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63빌딩을 찾았더니 이름부터 낯설어서
한동안 건물 안을 헤매며 어리둥절했습니다.

본인은 찍히는 줄도 모르고 혼자 두리번거리는데...
역시 팔불출에서 헤어나기가 쉽지는 않은가 봅니다.

명색이 서울 태생이면서 이제야 여길 들렸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쩝니까?

그렇지 않아도 둘 다 동작동, 노량진에서 산 경험이 있어서
그 쪽을 한잠 뒤지며 추억에 잠겼었답니다.

나도 [박영선]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 봤답니다.
프른색이 감도는 회색 톤에 사실(寫實)적 인물을 직선적인
배경 구성으로 변형시키는 그의 개성을 좋아했지요.

찾아갔더니 63CITY라 해서 당황했습니다.
처음엔 잘못 찾아왔나 했지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본다."

지금 그런 생각이 스칩니다.

다른 사람들은 약간 높은 유리판 위에
잘 올라서려 하지 않더라구요.
그게 그거란 생각인데 말입니다.

지하 1층 식당가 음식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메뉴나 가격이 백화점 식당가 수준이더군요.

서울을 오래 떠나 있다 보니
먼 외국에 있다 온 사람이나
한국 시골에서 온 사람이나
생각이 다 비슷한 모양구려.

늙어서 남자가 여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어떻게 견딥니까?
나도 그저 그 수준이랍니다.

남산 타워에서 보는 전경과는 다르지요?
한강 주변의 경치와 도로, 건물들이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건물의 위치가 괜찮은 자리라는 생각은 드는데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근처 버스 정거장이나 전철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지만
택시가 기본 요금이면 가능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방문자는 대부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었습니다.
전망대 말고는 수족관, 공연 등 어린이를 위한 이벤트가
많기 때문인가 봅니다.

에펠탑 전망대에서는 철망 사이로 경관이 직접 보이는데
63빌딩 전망대는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경치라 선명하지 못합니다.

전망대 한 공간에 한국 현대 유명 대가들 작품(구상, 비구상, 조각)이
전시되어 있어서 Sky Art란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나이 든 어른들보다 젊은이나 아이들이 더 많더군요.

집 사람은 두번째, 나는 첫번째 찾아간 곳입니다.
어설프게 떠벌린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촌 사람이 서울 사람 앞에서
남산 구경했노라 자랑한 꼴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