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 여행기 (후편 12) - Yakutsk 가는 길
2010.08.27 16:59
2007년 10월 1일, 월요일, Yakutsk, Hotel Lena
(오늘의 경비 U$157: 버스 2500, 아침 56, 점심 120, 숙박료 1245 *환율 $1=25 ruble)
아침 6시 20분 경 Neryungri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려서 대기하고 있던 미니버스에 올라서 16시간 달려서 밤 11시에 Yakutsk에 도착하였다. 거의 16시간을 가는 긴 버스 여행이었다.
론리에 Neryungri 기차역에 내리면 역전 광장에 Yakutsk로 가는 미니버스가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이런 것은 참 도움이 된다. 그런 말이 없었더라면 Neryungri 버스 터미널을 찾아가서 Yakutsk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려고 했을 텐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둠 컴컴한 시간에 버스 터미널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Yakutsk로 가는 버스가 매일 다니는지 출발 시간이 몇 시인지도 모르니 까딱 잘못하면 고생길로 들어서기 십상이다.
기차역 역사를 나와서 두리번거리며 서있는데 누군가 어디 가느냐고 묻는 것 같다. Yakutsk라고 하니 미니버스 한대를 가리킨다. 그 미니버스에 다가가서 운전기사 같이 보이는 사람에게 Yakutsk 가는 버스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며 타란다. 그렇게 해서 기차 역사를 나온 후 10분 이내에 쉽게 Yakutsk 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길고 긴 버스 여행이었지만 하루 만에 도착하여 호텔 방에서 자게 되니 운이 좋은 셈이다. 론리에는 20내지 24시간이 걸린다고 있어서 다음 날 아침에나 도착하게 되는 줄 알았다. 아마 지난 2년 동안에 길을 새로 냈거나 아니면 예전에 있던 길을 보수해서 길이 많이 좋아져서 16시간밖에 안 걸린 모양이다. 아직도 여기 저기 도로 공사를 하는 것이 보이고 철도도 건설하고 있는 것 같았다. 론리에 Neryungri에서 Yakutsk까지 1200Km라고 있는데 그보다 짧은 것 같다. 한번 확인해볼 생각이다.
아침 6시쯤 기차 안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경찰 한 명이 지나가기에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되돌아오더니 나만 딱 집어서 증명서를 보잔다. 여권을 주었더니 한참 보더니 (여행을 많이 해서 여러 나라 비자와 스탬프가 있어서 볼만하다) 뭐라고 질문을 한다. 러시아어를 못 한다고 하니 들은 척도 안 하고 또 묻는다. 또 이해를 못 한다고 하니 그때서야 영어로 "Where do you go?" 한다. 러시아어를 못 한다고 처음 얘기했을 때 그렇게 물을 것이지 일부러 애를 먹이는 것은 무슨 심사인가. 인상을 보니 아주 차가운 인상이다. Yakutsk 간다고 했더니 여권을 돌려주고 가버린다. 외국 배낭여행객들의 공통된 의견은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은 사업차 필요한 사람이나 오고 관광객이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Neryungri 기차역에 내리니 땅바닥에 얼음이 보인다. Neryungri를 벗어나서 한 시간 정도 달리니 산천이 눈으로 하얗다. 밤새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온 것 같다. 아마 지난밤에 내린 첫눈 같다. 바람 없이 곱게 내렸는지 눈경치가 참 아름답다. 그러나 별로 춥지는 않다. 차안은 히터를 너무 세게 틀어서 오히려 덥다. 누군가가 운전기사에게 히터를 꺼달라고 해서 끄니 오히려 낳았다. 10인 승 미니버스인데 한국에서 쓰던 것을 사온 모양이다. 문에 "문 살짝"이라고 쓰인 것이 그대로 있다. 승객이 나까지 10명인데 젊은이 두 명만 빼놓고는 모두 Yakut 족 사람들 같다. 그중 두어 명은 러시아 피가 약간 섞인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Altai와 Buryatiya 지역에서 만났던 몽골 계 사람들도 그랬지만 Yakut 족 사람들도 러시아 백인들보다는 훨씬 인간미가 있어 보인다. Yakutsk까지 가는 동안 여러 가지로 나를 도와주었다. 식사를 할 때 음식 주문하는 것을 도와주고 Yakutsk에 도착하여서 호텔을 찾는 것도 도와주었다. 내가 자기네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랬을까? 러시아 사람들 같았더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Yakutsk 에 거의 다 와서 시베리아 긴 강 중에 하나인 Lena 강을 페리선으로 건넜다. 건너는데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강을 건너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페리선 속도가 너무 느려서 그랬는지 강이 넓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느린 페리선은 처음이다. 무슨 페리선인지 엔진 소리를 전혀 안내고 간다. 흡사 줄로 끄는 것 같았다.
Yakutsk 에 도착하여 미니밴을 탄 채로 내 호텔을 찾아 가는데 내가 가려던 Hotel Kolos 앞에 미니밴이 서더니 호텔이 폐업을 했단다. 미니밴을 타고 가는 동안 Yakutsk에 도착해서 호텔 방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편히 쉬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갔는데 Chita에서처럼 호텔을 못 잡는 것이 아닌가하고 겁이 덜컥 났다. Hotel Kolos에 방이 없으면 다음에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Hotel Lena를 찾아갔다. 다행히 빈방은 있는데 1인용 방 값이 1850 루블이란다. 약 $75인 셈이다. 2인용 방은 한 사람 앞에 1245루블인데 ($50) 침대가 둘이니 그 배인 2490루블을 내야한단다 ($100). 2인용 방에 한 사람 값만 내고 들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3일 밤을 묵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잔다. 침대가 하나인 방은 1245루블에 안 주고 침대가 둘인 방은 1245루블에 주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어쨌든 나는 싸게 든 셈이다. 이 오지에 호텔 방 값이 왜 이렇게 비싼지 알 도리가 없다. 내가 하루 밤에 $50 내고 든 방은 한국의 3만원 짜리 방보다 크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 그렇게 해서 10여일 만에 처음으로 호텔 방에서 자게 되었다. 9월 20일 Ulan Ude를 떠난 후 어제 밤까지 계속 기차 침대 신세를 지면서 다녀서 꼴이 말이 아니다.
Neryungri에서 Yakutsk까지 타고 간 미니밴은 한국 중고차였다
Yakutsk까지 1200Km 달리는 동안 이런 소도시는 몇 번 나오지 않았다
시베리아 "Taiga" 삼림지대로 끝없이 난 Yakutsk 가는 길
Yakutsk 가는 길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
어제 밤에 내린 눈인 모양이다
1000Km 북쪽에 Yakut족의 도시 Yakutsk가 있다
아직 강물은 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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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곳엘 다니시면서 직접 체험하고 사진을 찍으면 느낌이 다르겠네요.
그리고 아주 부지런하심을 칭찬드려도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