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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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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0일, 일요일, City, Neryungri 기차 안



(오늘의 경비 U$1: 식료품 25 *환율 $1=25)



오늘은 하루 종일 기차 안 생활을 했다. 기차 안은 만원이었는데도 아주 조용했다. 술꾼 그룹이 딱 하나 보였는데 멀리 있어서 문제가 안 되었다. 내가 있는 컴파트먼트에는 내 밑에 30대 말의 조금 바보같이 보이는 남자, 내 건너편에 30대 여자와 10여세 아들의 모자가 있었다. 복도 건너편에는 20대 청년이 혼자 있었다. 모두 조용한 사람들이었다.



모두들 무엇이 심각한지 웃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다. 특히 여자는 아주 차가웠다. 내가 자기 아들과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서 바꿔주었는데도 고맙다는 소리 하나 없었다. 계속 아들 시중을 들고 공부를 시키고 책을 읽어 주는 등 엄마 노릇은 기가 막힐 정도로 정성스럽게 하는데 아들에게도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을 못 봤다. 왜 이 여자는 웃음을 잃어버렸을까? 러시아에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모자의 모습은 부러울 정도로 다정했다. 특히 아침에 아들이 이층 자기 침대에서 엄마 침대로 내려와서 같이 자는 모습은 정말 정겹게 보였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수필 생각이 났다.



기차가 어느 역에 서니 사람들이 나가서 플랫폼에 열린 장을 봐 가지고 올라온다. 기차역 근처에 사는 농민들이 들통으로 가져온 감자, 당근, 과일 등을 통째로 사서 기차 안으로 가져온다. 3등 차 칸에는 짐들을 많이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내 옆 칸에는 여자 노인 하나가 짐을 큰 것 작은 것 합해서 7, 8개는 된다. 큰 것은 이불 짐만큼 크다. 그 짐들을 다 어떻게 싣고 내리는지 모르겠다. 친척이나 친지가 타고 내릴 때 도와주지 않고는 안 될 것 같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온통 노란색이다. 무슨 나무들인지 산야가 노랗다. 좀 철이 지났는지 밝은 노란색은 아니고 한물 간 듯한 노란색이다.



조용하게 보낸 하루였다.




기차 안 풍경,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조용하다




기차 안에서 내다본 기차역 플랫폼 시장 풍경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삼림 풍경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 풍경




끝이 없는 시베리아 삼림, 아마존 정글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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