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오성화와의 ....
2010.07.15 23:18
입학을 하자 당연한 듯 큰아버지 집에서 하숙을 했다. 배화여중에 다니는 바로 아래 여동생과 한방을 썼다. 사사건건 불편했다. 통학거리도 멀뿐 아니라 다 큰 여동생과 한방을 쓴다는 게 보통 거북한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두 달을 버티고 같은 반 친구인 주호의 왕십리 자취방으로 책상을 옮겼다.
주호는 충북 괴산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하고 있었다. 나보다도 한살이 더 많은 그는 말수가 적은데다 어른처럼 의젓했다. 입보다는 몸으로 모든 걸 말했다.
정도 많았다. 중학교 때부터 고생하던 치질을 민간요법으로 치료받고 온 날, 어기적거리며 방에 들어서는 나를 두고 주호가 부리나케 가게로 달려가더니 달걀 한 꾸러미를 사들고 들어왔다. 냄비에 열개를 다 깨트려 넣고 한꺼번에 삶아 내게 내밀며 먹으라고 했다. 함께 먹자고 아무리 권해도 친구는 한사코 먹지 않았다. 쳐다보지도 않았다. 달걀을 앞에 놓고 목이 메던 건 그때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호와 함께 지내면서 나는 그의 침착함과 분별력, 남을 배려하는 조심스런 언행에 빠르게 감화되어갔다. 불 뚱 맞던 격정적인 성격이 차분하게 잡혀 사려 깊게 행동하는, 제법 철이 들어가는 모범생이 되어갔다.
겁많은 난 밖에서 기다리고 성호와 순태 둘이 들어가 혼만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