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 More 야고 이야기
2010.09.18 00:51
" ...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산다해도 내 진정 그대를 믿고서 살아가리라."
노래에는 있어도 세상에 어떻게 이름없는 꽃이 있을까?
"제주도 꽃 박사님이 모르시면 누가 아남요.
억새풀 틈새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귀해보이는데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저같은 꽃치에게는 겁나는 질문이니 아예 묻지도 마십시요.
난장이 나팔꽃, 그냥 이름 모르는 초롱꽃, 제주 동연 Bellflower."
꽃의 생김새만 보고 나도 나팔꽃이나 초롱꽃을 생각했다.
그러나 나팔꽃은 모양이 너무 달라서 일찌감치 탈락되고 초롱꽃이 남았다.
울릉도 섬 초롱꽃 (Campanula takesimana)이 가장 近似해보여 응모했으나
보기좋게 "땡," 미끄러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애쓰지말고 그냥 無名 (No Name)의 꽃으로 남기자는 의견도 나오는 판인데
뭘 망서리나? 정말 이름이 없다면 이참에 우리 合心하여 하나 지어 줍시다.
Campanula 는 초롱꽃 (Bellflower)이라는 뜻이니 Campanula Sukranica,
Campanula Jejusimana or Campanula Dongyunkimana, 등등.
이렇게 번듯한 學名 하나 정해서 稀貴新種으로 등록합시다.
"이름을 찾아서 불러 주면 꽃이 좋아하지 않겠어요?
재미도 있구요." 김동연 (석란) 선배님은 그래도 애타게 진짜 이름을 찾으신다.
밤늦게 잠자러가면서 문득 산지기 이강섭씨가 생각났다.
산과 들을 다니며 별별 꽃을 다 찾아 사진찍어 올리는 사람이다.
언젠가는 Lamb's ear 라는 화초를 새벽 2시까지 헤메서 찾았다는 사람.
얼른 복사해서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다음날 득달같이 올라온 Full Page 정보.
뜻밖에도 이름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야고 (野菰)"란다.
科명: 列當科, 學名:Aeginetia indica, 英名:Indian pipe
초롱이 아니라 파이프였구나...
본인도 아주 인상깊게 본 이 꽃 이야기를 지금껏 털어놓지못해 답답했던것을 알았다.
눈먼 사람에게는 開眼手術을, 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중매를...
수소문해서 正答을 찾아온 나는 뭐 그런 우쭐한 기분이다.
그런데 야고의 뜻이 뭔가? 들야 (野)에 줄고 (菰)란다.
"줄"이란 말은 준다는 (give) 뜻, 아니면 키가 줄었다는 (shorten) 뜻인가?
키가 작은건 알겠는데 지가 주기는 커녕 억새에 기대어 산다면서 어째서 이름에
줄菰가 있는지 알수없다.
앙징맞고 예쁜 꽃으로 키만 껀정한 억새까지 돋보이는 기쁨을 준다는 뜻인가?
*****
"외국의 들꽃들을 보면 그 색깔이 화려하거니와, 큼직큼직해서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야생화들은 들에 나가서 만나 보면, 그 꽃이 너무나 작아서
실망할 때가 많다. 그러나 알고 보면, 외국의 큰 꽃들보다 우리나라의 작은 꽃이
더 進化한 모습이다. 사철이 온화한 기후에서 사는 꽃은, 악조건이 닥칠 때에
그만큼 견뎌내는 能力이 약하다.
四季節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참아내기 위하여 풀들은
이처럼 작은 꽃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한 例로, 우리나라 들풀 중에서도 아주 작은것이 있다. 바로 ‘야고’(野菰)다.
줄기가 있으나 아주 짧기 때문에 거의 地上으로는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몇 개의 작은 적갈색 비늘조각을 내보일 뿐이다.
희귀한 이 풀은, 한라산 남쪽의 억새 숲속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寄生植物이다.
이렇듯 작은 식물들은 진화를 거듭해서 생겨난 아주 소중한 목숨들이다.
야고 (野菰)
야고가 뭐냐하면
억세게 살아가는 억새들 틈바구니에서
기생하여 살아가는 풀이란다.
억새의 흰머리
바람에 흐느끼는 산비탈의 억새들을 보거들랑
그 틈바구니에 세들어 사는 야고도 생각해다오.
홀로 살수 없어 기생한다마는
그 풀조차 가슴에 끌어안고 부대끼는
억새의 흐느낌 덕분에
야고도 꽃을 피운단다.
<김민수의 녹색산문중에서>"
그러나 저러나 산지기와 내가 올린 "야고" 이야기가 Google에 올라버렸다.
선배님들의 우습고 재미나는 답글까지 다 함께 올라버렸다.
이래도 괜찮은건지 모르겠다.
댓글 5
-
이신옥
2010.09.18 00:51
-
김동연
2010.09.18 00:51
신옥씨의 맹 활약으로 야고를 찾아내서 기뻐요.
그리고 신옥씨의 컴 실력도 뛰어나서 놀라워요.
그런데...여기는 또래들만 들어와서 속을 들어내 놓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트라는 걸 모르시나봐요?
신옥씨가 드나들면서 google까지 우리 댓글이 올라 갔다니...
이제는 참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옥씨의 끼는 공개된 싸이트나 13회 싸이트에서 발휘하시고
언니 선배들의 대화에는 끼어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정이도 가만있는데 성질 못된 내가 먼저 말해야 겠어요.
11회 홈피 규정에 동기아니면 못들오게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아침 내 혈압이 조금 올라갔어요. -
김영길
2010.09.18 00:51
이신옥님 탐구력이 좋으시네.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모르는 것 많이 배웠네요. 구굴이 가져갈 만 하지요.
앞으로도 많이 참여 하세요. 감사합니다. -
임효제
2010.09.18 00:51
댓글은 안 갖여가요.
혈압 오르신 분의 글은 DAUM 서도 NO NEED ! ㅋㅋㅋㅋ -
김동연
2010.09.18 00:51
구글이 가져가면 좋은가요?
댓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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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선배님들이 올리신 아주 재미나는 답글에 답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강섭씨의 공로, 행적(?)을 저의 기에도 널리 알리고, 야고 공부도 더 할겸 또 찾아 보았지요.
이제보니 아주 귀한 들꽃을 찾으셨네요.
좋은 사진과 글도 있어 함께 올렸습니다.
이것으로 야고 공부는 끝내고 다음엔 상사화.
제가 사진으로 본 선운사 상사화는 빨갛더군요. 나리꽃 비슷합니다.