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 여행기 (후편 11) - Yakutsk 가는 길
2010.08.25 11:50
2007년 9월 30일, 일요일, City, Neryungri 기차 안
(오늘의 경비 U$1: 식료품 25 *환율 $1=25)
오늘은 하루 종일 기차 안 생활을 했다. 기차 안은 만원이었는데도 아주 조용했다. 술꾼 그룹이 딱 하나 보였는데 멀리 있어서 문제가 안 되었다. 내가 있는 컴파트먼트에는 내 밑에 30대 말의 조금 바보같이 보이는 남자, 내 건너편에 30대 여자와 10여세 아들의 모자가 있었다. 복도 건너편에는 20대 청년이 혼자 있었다. 모두 조용한 사람들이었다.
모두들 무엇이 심각한지 웃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다. 특히 여자는 아주 차가웠다. 내가 자기 아들과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서 바꿔주었는데도 고맙다는 소리 하나 없었다. 계속 아들 시중을 들고 공부를 시키고 책을 읽어 주는 등 엄마 노릇은 기가 막힐 정도로 정성스럽게 하는데 아들에게도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을 못 봤다. 왜 이 여자는 웃음을 잃어버렸을까? 러시아에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모자의 모습은 부러울 정도로 다정했다. 특히 아침에 아들이 이층 자기 침대에서 엄마 침대로 내려와서 같이 자는 모습은 정말 정겹게 보였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수필 생각이 났다.
기차가 어느 역에 서니 사람들이 나가서 플랫폼에 열린 장을 봐 가지고 올라온다. 기차역 근처에 사는 농민들이 들통으로 가져온 감자, 당근, 과일 등을 통째로 사서 기차 안으로 가져온다. 3등 차 칸에는 짐들을 많이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내 옆 칸에는 여자 노인 하나가 짐을 큰 것 작은 것 합해서 7, 8개는 된다. 큰 것은 이불 짐만큼 크다. 그 짐들을 다 어떻게 싣고 내리는지 모르겠다. 친척이나 친지가 타고 내릴 때 도와주지 않고는 안 될 것 같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온통 노란색이다. 무슨 나무들인지 산야가 노랗다. 좀 철이 지났는지 밝은 노란색은 아니고 한물 간 듯한 노란색이다.
조용하게 보낸 하루였다.
기차 안 풍경,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조용하다
기차 안에서 내다본 기차역 플랫폼 시장 풍경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삼림 풍경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
끝이 없는 시베리아 삼림, 아마존 정글 같은 기분이 든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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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10.08.25 11:50
중국 여행 때문에 중단했던 시베리아 여행기 후편을 계속합니다. -
하기용
2010.08.25 11:50
* 삭막한 시베리아 열차 여행을
삭막하게 한 흔적을 세밀하게 묘사 해 실감이 납니다. -
이문구
2010.08.25 11:50
핀란드에서 러시아 쌍뜨뻬떼르브르그로 가는 길 가에
계속 이어져 늘어선 흰색 몸통과 줄기의 나무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백양나무인가 모르지만
유화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어쨌든 친구의 여행 여정이 부럽습니다. -
밑에서 3번째 자작나무숲이 사람 홀리네요.
북구,러시아 여행시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자작나무숲이 기막히게 멋있는데
버스가 서질 않아 찍질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부럽군요. -
김승자
2010.08.25 11:50
시베리아는 러시아의 4분지 3의 영토에 4분지 1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시베리아는 정치범들을 귀양보내는 오지,
항상 혹독한 추위만 있는 벌판으로만 연상을 했었는데
실은 동, 서, 남, 북에 펼쳐있는 광대한 땅에
사계절이 다 있고 지하 자원의 보고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덕분에 세계 지리공부 다시 합니다. -
민완기
2010.08.25 11:50
러시아가 가난한 이유는 저 숲지대가 모두 자작나무 한가지수종이 90%
이상이란 점입니다. 그들의 국가에도 언급했지만 세계제일의 광활한 영토는
갖고있지만 산림자원의 비다양성과 동토가 대부분이라는 아쉬움이 있읍니다.
겉으로 봐서는 크고 굉장하지만 노일전쟁때의 참담한 패전은 아직도 그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을수 없읍니다. 동토에 묻힌 굉대한 자원은 부럽지만 자원을
개발하는 주체인 인간을 움직일수있는 정치와 경영이 문제라고 봅니다. 감사. -
민완기
2010.08.25 11:50
러시아가 가난한 이유는 시베리아 산림의 90%이상을 점하는
자작나무 때문입니다. 광대한 영토에 묻힌 자원은 부럽지만
그들을 개발할 인간을 지도하는 정치와 경영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감사. -
황영자
2010.08.25 11:50
러시아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1997년 북유럽여행시 제일 먼저 러시라를 갔었는데
정말 가난한 나라라 생각을 했고
성뻬떼스브르그에서 필랜드로 기차를 타고가며 보니
자작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8월이었는데 차에는 에어컨 설치가 안되어 있어 아주 더웠던 기억만 있답니다. -
김동연
2010.08.25 11:50
자작나무 숲이 참 아름답습니다.
9월인데 벌써 잎이 노랗게 물들었네요.
웃지 않는 문화...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답니다.
지금도 제주 시골이나 동문시장에 가면
장사하는 아주머니들이 나한테 무슨 나쁜 감정이
있지 않나하고 오해할 정도로 화난 얼굴이랍니다.
제주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게 보통 표정이라는군요. -
김영길
2010.08.25 11:50
실감나는 시베리아의 산업정보입니다.
옛날에 제주도가 오늘과 같이 발전 하리라
누가 믿었읍니까?
아시아나 아가씨들이 인기가 있다는 얘기
들었는데 그것도 처음에는 힘들었었는데
요지음은 자연스럽게 손님을 대하지요.
얼굴 표정이 굳은 것은 사회환경의 탓이
아니겠는지요. 심리상담에서는 환자의
얼굴 표정을 매우 중요시하지요. affect라는
것이 그 환자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관문
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박형의 수고가 헛되지 않고 우리나라 산업
정보연구 center의 좋은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공상을 해 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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