막내 아들이 올 가을부터 대학에 다닌단다.
맨위로 아들 하나 낳고 그만 낳으려다가 7년후 어떻게 년년생으로 두 아들이 생겨 이 엄마는
좀 고생을 했다.  나의 막내 동생들 이야기 같아서 서로 통했다.


식당을 하니까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아서 1992년 태풍 왔을때 고친 그집 부엌은 지금도
새것 같다.  밖에 나가 일도 안하고, 매일 cook을 안해도 되는 그녀는 참 팔자가 좋다.


툭하면 음식을 식당에서 가져오는데 가만 보면 그것도 진력이 나는 모양으로
갈비,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에도 무척 관심있고, 좋아한다.


룽씨가 매주 화요일에 쉬는데 그날은 꼭 온 식구가 外食을 한다.
매일 대하는 중국 음식에 넌덜머리도 났고, 다른 식당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보고,
또 하루 바람도 쏘일겸 꼭 외출을 한다.


망고를 아마 한번쯤 더 배달할것이니 그리 알라고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다음주 또 필라델피아에 한주일 다녀올 예정인데 망고때문에 걱정이다.
"Don't you leave me alone with all these mangos."
지난번 언제처럼 나 혼자서 있는데 망고가 우수수 다 떨어져 내릴까봐 큰 걱정이다.


지난주는 Skype 통화를 하면서 병한에게 (17회) 처음으로 망고를 보여주었다.
영상 통화 시대가 되어 이런것도 할수 있구나.  신이 났는데 병한이 좀 머뭇거리더니
"누구 약 올려요?"


"뭘 너도 지난번에 그랬잖아? 
바로 코 앞에서 커다란 양재기에 오이 나물 무치면서 떡국 끓인다고."
  나도 질세라 얼른 받았다.
둘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부러워하니까 병한이 말했다.
"빨리 와.  다 만들어 줄께."
  




병한아, 너도 빨리 와라.  내 이 망고를 어떻게 던 다 붙들고 앉았을테니까.

 

 












크고 작은 망고들




남편이 담아 놓은 망고는 젯상에 올리는 Style  




내가 다시 쎄잔느의 정물화 처럼 늘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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