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 여행기 (후편 16) - "굴락"의 도시 Magadan 가는 길
2010.09.08 19:36
2007년 10월 8일, 월요일, Magadan, Hotel Magadan
(오늘의 경비 U$60: 숙박료 1,100, 공항버스 90, 식료품 316 *환율 $1=25 ruble)
오늘은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마가단으로 (Magadan) 왔다. 비행기가 3시간이나 연착을 해서 한 동안은 못 오는 줄 알았다. 야쿠트스크에서 시작하는 비행기가 아니고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시작해서 야쿠트스크를 거쳐서 가는 비행기였다. 오늘 탄 비행기는 기차 타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기다리고 체크인이 3시간이나 늦어졌고 체크인 후에 대기실에서 다시 기다리고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고, 이제 비행기 타는데 정말 지쳤다. 그러나 기다리는데 익숙한 러시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러시아 사람들은 기다릴 때 항상 단어 게임을 한다. 공짜로 얻는 신문 같은데 나오는 것 같은데 기다릴 때는 모두들 한다. 기다릴 때 하기에 딱 맞는 게임 같다.
오늘도 흐린 날이다. 시베리아 전체를 짙은 구름이 덮고 있는 것 같다. 드디어 비행기가 떠났다. 제법 큰 러시아 비행기인데 사람이 반도 안 찼다. 한 시간 40분 가는데 비행기 요금이 9470루블, 약 U$380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4시간 이상 가는데 $199에 갈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다. 거기에다 서비스는 엉망이다. 항공사 직원들은 승객을 손님 취급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들이 승객의 상전인 것처럼 행동한다. 혹시나 아침 식사를 줄까 하고 기다렸더니 찬 음료수 한잔 주고 그만이다. 음료수를 줄 때 커피를 달랬다가 핀잔만 받았다. 러시아에는 작은 비행기 회사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내가 타고 간 Yakutia라는 항공사도 그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러시아는 아직도 마피아들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것이 사실인지 항공사를 포함한 큰 기업들은 모두 정체가 불분명한 그들의 독점인 것 같다. 따라서 전혀 경쟁이 없고 가격도 높고 서비스도 엉망인 것이다.
30 분 정도 달리니 푸른 하늘이 나온다. 그리고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장관이었다. 이런 경치는 보기 힘든 경치인데 비행기 탄 덕에 보는 경치다. 이곳을 육로로 갔더라면 못 볼 경치다. 육로로 가는 것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야쿠트스크에서 마가단까지는 2,000Km 거리인데 버스는 물론 없고 차를 대절하는 것은 말도 안 되게 비싸고 (U$4,000 정도) 천상 트럭을 얻어 타고 가야하는데 지금은 땅이 충분히 얼지 않아서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나에게는 너무 지나친 모험이라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다. 론리에 보면 트럭을 얻어 타고 간 사람들의 얘기가 나온다. 나는 그저 야쿠트스크와 마가단 같은 오지를 갔다는 것만으로 만족이다.
12 시 30분에 마가단에 도착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에 아름다운 날이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태평양도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공항과 마가단 버스 터미널을 다니는 111번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서 그 버스에 올라서 쉽게 시내로 왔다. 시내까지 약 60Km인데 공항이 왜 이렇게 멀리 있는지 모르겠다. 버스 터미널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딱 한 블록 걸어서 있는 Magadan 호텔에 쉽게 들었다. 방 값을 2,000루블까지 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인용 방이 불과 1,100루블이다 ($44). 위치도 좋은 곳이고 방은 작아도 깨끗하고 있을 것 다 있고 방에서 내다보이는 경치가 그만이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우체국도 바로 옆 건물이다. 기분 좋게 4일 밤 자고 가게 되었다.
좀 쉬다가 저녁 때 나가서 식료품을 좀 사 가지고 돌아왔다. 론리에 한국식 국수를 파는 "도라지"라는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없어졌는지 못 찾았다. 내일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 어쩐지 한국 사람이 직접 하는 음식점 같은 기분이 든다.
![]()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시베리아 산악지대
정말 장관이었다, 저 아래에 마가단과 야쿠트스크를 연결하는 "Road of Bones"라는 오명을 가진 도로가 지나간다
마가단 근처에 오니 태평양의 일부인 Sea of Okhotsk가 보인다
마가단 근처의 눈 덮인 산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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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0.09.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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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10.09.08 19:36
Sea plane에서 내려다 본 알라스카의 빙산들을 연상시킵니다.
정치범들을 강제 혹사시킨 Gulag가 있는 곳,
모스크바에서 멀기도 먼 곳,
귀양가는 중도에 숨이 끊어 지는 일도 허다했겠습니다....
이제는 Ex-prisoner들, 또 그들의 후손들이 자리 잡고 살고 있겠지요? -
하기용
2010.09.08 19:36
* 장관일세 .... -
정굉호
2010.09.08 19:36
재미있게 읽었네.
Gulag 이라는 낱말을 그 전에 많이 들었는데 다시 들으니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군. -
이신옥
2010.09.08 19:36
써늘한 시베리아, 사진과 글이 그 웅장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그곳 비행기는 초창기의 KAL 을 연상케하네요.
지금은 가장 호화판 써비스의 고급 항공사가 되었지만 요금이 비싸서 제겐 그림의 떡.
그날의 경비를 정확하게 적어두시는것이 상당히 과학적이고, 계획적인 푸로 여행가이십니다. -
황영자
2010.09.08 19:36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시베리아 산악지대가 참으로 웅장하네요.
항상 비행기위에서 구름사진 찍어 조고 싶어 찍어도 마음대로 안되던데.... -
임효제
2010.09.08 19:36
기차보다 더한 비행기 연착입니다.
오늘 우리 대통령도 러시아로 떠났다는데요.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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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동안 좋은 호텔에서 잘 쉬었다 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